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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Jul 19. 2022

당신이 몰랐던 제주, 공공미술

공공미술 작품을 따라 떠나는 제주 여행


 바다로 둘러싸인 섬, 이국적인 풍경.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고의 여행지, 제주도입니다. 여러분은 보통 제주도 여행을 떠날 때 어떤 테마를 잡으시나요? 제주도에는 도립미술관과 박물관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관들이 있어, 미술 투어를 떠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곳곳에 공공미술 작품이 수없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호테우 해변 '조랑말 등대' (출처 비짓제주)

 

 제주도의 공공미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조랑말 등대'가 떠오르는데요. 이호테우 해변에 자리 잡은 붉고 흰 조랑말 형상의 두 등대입니다. 정근영 교수와 박동희 작가가 제주의 조랑말을 형상화해 디자인한 작품인데요. 공항에서 가깝기도 하고, 관광 명소로도 이름이 높아서 관람객들이 많이 찾고는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조랑말 등대를 제외하고도 제주도에는 수많은 공공미술 작품들이 있습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 공공미술 설치 및 관리조례」에 따라 설치된 공공미술 작품이 약 800여개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는 벽화나 설치미술과 같은 작품도 있지만 돌하르방, 해녀상과 같은 지역상징물부터 위령비, 추모탑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주 공공미술의 예술성과 로컬리티 발굴을 위한 연구(2021년)」

 특히, 「제주 공공미술의 예술성과 로컬리티 발굴을 위한 연구(2021년)」에서는 서귀포시 동(洞) 지역과 대정읍, 안덕면 일대에 분포되어 있는 60여 점의 작품 중에서 제주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중심으로 지역정체성(로컬리티)를 지닌 작품 10개를 선정했습니다. 역사성에 기반한 작품 3개, 예술성에 기반한 작품 7개인데요. 오늘은 그 중 일부 작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공공미술 작품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따라 떠나는 제주 여행, 함께 가볼까요? 











| 애국기매국기 (박경훈, 강문석) 

제공 제주문화예술재단

  첫 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제주의 역사와 장소, 그리고 예술가가 만나 특별한 이야기로 탄생되었습니다. 바로 박경훈, 강문석 작가의 <애국기매국기-알뜨르 제로센>. 새를 연상케 하는 골조에 수많은 사람들의 메시지로 엮인 작품인데요. 아마 보자마자 알아채신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이 곳이 어떤 공간처럼 보이시나요? 이 곳은 원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제주를 군사기지화 하며 비행기 격납고로 사용했던 공간입니다. 본래 명칭은 ‘알뜨르비행장 남제주비행장 격납고’이죠. 이 작품은 기존 전투기 격납고 중앙부에 철근을 용접하여 제작되었으며, 실제로 당시 일본이 사용했던 ‘제로센 전투기’와 똑같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작품이 설치된 공간인 '알뜨르'는 제주 방언으로, 아래라는 뜻을 지닌 '알', 넓은 벌판이란 뜻을 지닌 '뜨르'가 합쳐진 말입니다. 예쁘게만 느껴지는 이 말 속에는 사실 뼈아픈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유튜브, '제주 공공미술 올레길 1부' 중


 위 사진은 알뜨르의 전경입니다. 비행기 격납고가 모여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무덤을 연상케 하는데요.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진출하고자 했던 일제의 계획에서 이곳은 중간 체류지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일본 본토의 방어를 위해 7곳의 방어기지를 두었는데요. 본토에 자리한 6개의 방어기지를 제외하고, 타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 이 알뜨르 비행장을 세웠습니다. 이는 중국으로의 폭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며, 설립 과정에서도 제주 도민들의 강제 징용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결국 이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쓸쓸한 곳입니다. 결국 <애국기매국기>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이 역사를 잊지 말아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죠. 



| 좀녀 물고기 (이승수)


제공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에서 해녀가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이승수 작가의 <좀녀 물고기> 작품이 자리한 법환마을이라고 합니다. 해녀의 신체 크기, 형태, 굴곡 등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해낸 작품인데요. 작품의 모델이 된 해녀는 바로 이승수 작가 본인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얼굴의 주름과 살짝 굽은 무릎이 거친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생한 해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고단한 얼굴인 듯하기도 하지만, 입가에 띈 포근한 미소가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웃음짓게 합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에 서 있는 제주 '해녀'의 모습에서 제주의 역사와 장소성, 그리고 법환마을의 풍습이 합쳐져 다가오네요. 


제주문화예술재단 유튜브, '제주 공공미술 올레길 2부' 중

 한 사람의 제주 해녀를 마주한 듯 강인하고 자연스러운 조각상. 행여 추울까, 지나가는 관광객이 스카프나 목도리를 둘러주고 갈 때도 많다고 하는데요. 작품과 관람객이 하나되어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공공미술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 서귀포 (마우로스타 치올리)

제공 제주문화예술재단

 하늘 높이 치솟은 뾰족한 꼬리. 제주의 심장, 한라산을 모티프로 이탈리아 작가 마우로 스타치올리가 작업한 <서귀포> 입니다. 서귀포 시에 이처럼 공공미술 작품이 많이 자리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2012년 마을미술 프로젝트와 2014 예술의 성 국제공공미술 심포지엄입니다. 이 작품 역시 2014년 심포지엄 당시에 제작되었습니다. 


 작가 본인의 경향에 따른 직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는 선에 한라산이 가진 기운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한라산의 웅장함에 압도되었을 작가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네요. 



| 경계선 사이에서 (전종철)

제공 제주문화예술재단

 이미 SNS에서 이 작품을 마주한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바로 전종철 작가의 <경계선 사이에서> 인데요. 앞서 언급했던 2012 마을미술 프로젝트 당시 제작된 작품입니다.


<경계선 사이에서>는 호수 위 징검다리 한중간에 놓여 있습니다. 건너편 정면에서 바라보면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거울 문 앞에 서면 문이 스르륵 열리게 되는데요. 이처럼 징검다리와 거울 문을 통해서 관람객에게 변화하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특히 호수에서 분수가 나올 때 작품에 다가서면 더욱 재미를 더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거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공공미술과 함께 한 제주 서귀포의 여행길, 어떠셨나요? 지역성과 역사성과 예술성을 모두 지닌 공공미술 작품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저 또한 놀랐는데요.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마주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 제주 여행은 공공미술 작품을 따라 투어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 아트맵 에디터 이지민

자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본 글은 제주문화예술재단과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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