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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Feb 05. 2021

이것은 두부인가 조각인가

콘템포러리 아트를 리뷰한다


| 칼 안드레 Carl Andre


 맛집탐방 프로그램에 나오는 두부를 써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저는 칼 안드레의 조각을 떠올립니다두부를 만들고 조리하는 건 예술이 아니고조각은 예술입니다칼 안드레도 두부는 먹어봤겠죠작가가 그때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적어도 197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칼 안드레의 작업은 조각계에 은근히아니 대놓고 영향력을 끼쳐왔습니다흔히 미니멀리즘 조각을 이야기할 때 그를 빼고선 이야기가 되지 않으니까요육면체의 쇠뭉치나무토막이 일정한 질서에 맞춰 놓여있는 그의 조각은 많은 추종자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Carl Andre, 2 cubes on block, Belgian blue limestone, 30 x 45 x 15cm, 2001. 이미지 출처 | artsy

 

 칼 안드레는 한국전쟁이 벌어졌던 시기에 미대를 다녔습니다그리고 전쟁이 끝난 1955년에 군대를 가서 병역의무를 치렀습니다그러니까 군번이 잘 풀렸다고 봐야겠죠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되는 법입니다제대 후 먹고 살길을 찾아간 뉴욕에서 그는 프랭크 스텔라를 만났습니다그 만남은 칼 안드레로 하여금 조각 세계의 테두리를 결정짓게 했습니다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그는 당시에 위세를 떨치던 브란쿠시 류의 조각을 답습하다 사라져간그 즈음의 수많은 미술가 중 한 사람에 머물렀을 거니까요

Carl Andre, THEBES, Western red cedar wood, 120 x 90 x 1080 cm, 2003. 이미지 출처 | artsy


 제 생각에칼 안드레는 세 가지 커다란 주제로 정리가 됩니다미니멀리즘수평조각직설적인 물성이렇게요미니멀리즘은그가 남긴 미술작품을 음악에 대입하면 어떤 뮤지션이 떠오르나요미니멀리즘 하면 필립 글래스로 이어야 마땅하지만저는 독일의 초기 신디사이저 밴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떠오르는군요뭐랄까가차 없이 음악으로 정의된 그 요소만을 정해진 시간 내에 배열한 무미건조함 때문에요칼 안드레의 조각 작품은 조형을 이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직설적인 면이 있습니다저는 그렇다고 그 미니멀리즘 미술이 굉장히 세련된 방식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Carl Andre, Belgica Tin Train, Tin and Belgian limestone, 15 x 15 x 240 cm, 1990. 이미지 출처 | artsy

 

 수평조각이라 함은 원래 조각이 수직에 신경을 쓰는 것과 비교되는 개념입니다조각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지 않게 무게중심을 안정되게 설정하거나 지탱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고 애씁니다몇해 전에 어떤 미술관에서 <수직충동>이란 제목의 소장전이 열렸습니다정말로 작가들이 수직에 대한 충동을 일로 벌였다면 그 충동의 댓구로 이성적인 계산을 깔아야 됩니다작품이 쓰러지면 곤란하잖습니까하지만 그럴 필요 없이 바닥에 턱턱 놓이는 칼 안드레의 작품 설치는 만고 편합니다.


 직설적인 물성이란 말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겠지만생각이 안 나서 그냥 씁니다이런 거죠많은 시각예술 작품이 관람자가 보고 생각했던 재료가 아닐 때 생기는 반전 같은 것고무풍선인 줄 알았는데 금속이라던지 그런 예죠칼 안드레는 그런 반전의 묘미를 쓰지 않습니다딱 봐도 그것들은 나무고금속입니다얼마나 무미건조합니까그 밋밋함이 반세기 넘게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왔습니다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조형이지만 실은 아무 곳에서나 찾을 수 없는 예술 그 자체애드 라인하르트가 남긴 말이 있죠?

“예술은 예술로서의 예술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다른 모든 것들이다.”








글 | 윤규홍 (아트맵 Art Director/예술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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