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인 그들이 '화자'가 됩니다. 오는 14일, 연작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가 개막하고요. 이틀 뒤인 16일, 미디어아트 뮤지컬 <클림트>도 무대 조명을 켭니다. 세 화가 모두 동시대를 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했지만, 그들의 작품과 삶의 형태는 완전히 달랐죠. 이러한 예술적 흐름을 어떻게 뮤지컬로 풀어냈을지 궁금한데요!
우선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당일 연작 공연'입니다. 하루에 두 작품을 연달아 공연하며, 한 배우가 두 작품을 동시에 연기하는 방식인데요. 따라서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거나, 같은 날 두 작품을 볼 수도 있습니다. 동시대를 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의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사망한 비운의 천재 화가라는 것과, 두고두고 회자되는 뮤즈와의 러브스토리입니다. 두 화가의 대표작에는 그들의 뮤즈가 그려진 정도니까요. (모딜리아니의 대표작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은 그의 아내 잔이, 실레의 대표작 ‘죽음과 소녀’에는 그의 뮤즈 발리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둘은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함께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화가 모두 인물화를 주로 그렸지만 모딜리아니는 실재도 허구도 아닌 무의식 - 인간의 본능이라는 세계를 표하려 했고요. 실레는 자화상 - 즉 실재하는 자아를 필두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죠. 이번 뮤지컬에서 그러한 실레의 작품관을 반영해, 실레 본인이 스스로 해설자가 되어 자신의 그림과 인생에 대해 노래하는 연출이 특히 돋보이고요. 이렇게 닮은 듯 다른 두 화가를 '연작 공연' 방식으로 다루었다니 흥미롭습니다.
모딜리아니와 실레 역에는 윤승우·김준영·황민수·조성태가, 이수정·금조·이채민이 잔과 발리·에디트 역을 맡았습니다. 출연 배우들 모두 실력파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라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고, 명작과 화가라는 소재를 다룬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가 아주 높아요. 두 뮤지컬이 나란히 11번가 티켓 예매 랭킹 2, 3위를 기록했으니 말이에요. 연작 뮤지컬 <모딜리아니>와 <에곤 실레>는 9월 14일부터 1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합니다.
미디어 아트로도 여러 차례 구현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그 작품들이 이번엔 미디어아트 뮤지컬로 탄생합니다. 클림트는 '나를 알려면 내 그림을 보라'는 말처럼 인터뷰나 심지어 자화상까지, 작품 외 다른 기록을 남기지 않은 미스터리한 화가로 유명한데요. 뮤지컬 <클림트>는 대표작 ‘키스’의 주인공,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의 시선에서 그를 조명했습니다.
뮤지컬에는 클림트와 에밀리뿐 아니라 그의 제자였던 에곤 실레, 그의 또 다른 뮤즈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친구이자 동업자인 프란스 마치, 클림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자 크라우스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여 클림트의 인생사를 입체적으로 다룹니다. 또한 그 많은 사건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그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죠.
특히 1억 3500만 달러(환산하면 약 1860억 정도)라는 천문학적인 가격에 팔려 유명해진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그리는 과정도 다뤘는데요. 이 작품은 클림트가 초상화에 사용하지 않았던 금·은박을 화면에 입혀 자신만의 정교한 기법으로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아주 오래 걸렸다고 하죠. 뮤지컬에서는 초상화 작업 과정에서 모델에게 8시간 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게 한 뒤 클림트의 예술가적 면모와, 귀족인 그녀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까지 진지하게 다뤄낸 인간적 면모를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뮤지컬 <클림트>는 매 시즌마다 쭉 호평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클림트의 황금빛 작품들과 그와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음악, 그의 격정적인 삶의 하모니가 궁금하신 분들은 서울숲 시어터 2관에서 뮤지컬 <클림트>를 만나보세요. 9월 16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글 | 아트맵 에디터 이고은
자료 | 이미지 출처 예스24 티켓,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