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그립나요? (Do You Miss the Future?)>
시간은 예측되지 않기에 불확실함을 동시에 수반합니다. 과거와는 다른 삶, 삶 속에 미래는 어떠한 모습일까요?
현대 블루 프라이즈는 인류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영감과 정신을 고취시키고자 2017년 현대자동차에서 기획한 어워드 프로그램입니다. 나아가 디자인 큐레이터를 양성하는 어워드 프로그램으로서 2021년 처음 개최된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브래드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 하에 인간의 삶에 밀접한 디자인의 가치를 소망하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이번 디자인 어워즈의 주제는 “시간의 가치”로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심소미 큐레이터가 수상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팬데믹 전후의 달라진 환경에서 시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동시대적 관점에서 시간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고 시간의 진리와 의미를 삶의 여러 각도에서 반추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고 합니다.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 호기심의 캐비닛, 2021, PVC 필름 설치, 912x599cm
Drawing Architecture Studio, Cabinet of Curiosities, 2021, PVC film installation, 912x599cm
공상과학(SF) 소설의 거장인 윌리엄 깁슨은 “모든 미래는 누군가의 과거이며, 모든 현재는 누군가의 미래이다.” 라고 말합니다. 미래가 다가오기 전 그립냐는 물음은 상실된 미래라는 의미를 내포함과 동시에 미래로 향하는 시간 기제를 유추하게 합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산업 생산 방식인 디지털 환경 안에서 운영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나아가 전시에서는 “우리는 과연 어떠한 세계에서, 어떠한 인간으로 디자인되어 가는가?”라고 질문하며 디자인과 인문학, 예술과 일상, 산업과 도시의 접점에서 현재에 도착해있는 신호를 파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전시장은 7개국의 그래픽디자이너, 건축가, 시각예술가, 연구자 15팀의 작품이 잃어버린 미래 속 시간의 가치를 도시, 산업, 객체, 근미래라는 네 가지 소주제로 나뉘어 미래로 향하는 다층적인 시공간으로 유인하고 있습니다.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 리미널 시티, 2021, 아연 도금 강판, 1170x520x500cm
People’s Architecture Office, Liminal City, 2021, Galvanized steel, 1170x520x500cm
건물 밖에서 전시장을 보면 유리창을 통해 거대한 파이프가 1층과 2층으로 연결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흡사 공사 현장 같기도 합니다. 2층 문을 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미래로 향하는 엔진의 동력을 파이프 형태로 다룬 건축가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의 작업 <리미널 시티> 입니다. 견고하고 웅장한 파이프 속은 잠만경 원리를 이용해 1층에서 2층과 3층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 속의 면에서 예상치 못한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유기적인 튜브의 네트워크를 마주하게 됩니다.
리트레이싱 뷰로, 아무것도?, 2021, 2개의 싱글 채널 비디오(반복 재생: 각 2분), 목재, 아크릴판, 스프레이 페인트, 500x290x80cm
Re-tracing Buro, Rien?, 2021, 2 single-channel videos(loop, each 2 min), Wood panels, acrylic sheets, spray paint, 500x290x80cm
어쩌면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키는 다음 작품은 검은 파티션 뒤 프랑스어로 적힌 리앙(Rien?)이라는 글씨에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리트레이싱 뷰로의 작품에서는 도시 공간의 위기 속 미래도시를 향한 불안의 전조에 접근합니다. 미래 도시의 전략과 미래가 담긴 2개의 스크린에서 영상은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반면 희뿌연 블루라이트 속에서 아크릴 패널의 거칠게 쓰인 RIEN?은 혼란 속에서 불안감에 휩싸인 현대인의 양가적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마누엘 로스너, 이상적 파열, 2021, 장소 특정적 디지털 설치(앱으로 접근 가능) 및 디지털 프린트, 300x300cm
Manuel Rossner, Ideal Disruption, 2021, Site-Specific digital Installation (Accessible in an App) and digital Print, 300x300cm
디자인을 통해 디지털 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로스너의 장소 특정적 디지털 설치로 이상적 파열 작품에서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주하고 있는 작품 플로리안 골드만의 프로메테우스적 격차에서 위태로운 일상에 대응하는 디자인적 행동양식을 보고 간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스템 뒤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노동인력이 있습니다. 비가시적인 노동인력현장에 대해서 줄리앙 프레비유의 스크린 작업에서 간접체험 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는 ‘슈퍼 모델러’라 불리는 참여자들의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구글 어스에서 3D 건축물 모델링 작업을 하는 두 사람의 사적인 대화는 두 번째 파트 주제의 논의를 지속시켜줍니다.
