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에세이집 "책 대 담배"를 읽으면서
읽고 싶은 책과 소장하고 싶은 책은 다르다. 하필 그 책을 내 책장에 꽂기까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는 운명 같다. 조지 오웰의 “책 대 담배”(강문순 역, 민음사, 2020)가 그랬다. 이 책을 사게 되기까지 여러 우연들이 겹쳤고 나는 이런 우연의 반복들을 꽤 좋아한다. 마치 전지전능한 누군가가 내게 “이 책을 꼭 사야 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
지난겨울에 들었던 창작 수업에서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읽었다. 수업 시간이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글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서점에서 책 쇼핑을 하다가 제목이 눈에 띄었다. 나는 특정 두 단어가 합쳐진 것들에 대해 이상한 애착이 있다. 예를 들면 커피와 담배라든지, 책과 술이라든지, 술과 담배라든지. “책 대 담배”를 보는 순간 짐 자무시의 영화 “커피와 담배”가 떠올랐다. 책 제목을 보자,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사고 싶었다. 책은 내 곁으로 왔고 내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책은 내 인생에서 떼어질 수 없다. 과제가 있거나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쓰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무언가를 읽어야 하다는 생각에 나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기 전에 책장을 기웃거린다. 출퇴근하는 길에 읽을 책을 찾기 위해서. 너무 무거우면 하루가 무거워지니까 가볍게 들 수도 있고 짧은 시간 내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책을 책장에서 고른다. 출퇴근하는 버스에서 읽기도 하고, 코트 주머니에 책을 넣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버스 안에서 책을 펼쳐서 읽곤 한다. 주로 단편이 좋다. 도착지까지 30분 이상의 시간이 내게 허락된다면 한 편의 글을 온전히 끝마칠 수 있다. 한동안 내 가방과 코트 주머니 속에 “책 대 담배”가 있었다.
“책을 쓰는 일은 고통스러운 병과의 지루한 싸움처럼 끔찍하고 진 빠지는 일이다. 저항하거나 이해할 수도 없는 귀신에 홀리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그 귀신이 아기가 자기를 봐 달라고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이라는 점을 우리는 안다.”
조지 오웰, "책 대 담배", 강문순 역, 민음사, 2020, 65쪽.
작가들이 글에 관해 쓴 글들은 언제나 소중하다. 계속해서 내게 글쓰기를 생각하게 하고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어떤 계절에는 뒤라스의 글(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윤진 역, 민음사, 2018.)이, 그리고 지난 한 해에는 오웰의 글이 나를 쓰게 했다. 더 책임감 있게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책도 사고 술도 마시느라 내 재정은 허덕이지만 둘 다 포기할 순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