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상상속 고래를 앵글에 담아내는 작가, 장남원
영우: 오늘 회의 장소는 대회의실이 아닌데 왜 가보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준호: 아, 제가 꼭 보여 드리고 싶은게 있어서요.
영우: 음~~ 전망이 좋습니다.
준호: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건 뒤에 있어요.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화 中 -
6월 29일 첫 방연을 시작으로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취직해 다양한 사건을 풀어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 이유 중 주인공 우영우의 설정은 당연 큰 요인 중에 하나인데요. 이 설정 중 우영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정은 바로 '고래를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4화 중 우영우는 자신의 자폐 때문에 변호사 일을 더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해 퇴사를 결심합니다. 이 때 우영우의 직장동료인 이준호는 그런 우영우를 대회의실로 데려가 거대한 고래사진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 나온 고래는 바로 혹등고래, 몸 길이는 11~16M, 몸무게는 30~40t에 달하는 긴 수염 고래과 고래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고래를 아름답게 앵글에 담아낸 사진작가는 과연 누구일까요?
혹등고래의 아름다움을 앵글에 담은 주인공은 바로 사진작가 장남원, 장남원 작가는 1977년 중앙일보 사진작가로 처음 입사했습니다. 입사 당시 회사 선배들의 수중 사진을 보게 됐는데 이 사진들에 큰 감명을 받아 수중촬영을 연구하고 스쿠버 다이빙까지 익히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장남원 작가는 1979년부터 수중촬영을 시작해 전 세계 바닷속을 누비며 사진을 찍었고, 지금은 다양한 고래를 앵글에 담는 국내 최고 고래 사진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중 사진 자체가 ‘아무나 찍을 수 없는 사진’이지만, 그 중 고래 사진은 더욱 ‘아무나 찍을 수 없는 사진’입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수중촬영은 산소통과 수중촬영장비를 착용하고 바다에 들어가는 반면에 고래 사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고래는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여서 물 속에서 호흡 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듣고 멀리 도망가 버립니다. 그래서 고래 사진을 찍으려면 맨몸으로 물 속에 들어가 잠시 숨을 참고 촬영해야 한다고 합니다.
"바다는 너무나 크고 또 깊어서 고래들의 비밀을 굳게 지켜 주고 있는 겁니다."
위 영우의 대사처럼 바다가 너무 크고 깊은 탓인지 바다에 사는 고래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장남원 작가는 고래를 마주치기 위해 20여일 동안 바다에 배를 띄워야 한다고 이야기 하며, 힘겹게 고래를 만나는 그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고래와 친해지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장남원 작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혹등고래의 사진을 찍으려면 고래와 눈을 마주치고 고래가 도망가는 것을 고래가 더 이상 눈을 피하지 않고 내가 고래와 친해졌을 때 까지 계속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어미 고래처럼.. 고래의 모성은 헌신적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들은 그래야만 해요. 바닷속에는 새끼를 키울만한 안전한 장소가 별로 없으니까요.”
위 영우의 대사처럼 고래는 자신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동물로 유명한데 사람들은 이런 고래의 모성을 이용해 고래를 사냥하고, 그 과정에서 어미고래는 새끼고래를 위해 희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남원 작가는 어미고래와 새끼고래가 함께 있는 장면을 보면 친근하고도 슬픈 감정이 들어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하이라이트로 꼽는 사진이 바로 어미고래와 새끼고래가 함께 있는 사진이라고 합니다.
장남원 작가는 자신이 찍은 고래 사진을 모두 흑백으로 바꿔 공개합니다. 그가 컬러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컬러사진은 처음 볼 때 좋고 예쁘지만 또, 계속 보다보면 실증이 나고 색이 점점 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흑백사진은 오래 지나도 질리지 않고 사진 자체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때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나는 세상 참 재미있게 살았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으니 여한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일어섰잖아요.”
2013년 장남원 작가는 수중촬영을 하던 중 패혈증에 감염돼 큰 수술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남원 작가는 수술 후 다시 수중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위 인터뷰 내용만 봐도 장남원 작가의 고래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지 않나요? 쉽게 보기 힘든 고래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장남원 작가, 그의 열정과 사랑을 가득 담은 고래 사진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 아트맵 에디터 노현승
자료 | 뱅크시 공식 사이트,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