줄리앙 프레비유, 구성된 변칙, 2011,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41초 / 작가 제공
Julien Prévieux, Anomalies construites [Constructed Anomalies], 2011, HD video, color, sound, 7min 41sec Courtesy of the artist
블랙박스 너머에는 과거에 발간된 미래에 관련된 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폐기된 책들은 기성의 논리와 질서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정보화 된 시스템에서 볼 수 없는 노동인력의 흔적을 고민하고 있을 때 쯤 반대편에서 거친 숨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민수, 숨, 2021, 혼합재료 설치, 가변크기
Minsu Oh, Breath, 2021, Mixed media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숨소리는 갑갑해 보이며 거칠고 투박합니다. 산업 현장의 원동력이 되었던 무수한 호흡과 팬데믹 이후 생명체의 가빠진 호흡을 연상시키는 <숨> 작업입니다. 매캐한 산업현장의 쉬는 시간의 한숨을 연상시키듯 정각 10분간 인간과 기계의 유기적 호흡 작동을 볼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힉, 오프 리버스, 2021, 시트지에 잉크젯 출력, 스테인리스 스틸, LED 전구, 600x290cm
Studio Hik, Off Reverse, 2021, Inkjet print on vinyl, stainless steel, LED lamps, 600x290cm
LED의 반짝이는 화살표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작업 <오프 리버스>의 시각적 요소는 인공 지능, 영화에서 묘사하는 미래, 비모더니즘 철학, 영속성과 불변성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알렉스 리켓 · 존 브럼리, 소프트웨어 Etc., 2016/2021, 단채널 실시간 소프트웨어, 인공 지능, 웹페이지 스크랩, 관객 메시지, 디지털 출력, 가변크기
Alex Rickett · John Brumley, Software Etc., 2016/2021, Single channel live software, AI, scraped webpages, audience messages, digital print, Dimensions variable
게임디자이너와 시각예술가로 구성된 알렉스 리켓&존 브럼리는 미래의 가상 쇼핑몰이자 챗봇 생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가 작품 속 미래의 AI를 통해 새로운 도시풍경을 맞이해볼 수 있습니다.
안성석, 어린이, 2021,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약 12분
Sungseok Ahn, Children, 2021,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Approx. 12 mins
과거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 없는 미래가 없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이> 영상 중 어른들이 잡아주는 천 위에서 거니는 어린이들은 조심히 발을 내딛기도, 넘어지기도 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인 어린이들은 한때 어린이였던 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작가는 “다음 세대에게 되돌려주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하며 미래 세대로의 희망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오예슬 · 장우석, ㄴㅂㅁㅅㅂ(big picture), 2021, 모니터 3개, 프리로드 웹(미반응형), 가변길이
Yeseul Oh · Wooseok Jang, ㄴㅂㅁㅅㅂ(big picture), 2021, 3 monitors, pre-loaded web(non-interactive), Variable duration
화이트와 블랙이 대비되는 스크린은 서체디자이너로 이뤄진 작가 팀의 작업 <ㄴㅂㅁㅅㅂ(big picture)>입니다. 간결하고 특정 부분이 부각된 글자체는 변화된 감각과 기술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신채굴주의> 나레이션과 영상을 통해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채굴되는 주요자원은 우리들 자신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오디너리피플, 매일매일 그래픽 일력 2050, 2021, 천에 인쇄, 각 배너 크기 70x220cm, 가변크기 설치
Ordinary People, Everyday Graphic Calendar 2050, 2021, Print on fabric, Each banner 70x220cm,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천장에서부터 설치 되어 있는 매일매일 그래픽 일력 2050은 파랑 빨강 흰색의 색감이 돋보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평일을 의미하는 색상이자 달력의 형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일력 형식은 디자인 이전의 디자인이며, 새롭게 부활된 일력의 형식을 통해 과거로부터 미래를 관통하는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이퍼 오브젝트 파트에 해당하는 일상의 실천팀의 <변종의 시대>에서도 또 다른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음에 관한 이야기를 외부 크리에이터 월에서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 호기심의 캐비닛, 2021, PVC 필름 설치, 912x599cm
Drawing Architecture Studio, Cabinet of Curiosities, 2021, PVC film installation, 912x599cm
전시 시작과 마지막에서 다층적인 시공간으로 시선을 끄는 <호기심의 캐비닛> 작업은 부산의 현재 도시풍경과 미래의 도시풍경이 오버랩 되어 있습니다.
전시는 도시, 산업, 노통, 인간과 비인간 간에 대해 미래로의 비전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감각적인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우연과 필연의 실타래 속 미래를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기간/ 2021.12.9. - 2022.03.31.
장소/ F1963 내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2동 구락로123번길 20)
이 글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 아트맵 객원큐레이터 유서진 Yu Seo Jin
사진/ 유서진 & ⓒKyungsub Shin, Courtesy of Hyundai Motor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