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리스관 전시
요란한 채색이나 장식을 보면 무당집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무당집을 본 적이 없으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짐작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국민학교(나는 초등학교 세대가 아니다) 다닐 때는 동네에 무당집도 있었고, 당연히 굿하는 모습도 종종 보았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드물게 무당 굿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 무당집 같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란한 원색과 지나치다 싶을만치 요란한 장식을 해 놓아혼이 쏙 빠찔 것 같은 분위기를 비유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만큼 무당집은 화려하고 현란한 장식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신을 모신 집이니 사람이 신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장식을 바쳤을 것이다.
그리스 신전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말하면 무당이 신을 모셔놓고 신과 인간 사이를 매개하기 위해 벌이던 굿이나 사제들이 신을 모셔놓은 신전에서 폴리스의 시민들의 복을 기원하며 의식을 거행하던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런 만큼 그리스 신전도 사람들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최대의 화려함으로 장식했다. 그런데 우리는 신전도, 다양한 신상도 원래부터 하얀 대리석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2500여년이 지나는 동안 대리석에 채색되었던 색이 바래서 사라졌기 때문에 현대의 우리는 그리스 신전이 대리석 고유의 흰색으로 지어졌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신전에 모셔졌던 신의 모습도 대리석 고유의 하얀색 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할수록 대리석 위에 남아 있는 색의 흔적을 정밀하게 연구하게 됨으로써 고대 그리스의 신전과 조각상의 채색이 되었던 원래 모습을 재구성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신전과 신상만이 아니라 삶 속의 다양한 의례용품으로 제작된 대리석과 청동상에도 채색이 되어 있었다.
이와 같이 대리석에 채색을 하는 전통은 로마제국에도 이어졌다. 초상 조각이 대단히 발달했던 로마였던 만큼 실재했던 인물들의 초상조각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조각에도 실제처럼 채색이 되어 있었다. 전시장에는 칼리귤라 황제의 초상 조각을 재현해 놓았다.
현재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리스관에서는 고대의 채색이 된 작품들의 원래 모습이 어떠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Chroma : Ancient Sculpture in Color>전시가 열리고 있다. 10월말 메트에 갔을 때 그 전시를 보았는데 전시장에 전시된 채색된 작품은 거의 모두 사진으로 찍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채색된 대리석 조각과 청동조각, 그리고 고대 로마로 이어진 채색의 전통까지 살펴 볼 수 있는 전시였다.
Reconstructions of a marble statue of a woman wrapping herself in a mantle(so-called Small Herculaneum Woman), 2019
Reconstruction of a marble archer in the costume of a horseman of the neighboring peoples to the north and east of Greece, from the west pediment of Temple of Aphaia, Variant C, 2019
left: Marble funerary stele (grave marker) of Euklela, BC 4th Century / right: Reconstruction of the marble funerary stele of Paramythion and Pheidiades, Variant B, 2008
Reconstruction of one side of the so-called Alexander Sarcophagus, with a battle between Greeks and Persians, 2006
left :Marble portrait bust of the emperor Galus, known as Caligula, Roman, Early Imperial, Julio-Olaudian, A.D. 37-41 / right : Reconstruction of a marble portrait of Emperor Gaius Julius Caesar Augustus Germanicus, called Caligula, Variant B,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