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ginia Woolf
계절을 부르는 것들이 있어.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계절의 일이 있더라. 사람들이 왜 초복, 말복에 치킨에 삼계탕을 먹는지 알 것 같아. 있지, 요즘 계절에 먹기 좋은 음식과 제철 과일을 챙겨 먹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어. 어떤 재미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지만 말이야. 반복되는 하루에 차이를 줄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한텐 특정한 달에 봐야 하는 영화, 들어야 하는 음악, 읽어야 하는 소설들이 있다? 여름에는 “Call me by your name”이 보고 싶고, “4th of July”를 생각나. 자꾸 듣고 싶어 져. 사랑하는 동생의 생일이 다가올 때는 “September”를 들어야 하고...... 그쯤이 퐁네프의 연인을 처음 봤던 계절이라 퐁뇌프의 연인도 봐줘야 해. 늦은 가을밤이면 더더욱 좋아. 매년 12월 21일쯤은 캐롤의 집에 가기로 하여 이유도 모른 채로 설레 했던 테레즈가 생각나. 12월엔 테레즈의 마음을 상상하며 입김이 나는 추위 안에서 “캐롤”을 보고. 크리스마스에는 론과 해리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받기 위해 해리포터를 봐야 해.
오늘 러닝을 하면서 06월에 푹 빠져있었던 glass animal의 “heat wave”을 들었어. 가사를 새겨듣는 편이 아니라서 그제야 가사를 제대로 들었는데, 이 노래가 6월의 한가운데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래서 내가 이 노래에 푹 빠져있었구나, 무의식처럼, 자동 반사처럼. 뒤늦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지. 6월엔 우연히도 “The Hours”를 보았고, 영화를 보고 나니 책이 너무 읽고 싶은 거야. 책장 속에 꽂아 놓고는 잊고 있었던 “댈러웨이 부인”을 그날 침대 곁에 두고 잠들었어. 그리고 아주 천천히 너무나도 느린 속도로 한 권의 소설을 다 읽었지, 거의 8월이 다 되어서 말이야, 소설이 끝이 났지. 거기엔 6월이 있었다. 러닝을 하면서 앞으로 6월에는 “The Hours”를 보고 “댈러웨이 부인”을 읽고 “heat wave”를 들어야겠다고 혼자 다짐했어. 6월, 계절의 일을 추가했다. 너무 바쁜 계절들을 살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6월이 아름다운지 미처 몰랐다? 7월이 오기 만을 기다려서 6월은 그저 지나가는 달이라고 생각했어. 여름을 준비하는 간절기의 그 묘하고 오묘한 아름다움이 6월에 있다. 그 들뜨고 산란한 마음이 “댈러웨이 부인”에 있더라. 아름다워라. 그리고 슬퍼지고.
나에겐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이 쓰여 있는 텀블러가 있다? 웃기게도 그 텀블러가 "댈러웨이 부인"을 사게 된 이유지. 그 문장을 직접 읽어보고 싶었어, 늘.
Mrs. Dalloway said she would buy the flowers herself
댈러웨이 부인의 마음을, “The Hours”의 클라리사의 마음을 안고 나는 나를 위해서 꽃을 샀었다, 6월에.
댈러웨이 부인은 죽지 않았지만,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 6월은 지나갔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