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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Dec 18. 2018

너와 나의 노래가 계속 울린다.

Cigarette after sex의 K

너와 나의 노래가 계속 울린다.


  Cigarette after sex의 “K”라는 노래가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들려준 노래이다. 그게 2016년의 가을에서 겨울이었는데, 지금처럼, 딱 지금과 같은 날씨였다. 그래서 나는 11월이 되면 누군가를 생각하고, 11월에 만났던 그와의 추억을 되돌려서 "내가 그때는 무슨 옷을 입고 다녔는데", 그때보다 춥게 입고 있는지 아닌지를 생각하고, 또 11월이라는 사실에 우울해지는 것이 이 절기의 습관이 되었다.

 

  cigarette after sex는 그때 내가 처음 듣는 뮤지션이었다. 멜론에선 아직 뜨지 않아서 유튜브로 찾아 듣곤 해서, 그래서 더 자주 들을 수 없어서 그 노래를 듣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곤 했었다. 2년이 지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카페에서 그 노래가 나온다. 그가 처음 들려준 지 벌써 2년이 지난 그 노래가. 그때만 해도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밴드여서(아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고, 아는 이를 만나면 묘한 동질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가 나에게 알려주어서 그와 나만 알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고 그 노래가 더없이 소중했다. 그때는 어떤 누군가와도 공유하지 않은 경험이라고 느껴졌는데.... 그 노래 속에 우리 둘 만 갇혀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이별 후, 우연히 찾은 술집과 카페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나는 다시 그와 나의 시간으로 빠져들어 대화를 멈추고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얼어붙으면서, 또는 녹을 수밖에 없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이 노래는 어디가에서는 마주친다. 오늘 이 카페에서처럼.



  처음 보는 어떤 이와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그 밴드를 이야기하거나 들으면 자연스레 네가 생각난다. 이 밴드는 이제 너를 빼놓고는 나에겐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밴드가 한국에 내한을 올해 정말 많이 왔는데도 가지 못했다. 이미 나에게 없어진 너에게 내가 미련을 보이는 것 같아서. 한 때는 이 노래를 일부러 피했던 적도 있고 어떤 날은 너를 더 떠올리고 싶어서 이 노래만을 계속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너는 왜 크리스틴이 아니야?”라고 그는 나에게 묻곤 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우리가 함께 있을 때마다 그는 이 노래를 틀어주었는데, 그와 함께 있는 시간엔 이 노래의 멜로디도 공기 속에 같이 떠있었다.


Think I like you best when you're dressed in black from head to toe



그래서 나는 그 노랫말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으로 입고 너를 보러 가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하였다. 난 지금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이야. 그래서 이 노래에서는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을, 그리고 너와 함께 하고 나서 푹 빠져 버린 이 밴드의 다른 노래에선 그리운 너를 찾았다. 때로는 이들의 노래가 네가 나에게 해주는 말 같다고도 생각했다. 네가 이 노래를 들려주면서 네 맘과 같다고 말했으니까. 아직도 노래에 너를 담아 기억하는 내가 좀 무섭거나 구질구질하지. 매일 너를 생각하지 않는 요즘에 나를 2016년의 가을로 나를 데려다주는 건 바로 이 노래야. 이 앨범 속에는 네가 빠지지 않아. 이 밴드 음악 속에는 네가 빠지지 않아. 이미 너무 유명해져 버려서 너는 이 밴드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이미 너무 유명해져서 내가 가는 카페와 펍에서 자주 나와서 그래서 더 자주 들어서 더 자주 너를 떠올리게 만드는 일들이 좋은 일일까? 아니면 우리만 알고 있던 노래가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게 더 이상 너와 나만의 일이 아니게 되어버려서 슬픈 일일까? 나에게 너와 나의 노래였던 노래가 올 겨울에도 자주 반복되고 있어.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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