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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Apr 21. 2021

신화적 세계의 한 구성원이 되다

콘템포러리 아트를 리뷰한다

| 케어스틴 세츠 (Kerstin Serz)



 나는 화가 케어스틴 세츠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한국 관객들이 그녀의 작품을 단지 자연을 예찬하는 주제로만 해석할까봐 걱정된다. 날짐승과 들짐승, 수풀과 사람들의 소박한 자태를 각각 담은 그림들이 문명에 의하여 훼손 받은 자연을 복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실천적인 태도로만 비춰질까봐 신경 쓰인다. 동시에, 나는 그 반대 경우도 걱정된다. 이 말은 그녀의 그림이 작품으로 단순히 감상된다기보다 여러 신화적 알레고리의 주석(reference)으로 기능할까봐 두렵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세츠가 그려 온 그림들은 미술 평론가들에게 이중적인 주제, 까다로운 붓놀림,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리엔탈리즘의 반대 개념으로서 서구적 가치에 관한 동양인들의 피상적인 세계관이라 할 수 있는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 이 모든 것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Die Aura der Gärtnerin, Kerstin Serz, 2018. 이미지 출처 | artsy.net


 어찌되었든, 세츠의 예술 작품이 꽤나 복잡한 상징과 비유를 담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작가는 자신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러 유기체들이 이끌어내는 반사적인 행동을 순간적으로 포착한다. 그 그림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찰자로 하여금 그림 속 대상에 대한 감정이입 대신 참여관찰을 부추긴다. 그림에 빠져든 우리 관찰자들은 그 신화적 세계의 한 구성원이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누가 보더라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또한 아름답다. 미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객관적인 요소들과 작가의 의식에 기댄 주관적인 세계가 그림 전면에 담겨져 있다. 혹자들은 이를 기법과 철학의 온전한 결합이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재현은 화가 본인이 가진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창의적인 이야기의 시각화는 서양미술사에 숱한 영감을 준 신화적 요소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Weiße Kissen, Kerstin Serz, 2014. 이미지 출처 | artsy.net


 아마도, 예컨대 오비디우스의 고전, <변신이야기 Metamorphose>가 케어스틴 세츠에게 끼친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변신이야기>가 구현하는 세계관은 그녀의 회화 곳곳에서 보인다. 내 생각으로, 예컨대 중국 진나라 시대의 <산해경>은 지리 정보와 상상력의 결합이 낳은 텍스트라고 한다면, 이탈리아 로마 시대의 <변신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기반을 두어 서양인의 심성 속에 자리 잡은 갖가지 욕구를 실재계에 적용한 서사시다. 그 욕망을 화폭에 담아낸 그림은 당연하게도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설령 우리가 최근에 그녀가 유럽 각지에서 보여준 전시 행보만을 소식으로만 접했다 할지라도 관객들은 그녀의 실재 작품 앞에서 이내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그 작품 속에는 작가가 현 시대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묻어있으며, 동시에 독일 현대 미술의 경향에 대한 현실적인 반영 또한 포함되어 있다.





 (윤규홍, 아트맵 Art Director/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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