宮﨑 駿
오늘도 “하늘의 움직이는 성”을 봤다? ‘오늘도’라는 부사가 붙는 거 재밌네. 벌써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어. 세는 건 의미가 없다. 앞으로도 갱신될 테니까.
사람마다 너무 사랑하는 인생 영화가 다른 건, 내 생각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똑같은 감동을 받는 게 아니라서 그런 것 같아. 어떤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른 것을 보이고 다른 장면을 사랑하게 만들지. 작은 부분, 대사, 장면을 새로 발견하게 만들어. 나의 경우엔 그런 영화가 내가 오래 사랑하는 영화가 되는 것 같아.
물론, 내게 그런 영화가 많은데, 많아서 축복이긴 한데, 너무 많긴 하네. 그중 하나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야. 의왼가? 이런 말이기도 해. 누군가가 객관적인 평으로 그 영화가 별로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내 가치관을 꺾는 내용이 아니라면) 나에게는 최고의 영화로 오래 남을 거야. 영화가 시작되고 노래가 흐르기 시작하면, 나는 괜스레 가슴이 저리고 이상한 행복한 슬픔에 빠져.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아무리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야. 볼 때마다 사랑했던 장면을 다시 사랑하고, 몰랐던 다른 장면까지 더 사랑하게 되는 그런 영화야. 내가 사랑하는 영화들은 슬픈 사랑의 영화들이 많은데, 아름다운 사랑의 영화가 있다면 바로 이 영화야. 생각해봤는데 나는 대체로 사랑의 전달 불가능성, 상호 불가능성을 내포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 이렇게 사랑을 긍정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정말 드물다. 그래서 소중해.
서로가 서로에게 성장이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고 그렇게 단순한 걸 너무 단순하게 성취해서 이 영화가 아름다워.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동화를 사랑하는 거겠지. 영화 속 대사들이 투명하고 진실해서 듣고만 있어도 위로 받는 기분.
사랑 받을 수 없단 기분이 들거나, 사랑이 더 이상 믿어지지 않고, 사랑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나는 이 영화를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