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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Jul 19. 2018

그댄 달라요

영화 <빅식, The Big Sick>

이 리뷰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하였습니다.




  파키스탄에서 미국으로 온 남자, 쿠마일. 그리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 여자, 에밀리.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에 대한 사랑 이야기이다. 

  스탠드 업 코미디 쇼를 하는 쿠마일은 그날도 어김없이 무대에 올라갔다 끝난 후 한 여자와 만난다. 누가 봐도 다른 나라에서 온 것 같은 외모와 심지어 첫 만남에서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한다. 여자의 이름을 물어보고 냅킨에 그녀의 이름을 우르두어로 써서 보여준다. 그에 대응하는 여자도 만만치 않다. "이렇게 하면 여자들이 매번 넘어와요?" 그렇게 그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아는 상태로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로맨스가 그러하듯이 서로에게 점점 녹아들어가고 사랑하게 된다. 


  쿠마일은 자신이 파키스탄 출신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파키스탄에서 왔다고 말하고 그걸 자신의 쇼에 사용할 정도이다.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지금도 그는 가족들과 정해진 날에 식사를 하고 떠밀려 기도를 (하는 척)하고, 어머니가 소개해주는 정략결혼 후보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사진을 상자 속에 차곡차곡 모아 놓고 있다. 그에게 파키스탄에서의 삶과 이슬람 종교와 가치관은 미국 땅에 있어도, 미국에서 살아도 지켜야 하는 것이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점, 그 점이 둘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금이 가게 한다. 쿠마일은 살아오면서 받아들인 문화와 가치관들을 벗어날 생각 따위는 꿈도 꿀 수 없고 그 길을 선택하는 건 가족들과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다. 쿠마일네 가족 식탁에서 백인과 결혼한 친척 이야기가 나오자 그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취급당하는 것처럼. 그건 쿠마일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쿠마일은 가족을 도저히 버리지 못하고 에밀리는 그런 쿠마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에밀리는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치료를 위해 코마 상태에 이르는데, 이때 에밀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쿠마일에게 자신에게 입혀진 것들을 벗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는 그녀가 잠든 14일간 그가 그녀에게 말했던 것처럼 천년이 넘은 문화와 싸우게 된다. 자기 자신이 었던 문화와 삶과 가족들을 벗어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우리나라처럼 문화나 가치관이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회의 사람들은 쿠마일의 인생이 살아왔던 삶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왜 자기가 결혼하고 싶고 연애하고 싶어 하는 상대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못하지? 그 마음은 에밀리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가족들에게 나를 소개하고 정략결혼이 전통인 건 알지만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에밀리는 쿠마일이 자신을 만나면서 정략결혼 상대들을 만나고 가족들에게 자신을 소개하지 않는 일들이 그의 문화에서, 그의 가족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 자체가 에밀리는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으니까. 


  사실 영화는 너와 나의 차이를 극대화시키고 너와 나가 결국엔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설정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일상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도 가정에서 각자가 속했던 지역과 종교 (무교이든)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많은 것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받았고 그건 너와 나, 그대가 다른 이유이다. 그러나 사랑은 이 영화에서처럼 너와 나가 같아서 같은 사람이라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시작하더라도 결국 너와 나의 다른 점을 서로 알아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꼭 남녀나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쿠마일에게 반대하던 엄머니와 아버지도 결국엔 쿠마일을 받아줬을 테니까 그런 것처럼.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그 실화의 주인공이 주연으로 자신의 역을 맡고 각본을 썼다고 한다. 이런 일들이 실화라니,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2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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