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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Jun 11. 2018

열리고 닫히는 문들에 대하여

영화, <아직끝나지않았다/Jusqu'à la garde>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결말을 다루고 있는 리뷰입니다.

이 영화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잔잔한 톤으로 시작된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나고, 이어지는 법정 장면을 통해서 이혼 재판을 하고 있는 한 부부를 만나게 된다. 오고 가는 두 변호사와 부부의 말로는 (영화 속 재판장의 말을 빌리자면) 누가 더 거짓말쟁이인지 겨루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 정적인 장면에서도 나는 폭력의 냄새를 맡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이를 때까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터질 것 같은 긴장감과 불안감이 영화 속 내내 흐르는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 줄리앙은 자신의 아빠를 “그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그건 누나인 조세핀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를 싫어하는, 넘어서 두려워하는 자식들과 엄마. 명백한 폭력은 드러나지 않지만 남편 앙투안의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들은 그 불안과 긴장을 증폭시킨다. 영화 속 생일은 맞은 조세핀이 노래를 부르며 불안한 눈빛으로 동생 앙투안과 엄마를 찾는 장면을 잊기 힘들다. 일상 속, 행복한 순간에도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그들을 감싸고 있다.


  이 영화의 다른 부분도 보다 "문"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리스 가정문제를 다루면서 그리스 사회를 비판했던 영화, 은밀한 가족(Miss Violence) 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람 이후 생각났다. "은밀한 가족", 영화의 첫 장면에서 문이 열리면서 두 소녀가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문이 닫히면서 잠구는 소리가 들리고 카메라는 그 문 밖에서 문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문이 열리면서 우리는 그들 가정의 생활을 엿보고 다시 닫히고 잠기는 문을 보며 멀리 떨어지게 된다. 닫으면 우리가 열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의 문제에 닫힌 이상 개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이러한 "문"의 상징에 대해서 생각할만하다. 미리암과 자식들은 미리암의 부모님의 집에 살다가 새 집을 얻어 이사를 한다. 앙투안은 아들 줄리앙을 추궁하여 집의 위치를 알아내고, 줄리앙을 앞세워 닫힌 문을 열게 한다. "내가 사는 자식들이 어디서 사는 줄은 알아야지." 그런 명분으로 가정이라는 그들의 공간 깊숙이 앙투안을 들어간다, 줄리앙을 빌미로.


  문은 문 안의 공간이 있으며 그 공간을 밖과 이어주지만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문 안의 공간은 문안에 있는 사람들이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앙투안은 자식들과 엄마 미리암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가족으로서 가족들에게 거절당한 구성원이다. 그는 법이라는 사회적 절차에 의해서 그 울타리를 파악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그리고 마지막 시퀀스, 우리가 우려했던 바대로 모두가 잠든 시간에 앙투안은 미리암과 자식들이 사는 집을 찾는다. 벨을 여러 번 누르고 답해주지 않자 문을 세게 두드리거나 발로 차면서 이 문을 열라고 말한다. 심지어 가져온 총으로 문을 쏘면서 무력을 통해 경계를 허물려고 한다.


  또 다른 문 안에 있던 이웃집 사람은 문 안에서 문 밖을 보며 사태를 파악하고 대신 신고한다. 가정의 문이 무력으로 열리기에 미리암은 또다시 전화 통화 중인 경찰의 조언을 통해 잠글 수 있는 문으로 다시 경계를 만들고 그 문 또한 앙투안은 무력으로 허물려고 한다. 그러던 중 경찰이 와서 사태는 종료되었지만 경찰이 들어와 사태를 수습하고 미리암과 줄리앙은 마음을 추스르고 옷을 입는다. 이때 이웃집 사람은 살며시 열어진 문 틈 사이로 강제로 열어진 그 문을 보지만 경찰이 다시 문을 닫는다.



  가정폭력은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그 폭력을 인지하고 사회적인 신고를 하기까지도 어렵고 때론 어떤 사회에서는 가족의, 가정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여 사회적 차원에서 관여하려고 하지 않는다. 가정의 문제는 문이 닫히면 이웃집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처럼 도와주기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가정 폭력은 우리 곁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늘 존재하고 그러나 이 영화 속 가족에게 사회적인 개입은 어떠하였나 생각해보면 오히려 폭력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건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반면에 가정 속 약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 아이러니함과 모순.

  문은 열리고 또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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