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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 재 Nov 03. 2021

살랑이는 버들잎에 바람이 보이고....

모네와 문봉선의 버드나무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 중 물의 정원은 모네에게 수련 연작을 낳게한 아름다운 장소이다.  모네의 <수련>연작과 일본형의 구름다리가 걸린 정경을 그린 작품들은 유명하다. 


모네의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아침>을 보면 마치 옆으로 긴 동양의 두루마리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아침의 산뜻한 햇살을 받았는지 강물이 경쾌하게 반짝이고 있다. 미풍이 부는지 버들잎이 살랑이고 있다. 아침시간이라 그런지 수련은 꽃잎을 오무리고 있다. 아침에 숄 하나 걸치고 커피 한 잔 들고 나가 버드나무와 수련과 물빛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여도 좋겠다. 하늘과 햇살과 아침의 대기를 폐부 깊이 호흡하며 산책을 하여도 좋겠다. 버드나무 아래에서 조용히 책을 읽어도 좋겠고, 명상을 하여도 좋겠다. 나른한 점심 무렵에는 버드나무 그늘 밑에 배깔고 누워 물에 비친 하늘과 구름과 물 위에 피어있는 수련을 감상하다가 스르르 낮잠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모네,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아침>, 대장식화, 1920~1926년,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
위의 작품의 왼쪽 부분 확대



우리에게도 버드나무를 그린 작가가 있다. 나는 문봉선 작가의 서정성을 대단히 좋아한다. 그의 <음률>에는 흐르는 강물 위에 낭창하게 버들 잎이 늘어져 있다. 바람이 산들거리는지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버들잎이 춤을 추는 것 같다. 가는 버들가지와 굵고 가늘게 찍듯이 그려낸 버들잎에서 리듬이 보이고, 바람에 파문이 이는 물결에서도 음률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소리와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문봉선, <음률(音律)>, 화선지에 수묵,124×246 cm, 2002



<유수(流水)>에는 달빛이 교교(皎)하게 비친 강가에 가녀리게 가지를 드리운 버드나무가 서 있다. 가을의 달밤인가? 물에 비친 달빛이 차갑다. 이미 잎을 다 떨군 버드나무는 가녀린 가지만 늘어뜨렸다. 달밤의 적막함 속에 고요히 물이 흐르고 있다. 


문봉선, <유수>, 90×43 cm, 지본수묵, 2007




모네가 햇살이 열리는 아침 시간의 버드나무를 그렸다면, 문봉선 작가는 빛이 잦아든 시간, 또는 달밤의 은은함 속에 있는 버드나무를 그렸다. 모네가 그림 속에 대상을 통해 빛의 생명력을 잡아 냈다면, 문봉선은 대상을 통해 생명의 지속성과 생명의 수렴성을 포착했다. 같은 버드나무를 두고도 보는 방식이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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