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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Apr 05. 2021

옛날로 돌아가 사고 싶은 두가지

콘템포러리 아트를 리뷰한다

나라 요시토모(Nara Yoshitomo)



 분명히 이건 차례가 맞지 않다. 세계적인 현대 미술작품들과 작가들을 소개하는 이 코너의 본론 첫 순서에서 대단한 거장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나라 요시토모라니. 다른 변명보다 고백이 낫겠다. 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꼬맹이들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나라 요시토모를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다.


Yoshitomo Nara, Knife Behind Back, 2000. 이미지 출처 | www.artsy.net


 내가 <닥터 후(Doctor Who)>같은 시간여행자라면, 옛날로 돌아가고 사고 싶은 게 두 가지 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 주인공 마이클 J. 폭스가 신었던 발목을 덮는 운동화, 그리고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이다. 둘 다 경매장이나 화랑에서 지금도 살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나 비싼 가격으로 올랐다. 올해는 나라 요시토모가 한국에서 첫 상업 전시를 가진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사이에 그림 가격이 이렇게 오를 줄 누가 알았나.

 그가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와 더불어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진 일본 현대미술가란 점은 분명하다. 나는 ‘요시토모’를 ‘요시모토’로 잘 못 부르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헷갈릴 만하다.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한 몫 거들었다.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와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 이름도 비슷하지만, 나라 요시토모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책에 표지와 속지 삽화를 그려준 게 결정적인 이유일 거다.


Yoshitomo Nara, Can't Wait 'til the Night Comes, 2012. 이미지 출처 | www.artsy.net


 또한 여성문학가 요시모토 바나나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나라 요시토모를 그림의 주인공처럼 여자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그랬다. 아니다. 그는 남자다. 이것도 전부 캐릭터의 힘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차돌맹이처럼 생긴 꼬마 아이는 우리의 197,80년대를 빛냈던 명랑만화의 주인공들처럼 한 눈에 봐도 개구쟁이다. 만화 강국 일본에서 팝아트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일반화되었다. 뭐, 이런 말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1959년생인 나라 요시토모가 젊은 시절부터 록음악에 심취한 까닭에 이렇게 반항적인 캐릭터가 등장할 수 있었다는 연구도 있다. 예술사의 전형적인 오류이다. 그 즈음의 일본 세대는 이미 학생운동이 지나간 자리에서 록과 애니메이션의 풍요 속에 어른이 되었다. 차라리 나는 나라 요시토모의 귀여운 반항아의 얼굴에서 정치적인 의제에는 순응하면서 예술과 대중문화에만 저항의 흔적이 남은 일본의 기성세대를 엿본다.




- 2015년 2월 대구문화 -


글 | 윤규홍 (아트맵 Art Director/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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