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트맵 매거진 Sep 15. 2022

장애 예술가들의 기록, 릴레이 전시 《교환일기》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 온그루에서 진행되는 어느 특별한 전시

 예술은 세계를 보는 눈을 확장시킴으로써 다른 가능성을 경험케 합니다. 만약 이 예술의 매개가 장애가 된다면, 그 주체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세상과 공유하는 새로운 지평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예술가는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 소통의 관계를 통해 잠재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최근 미술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장애 예술인'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청와대에서, 역사적인 첫 전시로 장애 예술인들의 특별전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장애 예술인들이 만들어내는 세계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여기 이 특별한 릴레이 전시에 주목해보세요. 


3회차 《연애일기》전시 전경


 릴레이 전시 《교환일기》는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 온그루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온그루는 2020년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서울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이어 두 번째로 장애 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이 탄생한 것인데요. 그런 만큼 공간 자체에 대한 의미도 깊습니다. 


 '온전한, 완전한, 모두, 전부'를 의미하는 '온'에 나무를 세는 단위인 '그루'가 합쳐져 탄생한 이름, 온그루. 장애 예술인과 지역사회가 어우러져 함께하는 공간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입주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전시 공간, 창작 활동 활성화 등 다양한 취지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런 온그루에서 2022년을 맞이해 기획한 릴레이 전시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1회차 《baking making baking making》전시 전경


 《교환일기》는 일상에서 겪는 경험, 생각 그리고 느낌 등 창작 과정 속에 담긴 작가의 숨은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한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작가들이 날마다 겪는 일이나 생각, 느낌. 이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기록을 서로 주고 받고 공유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하고자 함인데요. 전시는 작품을 '예술가의 기록'이 담긴 일기장에 비유하며, <대화>, <취미>, <상상> 3개의 키워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1회차 《baking making baking making》전시 전경


 첫 번째 소재인 <대화>는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재가 작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했습니다. 작가들이 관심을 갖고 다루는 매체가 어떤 고민과 방식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김동준, 임이정 작가의 《baking making baking making》은 '색'을 재료로 삼아 창작을 이어나가는 작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만의 고유한 생각과 독창성이 담겨 있는 창작 과정이란 마치 '레시피'와도 같습니다. 작가들은 색과 색을 섞어 자신만의 배합을 선보이기도 하고,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을 색으로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마치 빵을 굽는 것처럼 계속해서 발열하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2회차 《거꾸로 가는 달력》전시 전경


 김병준, 윤진석 작가의 《거꾸로 가는 달력》은 '기억의 공간'을 끊임없이 재구성해 나가는 작가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안정감을 주는 장소 혹은 의미 있는 사물을 바라보기도 하고, 일어나는 사건들에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하기도 합니다. 이에 흘러가는 시간 속의 미래는 현재가 되기도 하고, 현재는 과거가 되기도 하죠. 작품을 감상하며 두 작가의 기억 속에 머무르는 듯 공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3회차 《연애일기》전시 전경


 두 번째 소재인 <취미>는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풍경과 사물들이 예술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일상 속 취미 생활에서 관심사를 수집하고, 창작으로 이어가는데요. 이 과정과 작가만의 비밀스런 시선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김지윤, 천수민 작가의 《연애일기》는 희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 음식, 나무 등 주변의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인연들. 마치 일기장처럼 애정을 담아낸 작품들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기원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예술이 희망과 사랑을 만나 치유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지점을 발견해 나가는 전시였습니다. 


4회차 《상상 증폭장치》전시 전경


 세번째 소재인 <상상>에서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들이 지니고 표현해온 상상력이라는 공통된 지점. 서로 다른 표현을 이어가는 작가들이 만나 이 지점이 어떻게 확장되는지에 주목합니다. 


 총 5회차로 구성된《교환일기》  릴레이 전시. 9월 15일부터 4회차 전시인 강동균, 황하윤 작가의 《상상 증폭장치》가 시작되었는데요. 두 작가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노래 가사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 자신만의 풍경을 더해 새로운 세계를 그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순간이 상상에 상상을 더해 새롭게 발견되는 시간. 이들의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 온그루에서 이어집니다. 


  《교환일기》는 장애 예술인의 창작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개인의 기록'이라는 이들만의 창작 과정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들의 세계를 인식하고 천천히 들여다보는 새로운 대화의 시간을 제안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작가들이 펼쳐낼 예술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 온그루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글 | 아트맵 에디터 이지민

자료 | 부산문화재단



본 글은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