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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Aug 08. 2022

곧 개봉하는 영화 <뱅크시> - 뱅크시, 그는 누구인가

뱅크시, 베일에 쌓인 그의 정체

지난 2018년 런던의 한 경매장, 한 작품이 104만 파운드, 한화로 약 15억에 달하는 금액에 낙찰됩니다. 그런데 작품이 낙찰되던 그 순간!


그림이 흘러내리며 무려 절반이 잘려 나갑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언론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한 작가의 SNS에는 피카소의 명언이 남겨집니다. 


‘The urge for destruction is also a creative urge.’

‘파괴의 욕구는 곧 창조의 욕구다.’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작가의 이름은 바로 뱅크시(Banksy). 얼굴 없는 예술가,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뱅크시는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 뱅크시의 영향력은 날이 가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세상 어떤 아티스트보다 미스테리한 정체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뱅크시, 함께 알아볼까요?  



| 미스테리한 아티스트 뱅크시 

뱅크시가 초상화를 그리는 사진 (출처 뱅크시 공식 사이트)


 뱅크시의 얼굴, 나이, 이름 등 모든 신상정보는 모두 미상, 국적이 영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것도 추정일 뿐입니다. 한때 미국 뉴욕에서는 뱅크시가 지명수배 되기까지 했습니다. 뱅크시가 그리는 길거리의 그림은 모두 불법 행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뱅크시가 작품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서 ‘신원 미상의 뱅크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 자신의 작품을 대형 전시관에 몰래 설치하다 

뱅크시가 변장 후 몰래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 뱅크시 유튜브)

 

 2005년 뱅크시는 대형 전시관들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설치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대영 박물관에는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는 미사일 딱정벌레를 전시했습니다. 그 밖에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에도 같은 퍼포먼스를 했지만, 며칠 동안 사람들은 아무도 그 작품이 가짜인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후에 뱅크시는 이 퍼포먼스가 예술을 겉으로만 보기 좋게 여기고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습니다.  



| 뱅크시의 작품을 단돈 60달러에? 

60달러에 판매되는 뱅크시의 그림들(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2013년 10월 뱅크시는 한 달간 자신의 그림을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Better Out Than In’, ‘바깥이 안보다 더 낫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길거리에서 한 노인을 세워두고 그의 그림을 판매했고, 그림을 판매하는 영상을 그의 블로그에 업로드했습니다. 영상에서 행인들은 노인이 가치 높은 뱅크시의 그림을 단돈 60달러에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대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판매된 작품은 고작 8점, 수익은 420달러. 사실이 밝혀진 후 사람들이 얼마나 땅을 쳤을까요? 뱅크시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상업 예술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사람들이 가격표가 붙지 않은 예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 "뱅크시 당했다." 

잘려나가는 뱅크시의 그림 (출처 뱅크시 인스타그램)


 글의 시작에서 소개된 2018년 사건은 사실 2006년 뱅크시가 작품을 그릴 때부터 계획되었던 일입니다. “파괴의 욕구는 곧 창조의 욕구”라는 말을 덧붙이기 전 그는 ‘Going, Going, Gone’이라는 글과 함께, “몇 년 전 이 그림이 경매에 부쳐질 경우를 대비해 액자 안에 몰래 파쇄기를 설치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퍼포먼스에는 자신의 그림이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뱅크시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부 잘려 나가야 했었던 그림이 절반만 잘려 나갔고, 그 작품은 이름까지 변경되어 더욱 큰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고 하죠. ‘소녀와 풍선’에서 ‘쓰레기 통 속의 사랑’으로 말입니다. 작품이 잘려나가는 순간, 사람들은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뱅크시 당했다!”  



| 뱅크시,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뱅크시의 모든 작품에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풍선과 소녀(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위에서 설명드린 파쇄 사건에 등장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한 '풍선과 소녀'. 이름처럼 빨간 풍선과 소녀가 그려져 있습니다. 빨간 풍선은 희망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고, 풍선을 향해 손을 뻗은 여자아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시리아 난민 소녀의 회화 버전'이라는 설이 가장 힘을 얻고 있습니다.   



