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cedie Aug 09. 2022

立秋

2022년 08월 07일, 입추, 가을의 시작이다.


어느덧 시간이 달려서 2022년도 벌써 두 계절을 보내주고 두 계절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나온 날들이 남겨진 날들보다 더 많고... 얼마 지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서 생각해보면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아직 8월이면 완연한 여름 같지만, 어떤 시기가 끝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 것 같다고 느낄 때, 그런 순간들은 얼마 가지 않고 순식간에 어떤 계절이 끝나고 지나간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완연하고 영원할 것 같은 이 여름도 얼마 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다. 입추로 들어서면 여름도 끝이 난다는 걸. 추워지는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삶의 순간에서 영원한 시기는 없다.


8월 초에 이게 진짜 여름인가 싶을 정도로 쨍하게 무더웠다. 해는 다시 짧아지고 있는데 그 강도는 왜 줄어들지 않는지, 여름은 원래 8월부터였구나, 그래서 9월이 그렇게 무더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여름 같은 일들도 많이 했다. 동생이 영업한 수박주스를 자주 마시고, 좋아하는 복숭아도 오랜만에 자주 먹고,  수영을 다니고, 민소매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사고, 락페스티벌도 다녀오고.

그렇게 8월의 시작을 보내고 나니, 비가 왔다, 하늘이 뚫릴 것처럼. 서울엔 기록적인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비가 오라 할 때는 안 오다가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온다니. 이제 계절이라는 것도, 흐름이라는 것도 손 쓸 수가 없게 많이 망가졌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특히 이 일기를 쓰면서 계절과 절기가 더 이상 맞지 않다는 걸. 평소와 너무 다른, 매번 새로 맞게 되는 생경한 계절에 살고 있다는 걸 더 자주 느낀다.


비가 꽤 오래 올 거라던데, 다들 괜찮을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어떤 계절이 찾아오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七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