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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Aug 26. 2018

락 페스티벌이 얼마나 재밌게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18.08.11-12


락 페스티벌 얼마~나 재미있게요?



  음악이라고 하면 대체로 가리지 않고 다 잘 듣지만, 나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인가? MUSE라는 밴드를 알게 되고 난 그 후로 밴드 음악에 빠졌었다. 언젠가는 꼭 밴드에 들어가야지 그런 소망도 있었다. 

  MUSE의 TIME IS RUNNING OUT을 들은 이후로 쭉 나는 락 장르 음악을 즐겨 들어왔고,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소망하던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다.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은 꽤나 재미있는 것이었다. 밴드 동아리를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또 다른 작은 소망이 생겼는데, 그건 "락 페스티벌을 가고 말 테다."라는 것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나의 처음 락페스티벌을 다녀왔고 페스티벌 형식의 콘서트를 다녀와서 완전 푸욱 빠졌다. 그 페.스.티.벌이라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분위기와 심장이 뛰는 단어에 나는 반해버렸다. 그 뒤로부터 나는 매년, 한 번이라도 꼭 페스티벌을 다녀온다. 올해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얼마나 재미있었게요??

  말도 마세요. 정말 재미있었다. 나이는 들어서 점점 뛰고 노는 것이 힘에 부칠 만도 한데 지난주 주말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을 때는 (인천에서 서울까지 한 시간하고 조금 더를 차 안에서 달려왔지만, 내 귀엔 그날 들은 마이블러디발렌타인이 떠나지 않았고) 달아올라서 식지 않는 뺨과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재우느라 늦은 새벽까지 뒤척일 정도로 락페의 여운은 강했다.  


  음, 그럼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들어가서, 락페가 왜? 재미있냐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 살을 부대끼고 땀 냄새와 술 냄새 오만가지 냄새와 시끄러운 기타 소리, 함성 소리,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만 해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공연은 잘 녹음된 음원을 듣고, 잘 보이게 찍힌 영상을 보는 재미도 있겠지만, 무대를 앞에서 체험하고 온다는 건, 페스티벌을 체험하고 온다는 건 정말 잊히기 쉽지 않은 경험이다. 

  나는 "60-70년대 히피가 되고 싶어."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은근히 소망하는 사람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이기도 하고 나의 황금시대는 그 시대다. (물론 히피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 찾아본 책을 보고 모든 것이 그렇듯 낭만은 낭만이라는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서 나는 페스티벌이 좋았다. 그러나 일렉트로닉 기반의 디제이 음악들에 몸이  죽어도 안 움직여주는 관계로 UMF나 월디페 같은 페스티벌은 다녀온 적이 없다. 거기는 어떤 분위기인지 모르나 락페는 어떠하냐면요. 

  기차 타기, 모르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 어깨 위에 손을 얹어서 모르는 사람끼리 박수를 쳐가면서 공연장을 누비고, 모르는 사람이 누구랑 부딪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자기를 슬램 무더기에 던지고, 격한 슬램들을 보면 가끔 이 사람들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을 여기서 소화시키러 왔나 싶기도 하지만, 누군가 넘어지면 먼저 나서서 손으로 보호하고 워우어 하며 걱정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까 몸 부서져라 다른 사람을 친 사람들이 맞나 싶다. (옆에 사람들이 하도 슬램하는 사람들의 슬램존을 보고는 "이 사람들 공연 보러 온 거 아니야. 공연은 안중에도 없어."라는 말을 들었다. 대체 이런 곡에도 슬램을 하겠다는 거야?!라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그게 되게 중독성 있다. 우리나라에는 카니발 문화가 없지만 그런 느낌이랄까. 물론 지정된 구역에서 흡연을 하고 향정신성약품도 가져오면 안 되시구요. 술도 성인인증을 해야 마실 수 있지만 스탠딩 구간 앞에서 내가 뭘 하고 춤을 추고 해도 자유로운 느낌. 처음 가봤을 때는 내가 다른 차원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 시간 동안은. 다음 시간이 되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찾아가고 무대에 진과 땀을 (나도, 무대 위의 그대들도) 다 같이 빼고 다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안은 내일 뭐하지? 이런 고민도 없고 그냥 지금 즐거우면 다인 거. 정말 순간을 즐기고 올 수 있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아서 체력이 아주 거지 같은 나도 13시부터 밤 10시까지 공연이 이루어지는 시간 동안 정말 빨빨 거리고 돌아다녔다. 매일 대략 삼만 걸음이나 걸으면서. 땀을 흘리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인데 어쩔 수 없이 더워서 쩔쩔매도 노래를 듣고 그 안에 빠지다 보면 땀 흘리는 것도 모르게 좋고. 

  마지막 날 밤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 Vanlentine)을 봤을 때는 지쳐서 앉아서 쉬다가 좋아하는 앨범의 노래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끌려 무대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친구랑 손을 잡고 돌고 안고 기쁨에 소리를 지르고 춤추고 또 누워서 음악에 잠기다가 이 정도면 만다라도 보고 환생도 한 거라며 친구랑 웃으며 까르르 거리며 말했다. 가서 눈 감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리듬만 느끼고 또 눈 감은 채 음악은 귀가 아플 정도로 나오고 조명은 눈을 감아도 눈부시는데도 그 모든 것을 가만히 느끼는 기분, 그게 너무 좋다. 드럼 소리가 울릴 때마다 울리는 내 몸의 진동, 그 모든 체험이 정말 나는 즐겁다. 음악 속에 있다 오는 기분이다. 육체적으로는 힘드나 내가 일상을 지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그곳에 뛰면서 떨어뜨리고 오느 기분이다. (건강한 카타르시스 같은 기분이랄까요?) 


  밴드 음악이 소비가 되지 않는 시기라서, 장르가 유행인 시대가 아니라 락 페스티벌은 많이 죽고 있다. 뭐 락 페스티벌에서 뮤직 페스티벌로 이름도 바뀌고 뭐 그건 수요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여러분 락페는 매우 재미있으니 락페가 사라지지 않도록 제발 가주세요. 우리 내년 락페스티벌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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