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맵 에디터가 직접 다녀왔어요
여러분은 혹시 '암실'에 들어가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보통 암실은 카메라 필름을 인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곳으로, 완전히 빛을 차단하여 깜깜한 공간입니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에 의존해야만 하는 곳인데요.
바로 이러한 암실의 특성을 이용하여 구성된 감각형 체험 전시 <A Journey to the Dark>를 소개합니다.
전시를 구성한 곳은 특이하게도 향수 브랜드인데요. '매일 일상과 함께 하는 향기'를 모토로 하는 클라우드에잇입니다.
조향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인 만큼, 시각보다는 후각을 주로 사용할 텐데요. 그래서 온전히 다른 감각에 몸을 맡겨야 하는 암실에서의 전시는 감탄이 나올 만큼 독창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트맵 에디터는 늘 수준 높고 특별한 전시를 찾아다니느라 목이 말라 있습니다. 이번에는 좋은 기회로 초대를 받아 전시를 체험해 보았는데요. 이색 전시인 만큼 콘텐츠 팀에서도 향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또 좋아하는 에디터를 선별했습니다.
가로수길을 거닐다보면 '가로골목'이라는 곳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의 2층, 209호에 클라우드에잇의 전시장과 팝업스토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본 전시는 사전예약제로, 네이버 예약을 통해 진행이 가능합니다. 구독자 여러분의 편리함을 위해 아래에 링크를 삽입해두었습니다.
전시 예약하기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79666
예약자 명을 말씀드리니 바로 전시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암실인 탓에 사진 촬영이 어려워, 아래로는 느낀 감정들과 비슷한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유료 전시인 만큼, 직접 방문하시기 전 조금이라도 전시에 대한 사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시장에 들어서게 되면 정말 깜깜한 어둠과 마주합니다.
내가 지금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구분도 되지 않는 어둠은 오랜만이었습니다. 빛 한 줌 새어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잠시간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폐소공포증을 갖고 계시거나 어둠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시장 내에 흐르는 사운드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습니다. 숲 속에 온 것만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약간의 두려움은 설렘으로 변화했습니다. 시각이 차단되니 그만큼 다른 감각이 열리는 것만 같았죠.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본인을 'S'로 칭하는 안내자를 따라 전시장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서로를 부를 닉네임을 정하게 되는데, 꽤 재미있는 요소였습니다. 저는 어릴 때 태명으로 쓰던 이름을 사용했는데, 함께 체험한 다른 분은 '아씨'라는 이름을 사용하셨죠. 말을 거는 게 즐거웠습니다.
전시를 체험하는 동안 안내자 S로부터 향에 대한 감상이나 의견, 혹은 퀴즈를 안내받습니다.
저는 따로 향수 선반을 마련할 만큼 향수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관심도 많지만, 보통 그 관심은 유명 브랜드 향수에 치중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향을 위해 사용되는 단독적인 향에 대해서는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전시에서는 조향에 사용되는 각각의 노트(노트란 향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것으로, 발향 순서에 따라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로 나뉜다. - 네이버 지식백과)에 대해 설명받고, 이를 직접 체험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제 코는 개코였던 것인지- 향을 맡는 족족 '아, 이거 그 향인데.' 싶은 느낌이 왔습니다. 재미를 가미한 퀴즈 형식이다보니 약간 승부욕이 돋더라고요. 맡는 순간 베르가못인데? 싶었지만 오답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한국인 답게 싱그럽다, 정도로만 답했는데 베르가못이 맞았습니다. 말씀드릴 걸 그랬어요.
원재료의 향을 맡아보고, 직접 만져보기도 하면서 제가 그간 향수에 대해 굉장히 평면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향수를 만드는 체험도 해본 적 있는데, 그 때는 안내에 따라 이것저것 오일을 섞기만 한 거라 크게 깊이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맡게 된 원재료의 향은 제가 알던 향과 사뭇 달랐습니다. 과자에 들어가는 딸기향과 진짜 딸기의 냄새는 다른,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여러분의 재미를 위해 어떤 향인지는 밝히지 않겠으나, 평소 취향인 향이었는데 원재료는 정말 코가 움찔할 정도로 강한 향이더라고요.
그런데 이 개별적인 향들이 전문적인 조향을 거쳐 향수로 탄생했을 때, 전혀 다른 향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아까 맡았던 향을 희미하게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물이 가득찬 세숫대야에 푸른 물감 한 방울 톡 떨어트린 듯, 희미하면서도 확실한 존재감으로 자리하고 있는 원재료의 향.
원재료를 먼저 경험하고 나니, 향을 좀 더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와닿는 향, 좀 더 들어가 속에 자리한 향, 끝날 때쯤 코를 어루만지는 마지막 여운까지. 왜 향수를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로 구분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래서 '앎'이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 알기 전과 후의 향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거든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향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것들과 어루러진 향기는 또 제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체험이었어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히는 말씀드리지 않겠으나, 중간에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갈리는 요소가 있습니다. 한 번 한 선택은 돌이킬 수 없으니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시가 끝나기 전, 안내자 S가 사진을 찍어줍니다. 아무도 날 볼 수 없는 깜깜한 곳, 그래서인지 과감한 포즈를 취해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바로 인화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전시를 다 마치고 나면 옆에 위치한 팝업스토어에서 내가 경험한 향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단된 공간이 아니다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암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활용하여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활성화하는 전시. 평소에 향수를 좋아하시던 분이나, 그렇지 않은 분이나 모두 재미있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전시가 끝나자마자 단톡이란 단톡에는 모두 링크를 뿌렸습니다. 본 포스팅은 광고의 일환이지만, 이를 넘어 자발적인 홍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넘쳐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여러분도 전시를 체험하고 나면 아쉽다, 한 번 더 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드실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클라우드에잇 Cloud eight이라는 이름은 단테의 <신곡>에서 따온 것이라고 합니다.
단테의 <신곡>에는 천국으로 향하는 아홉 개의 계단이 등장하고, 그 중 마지막 클라우드 나인 Cloud nine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상태'를 상징합니다. 즉, 클라우드에잇 Cloud eight에는 그보다 온화하지만, 더 가까이 있는 '일상 속의 기쁨'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죠.
이름이 가진 의미만큼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작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다시 스크롤을 올려야 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하여 전시 예약을 위한 링크를 한 번 더 첨부합니다. 전시는 5월 22일까지만 운영된다고 하니,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서두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시 예약하기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79666/items/4331732
글 | 아트맵 에디터
자료 | 아트맵 촬영
본 글은 클라우드에잇으로부터 관람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