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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 재 Oct 26. 2021

삶의 조화

음악의 진정한 의미

아폴론, 피타고라스, 부처님, 공자의 공통점은?

...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조율을 잘 맞춰야함을 음악의 비유로 가르침을 주신 분들이다.

아폴론은 음악, 의학, 궁술, 이성을 상징하는 신이다. 아폴론을 음악의 신이라고 지칭할 때는 단순히 음악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음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즉 조화와 질서를 상징한다. 리라나 키타라를 연주하는 모습의 아폴론이 보여주는 궁극의 의미는 음들이 이루는 조화와 질서를 통해 우주가 움직여가는 조화와 질서를 상징함이며 우주의 질서 아래서 우리의 삶 역시 조화롭게 이루어져야함을 상징화한 것이다. 그가 이성의 신으로 상징화 되는 것 역시 이런 조화와 질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대의 음악과 관련한 신들은 바로 이러한 차원 높은 상징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뤼라를 들고 있는 아폴론  / 키타라를 들고 있는 아폴론
<천체의 조화> 천상에 아폴로신이 앉아 있고, 그 옆으로 삼미신이 있다. 아래로 9뮤즈, 행성들, 화음(음악의 비례)이 연결되어 있다. 르네상스시대 판화작품




피타고라스(BC582? ~ BC497?)는 만물의 근원을 "수"라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는 당시의 선진문명인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접한 후 56세에 고향으로 돌아와 그리스의 식민지였던 남이탈리아의 크로톤섬에 최초의 철학공동체를 결성했다. 그가 추구했던 공동체의 종교적 교의는 윤회와 사후의 응보, 육식을 금하는 등 불교의 교의와도 닮은점이 있다. 그는 수학을 중시하였는데, 일현금을 통해 음정이 수적 비례를 이루는 현상을 발견하고 음악을 수학의 한 분과로 보았다.  


피타고라스
중세의 판화작품(피타고라스가 종과 여러 악기들을 피타고라스의 비례로 조율을 하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천체가 수학적 법칙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믿었다. 이 수학적 법칙은 음악과 우주의 조화와 관련이 있다. 피타고라스는 지구와 떨어져 있는 거리에 따라 각 행성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고유의 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행성들이 함께 움직일 때 완벽한 하모니-천체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다.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중 피타고라스 부분, 1509-1511




라파엘로가 로마 바티칸 궁의 교황의 서명실에 그린 <아테네 학당> 속에 피타고라스가 등장한다.  그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앞에 놓여있는 화판에는 그의 가장 중요한 발견인 화성학(Harmony Theory)의 수학적 비례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위의 피타고라스 앞에 놓여있는 화판 속의 도표인 "Epogdoon"




부처님께서도 거문고의 비유를 통해 삶의 조화로움의 추구를 가르치셨다. 관련한 가르침을 <잡아함경 이십억이경>의 거문고 비유에서 살펴볼 수 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소오나(이십억이) 비구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열심히 선정을 닦았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비구로서 보다는 속세로 돌아가 복을 짓는 삶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그의 마음을 살피시고 그를 부르셨다. 소오나 비구는 속세에 있을 때 거문고를 잘 탔다. 부처님은 그가 잘 아는 거문고를 비유하여 그에게 가르침을 주신다.


"소오나, 너는 세속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다지?"
"네, 그랬습니다."

"네가 거문고를 탈 때 만약 그 줄을 너무 조이면 어떻더냐?"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었을 때는 어떻더냐?"
"그때도 잘 나지 않습니다. 줄을 너무 늦추거나 조이지 않고 맞게 잘 고루어야만 맑고 미묘한 소리가 납니다."

부처님은 소오나를 기특하게 여기면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너의 공부도 그와 같다. 정진을 할 때 너무 조급히 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리면 게으르게 된다. 그러므로 알맞게 하여 집착하지도 말고 방일하지도 말아라."
                                     (인용출처: http://www.inyeon.org/M/23-2.html )

그는 오래지 않아 번뇌가 다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어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이 가르침은 삶의 중도를 가르치는 중요한 가르침 중의 하나로 자주 회자되는 구절이다.



이경윤, <월하탄금도>


공자께서도 예악을 중요시 하셨다. "예악((樂)"이란 의례와 음악을 의미하는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고자 했던 중국사람들에서 자연의 순환은 거대한 우주의 질서였다. 그 질서에 따라 사람들도 자연과 조화로운 삶, 사회와 조화로운 삶, 나아가 사람간의 조화로운 삶을 예악을 통해 도모함으로써 유가의 목표인 인을 이루고자 했다. 유교가 국가의 통치이념이었던 조선시대의 우리나라에도 이 예약사상이 영향을 미쳤다. 


조선시대 선비화가들의 그림에 보면 유독 달 밝은 밤 거문고를 연주하는 그림들이 많다. 거문고는 선비들이라면 연주할 줄 알아야하는 교양의 악기였다.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이 거문고라는 하나의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한다는 교양의 덕목만을 상징했겠는가. 그것 보다는 바로 거문고를 통해 우주의 질서를 깨닫고 조화로운 삶과 중도의 삶을 깨우치라는 더 차원높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란 크게는 우주의 질서이자 자연의 순환을 상징했고, 또한 우주와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관계짓는 방식이었다. 작게는 사람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의 질서이자 개인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조율함으로써 중도의 삶을 깨우치도록 이끄는 가르침이었다. 아폴론, 피타고라스, 부처님, 공자께서 모두 음악을 중요시 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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