꽃다발을 던지는 남자(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복면을 쓰고 폭탄을 던지는 듯한 모습을 그린 이 그림. 자세히 살펴보면 폭탄이 아닌 꽃다발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뱅크시는 폭탄이 아닌 꽃다발을 던지는 소년을 그림으로써 테러를 반대하고 평화를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Parking(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뱅크시는 주차장에 쓰여 있는 글자 PARKING(주차)에서 ING를 지워 PARK(공원)로 바꾸고 A 밑에 그네를 탄 여자아이를 그렸습니다. 이 그림에는 아이들의 뛰어놀던 장소들이 점점 주차장으로 채워지는 현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벽에 빨간색으로 그려진 두 심볼은 각각 평화와 마음을 상징합니다. 위 그래피티에 그려진 남자의 직업은 의사입니다. 평화의 마음을 진찰하는 의사의 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평화를 기도하는 뱅크시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 뱅크시의 가치는 끊임없이 상승한다 


 뱅크시의 그림은 특유의 익명성으로 인해, 뱅크시 공식사이트나 SNS에 업로드되기 전까지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뱅크시가 점차 유명해지자 사람들이 요즘 이렇게 말한다고 하네요. 

“뱅크시가 우리 집 벽에 그림 하나 그려줬으면 좋겠다.” 


Aachoo!(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출처 뱅크시 공식사이트)


 2020년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두건을 두른 할머니가 기침하는 모습의 그림을 공개했습니다. 그 그림이 그려진 건물의 원래 가격은 4억, 하지만 뱅크시가 그림을 그리자 그 집의 가치는 72억까지 올랐으며,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2020년 영국의 한 부부가 건물 외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그림을 통째로 떼어내 판매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그림은 개인 구매자에게 판매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매우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자신을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칭하는 뱅크시. 이제는 예술 산타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뱅크시의 또 다른 직업, 영화감독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뱅크시의 공식적인 직업에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다음으로 ‘영화감독’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뱅크시는 실제로 2010년 자신이 감독으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공개했었습니다. 이 영화의 주연은 티에리 구에타와 뱅크시. 그렇다면 어쩌다가 뱅크시가 영화감독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영화에 등장합니다. 본래 티에리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이었고, 그 과정에서 뱅크시와 만나게 됩니다. 뱅크시는 티에리가 자신을 다큐에 담는 것을 허락했고, 티에리는 뱅크시를 찍은 다큐를 뱅크시에게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그 다큐는 정말 형편없었다고 하죠. 이에 뱅크시가 반대로 티에리를 찍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지인들을 등에 업은 티에리가 유명세를 타고, 스프레이로 예술을 시작하는데 그의 작품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판매됩니다. 여기에서 영화의 제목인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작품을 보지도 않고 오직 유명세만으로 높은 값어치를 지불하고, 전시 뒤 선물 가게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를 비판하는 것이죠.  



| 뱅크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영화, 곧 개봉? 

'뱅크시'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8월 11일, 뱅크시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국내 개봉합니다. 영화의 제목은 '뱅크시', 부제목은 '강렬한 메시지를 분사하는 얼굴 없는 예술가'. 위의 사건들은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고, 그의 유명세도 높아졌습니다. 그 덕분에 이번 영화를 기대하는 국내 관객들이 무척 많다고 하는데요. 최근 미리 공개된 영화 스틸컷에는 뱅크시가 작품 활동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어 더욱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이번 영화가 그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주지는 못하겠지만, 미스테리한 아티스트 '뱅크시'와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요?  






점점 높아지는 뱅크시의 인기,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한 가치. 뱅크시가 하는 그래피티 아트는 물론 불법이지만 그가 전하는 그림은 세계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뱅크시의 이슈성도 한 몫 하겠지만 그가 전하는 그림에 담긴 메시지와 용기가 큰 이유일 겁니다. 뱅크시라고 의심받았던 로버트 델 나자가 그 사실을 부인하며 했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칩니다.


“We are all Banksy 우리는 모두 뱅크시예요.”  




글 | 아트맵 에디터 노현승

자료 | 뱅크시 공식 사이트,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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