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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Feb 27. 2016

당신을 살게 할 숲이 필요하다

중랑천에 의한 단상2




  숲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요즘 도시에서 숲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집 근처에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기 좋은 길이 있으면, 없는 곳보다 집값이 더 비싸기 까지 하다. 그만큼 도시에 자연이 있고, 나무가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 서울은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도심에도 숲을 만드는 여러 노력들이 꾸준히 이뤄지는 것 같다. 


  숲은 ‘수풀(1.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의 준말이다. 이런 숲을 생각한다면 나는 어머니의 고향 뒷산에 있는, 정말 산 속에 있는 숲밖에 떠올리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숲의 원말인 수풀의 뜻을 살펴보자. 1.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것이라는 뜻과 2. 풀, 나무, 덩굴 따위가 한데 엉킨 것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에 따라 숲을 조금만 더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자. 풀이나 나무 덩굴 따위가 모여 있는 곳, 자연이 어울러져 있는 곳 정도면 어떨까?


  나무들이 무성한 숲이라고 할 만한 거창한 곳이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없다. 하지만 자연이 어울러져 있는 곳, 가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있다. 우리 집 근처에 흐르는 중랑천 과 그 위 도로에 양 옆으로 나 있는 둑길이 바로 그곳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일주일에 3~4번 정도 나는 중랑천을 옆에 두고 중랑천 길을 걷는다. 나는 천이 바로 흐르는 옆 길 보다는 그 위에 있는, 길 양 옆으로 나무들이 줄을 서있는 둑길을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는 그 길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음악과 함께 자연을 즐기기도 한다. 

  음악과 함께 그 길을 걸으면 ‘사람이라는 것이 살면서 어느 일정량 숲과 자연을 만나고 지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길을 걸으면 빌딩 숲만을 걸었던 내게 새로운 어떤 충족감과 만족감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자연이 가득한 길을 걸으면 잊어버렸던 것을 되찾은 기분이 난다. 이와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래 사람은 자연과 함께, 가까이에서,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도시에서 살면서 그런 것들을 잊었다가 자연과 함께하면서 다시 되찾는 것은 아닐까?


  숲은, 자연은 내게 많은 것을 준다. 자연은 내게 영감과 생각, 여유와 활기, 여러 감정들을 선물해준다. 중랑천 길을 걸으면서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한다. 앙상하던 겨울 가지가 잎이 나기 시작해서 녹음이 지고 다시 낙엽이 질 때까지, 이처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과 해가 하늘 위로 떠올라서 지는 모습들, 구름들의 움직임과 하늘색의 변화, 이와 같은 자연 속의 모습들은 내게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그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소소하게 느낀 바를 글로 많이 옮겨 적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연 속을 걸을 때면 다른 생각과 걱정보다 아름다운 숲의 모습에 취해 바라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자연은 내게 여유와 그리고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도록 해주었다. 자연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은 그 순간만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나는 순간을 사랑하고 소중히 하는 법을 배웠다. 또 그러면서도 자연은 변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그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통해 나는 영원의 모습을 엿보았다. 그런 자연을 바라보면서 순간과 영원 그 모순되는 이중성이 자연뿐만 아니라 삶을 생각하게도 했다.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할 줄 알면 생의 순간들을 온전히 살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닌 것은 순간만이 아닌 어떤 영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순간을 소중히 하면서 생을 끝까지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순간을 살지만 영원을 기약하는 사람의 삶처럼.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숲에서의 시간은 바쁘고 삭막한 도시의 생활에 찌든 내게 도시가 줄 수 없는 낭만과 감성이 있는 그런 시간들을 선사해줬다. 또한 그러한 시간들은 지치고 고된 나의 영혼과 육체에 다시 삶을 살아갈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사람은 자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건 과거에도 그랬고, 현대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연에게 멀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언젠가 자연의 품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다시 우리는 자연을 애타게 그리면 찾을 것이다. 생을 살게 하는 그 푸른 녹음, 그것을 우리는 결코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빌딩만 가득한 도시에서도 숲을 찾아 그 속에 푸른 녹음을 새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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