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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Aug 24. 2022

處暑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한국세시풍속사전 인용)는 오늘은 08월 23일, 어느덧 팔월의 말, 처서이다.


어제저녁, 비가 오는 걸 보니 오늘은 왠지 요즘 날씨와 다르게 쌀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제저녁에는 추워서 선풍기는 틀지도 못하고 여름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잠이 들었다. 창문도 활짝 열어 놓지 못했다. 서늘한 밤공기가 느껴져서.

회사 동료와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이런 날은 산책 안 하면 아깝잖아요" 정말. 맞아요. 일하면서 고개를 들 때마다 보이는 창밖으로 뭉게구름 여럿이 사이좋게 높이 걸려있었다. 가까운 남산 한옥마을로 산책을 갔다. 산책 가는 길에 햇살을 쨍해서 눈이 부시는데 맨살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서 놀랐다. "바람이 차요, 진짜 가을이 오나 봐요"


산책하러 나가면서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오늘 날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나는 절기 일기를 써야 하길래 오늘이 처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오늘 처서예요라고 말해주었더니, 진짜 절기라는 게 신기하게 그 시기가 되면 날씨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했다. "에이, 이렇게 더웠는데 시원해지겠어? 했는데, 정말 시원해지더라고요. 조상들의 빅데이터 무시 못하네요"하고. 절기 일기를 쓰면서부터 가까이 다가온 기후변화를 느끼고, 이제 절기도 흐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계절의 흐름을 기다리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 혼자 일기를 쓰고 있는 기분은 아니었다. 괜스레 인스타그램에 오늘 절기에 관한 스토리가 뜨면 혼자 절기를 쇠고 있는 건 아니군, 그런 동질감도 느낀다.


어릴 때부터 비염을 앓고 있어서 계절이 바뀌는 걸 피부로는 먼저 느끼진 못해도 코가 귀신 같이 안다. 요 근래 바뀐 공기에 코가 예민해졌는지 재채기가 엄청났다. 오늘도 수영을 다녀오고 나서 예민해진 코로 연속되는 재치기에 정신이 없었다. 동생과 나 모두 비염을 앓고 있어서 둘 다 코가 벌게졌다.


계절이 오고 그리고 또 가는구나.

이제는 코도 피부도 모두 느끼고 있다. 여름옷 아직 많이 못 입었는데,,, 방심하면 내년에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부지런히 여름옷을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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