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피카소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마레 지구의 '피카소 박물관'은 원래 개인 소유의 저택이었다고 한다. 어떻게 저택이 미술관으로 바뀌게 된 걸까? 오늘은 피카소 박물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피카소 박물관의 역사는 파블로 피카소가 사망한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카소의 사망 후, 그의 작품을 상속받은 상속인에게는 엄청난 상속세가 부과되었다. 이 시기 프랑스에선 예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법 '물납제'가 있었고, 유족들은 프랑스 정부에 고인의 작품을 상속세 대신 기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1975년, 파리시는 호텔 살레(L'hôtel salé)를 피카소 국립 박물관으로 인가한다. 이후 피카소의 작품과 전시장에 맞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복원 공모전을 열게 되는데, 당선인 홀랑 시무네 (Roland Simounet)의 기획 하에 1979년부터 1985년까지 복원 및 리모델링 기간을 거쳐 호텔 살레는 피카소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물납제란 상속세·재산세를 현금 대신 법에서 규정한 자산으로 대신 내는 제도로, 미술품 물납제는 문화재와 미술품으로 세금 대납을 인정해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영국에서 최초로 시행된 물납제는 19세기 후반 많은 귀족·부자가 사망하며 상속세와 증여세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중요 문화재와 미술품의 국외 방출을 막기 위해 시작되었다.
국내에서 조금 생소한 미술품 물납제는 영국 외에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납세자는 소장품 기부를 통해 세금 혜택을 얻으며 문화유산의 국외 유출 방지와 국민 모두가 문화적 향수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물납을 허용하는 미술품과 문화재의 범위, 가치 산정의 명확한 기준의 미비,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우려되는 점 등 부정적 관점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으로 제한하여 상속세·재산세를 대납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 미술품과 문화재에 대해서는 허용하고 있지 않다.
현재 피카소 미술관이 된 호텔 살레(L'hôtel salé)는 피에르 오베르트(Pierre Aubert)에 의해 탄생했다. 1630-40년대에 막대한 부를 이룬 피에르 오베르트는 파리 지역의 주요 금융가로 왕의 비서관이자 고문관이었다. 그는 젊은 건축가 장 드 불리에(Jean de Boullier)를 고용해 대저택 호텔 드 쥐녜(Hôtel de Juigné)를 짓게 했다. 이후, 염세를 징수하던 피에르 오베르트를 풍자하는 의미에서 짜다는 뜻의 살레(Salé)라는 별명이 저택에 붙어 호텔 살레(L'hôtel salé)라는 별칭으로 불리게 된다.
Le plus grand, le plus extraordinaire,
pour ne pas dire extravagant des grands hôtels parisiens
du XVIIème siècle
- Bruno Foucart, 1985 -
"17세기 파리의 위대한 호텔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가장 크고 가장 특별하다."
- 브루노 푸카르트(미술사학자), 1985 -
1663년 루이 14세에게 미움을 샀던 재무 장관 니콜라 푸케(Nicolas Fouquet)와 함께 재판에 얽히며 피에르 오베르트 역시 정치적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호텔 살레는 오베르트의 손을 떠나고 만다. 미술사학자 브루노 푸카르트가 말했듯, 17세기의 화려하고 특별한 호텔 살레는 많은 채권자들의 탐욕의 대상이었다. 60여 년 동안 호텔 살레는 베네치아 공화국 대사관, 기숙사, 공예 학교 등의 용도로 변경되다가 1962년에 파리시에서 매입하여 1968년 10월 29일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여러 소유자들이 거쳐갔지만, 역설적이게도 박물관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개인이 거의 거주하지 않으며 명사나 특정 기관에 임대되어 왔다고 한다.
피카소 미술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카소의 작품들을 시대별로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1895년부터 1973년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예술의 아이콘, 피카소의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모여있다. 우리가 잘 아는 <아비뇽의 처녀들> 역시 피카소 미술관에 있으며, 청색시대 자화상, 정물화, 올가의 초상, 도라 마르의 초상까지 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잔, 르누아르, 마티스,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포함한 150여 점과 피카소 개인이 소장하던 21,000여 점의 그림 또한 만나볼 수 있다.
국제적인 전시가 자주 열리며 파리의 중심, 마레 지구에 위치하고 있는 피카소 미술관은 여행객은 물론 파리지앵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다. 미술관에서는 작품뿐만 아니라 피카소가 쓴 엽서, 사진, 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피카소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소장품들을 볼 수가 있으니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
피카소 미술관 홈페이지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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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아트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