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파묘」②

단죄는 개별적이어야 하지 않나요?

by 아노 Art Nomad

― 선정영화 : 「파묘」(2024)

― 장르 :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드라마, 서스펜스, 퇴마, 오컬트, 역사, 크리처

― 선택한 등장인물 : 조셉의 전담 간호사 / 신경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내내 우는 조셉을 안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그녀가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소설, 『별을 헤아리며』를 읽다가 잠든 사이 조셉의 증조할아버지 박근현의 혼이 찾아와 조셉을 노린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0811


* 이 작품은 영화 「파묘」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0&ie=utf8&query=%ED%8C%8C%EB%AC%98



아, 그 아이의 집안이 나치즘에 빠졌다는 건 그런 말이 아니에요.


집안사람 중 누가 아리아인이라는 말은 아니었어요. 그건 어디까지나 비유랍니다. 조셉이 한국계 독일인이며 가문 사람 중 나치에 공헌한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 억지거든요.


한국은 우리 미국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인종 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한민족으로 형성된 국가라 듣기도 했고요. 신기하죠? 어떻게 그런 나라가 있을 수 있는지. 하지만 정말이에요.


혈통주의, 민족주의? 물론 있었겠죠. 자기 고유문화를 자랑스러워하는 국가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겠어요? 당장 가까운 영국만 해도 우리 미국과는 선을 긋잖아요.


그런데 한국은 민족주의 때문에 혼혈이 별로 없다고 하긴 어려워요. 굳이 따지자면, 너무 외진 곳에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한국은 반도 국가거든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시아 대륙의 땅끝이라고 해요. 맞아요. 유럽으로 치자면 이탈리아 같은 곳이겠네요. 그럼 대답해 봐요. 국가를 넓히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면 막힌 곳을 치고 들어갈까요, 아니면 트인 곳으로 나아가려 할까요? 정답은 후자 아니겠어요?


그러니 한국은 침략으로 인한 이민족의 유입이 없었어요.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땠을까요? 한국이 대륙으로 치고 들어가진 않았느냐 하는 거죠. 신기하게도 당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호전적인 사람들은 아니었나 봐요. 로마제국처럼 여기저기 정복하러 다니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했던 거죠. 이 또한 우리의 감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어쨌든 한국은 역사적으로 침략당했던 적이 없고 침략한 적도 없으니 집단 이주나 이민의 역사가 거의 없어 고유한 민족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해요.


1897년, 조선 때까지는요.


아직도 조셉네 집이 일종의 나치 사상을 가졌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나 보네요.


잘 생각해 봐요. 세계 제2차 대전의 전범 국가가 꼭 독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일본.


그렇죠. 이쯤 되면 알아챌 줄 알았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조셉네 집이 나치즘을 가졌다는 게 바로 그거예요.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한국인 혐오를 조장하고, 반기를 드는 한국인을 잡아내는 일을 조셉네 가문에서 도왔던가 봐요.


일본이 한국을 몇 년이나 점거했는지 알고 있나요? 무려 35년이래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요? 이래 봬도 K-드라마 팬이거든요. 「미스터 션샤인」은 정말 아름다운 드라마예요. 사랑, 정의, 의리, 딜레마, 블랙 코미디. 선물 세트 같은 드라마랍니다.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나는 좀 더 제대로 알고 싶었어요. 미국이 정말 한국을 침략한 적이 있는지, 왜 공주 같은 옷을 입은 애신 아씨가 저격수가 되어야 했는지, 모두가 비단옷을 입은 왕궁에서 왜 완익만이 검은 프록코트를 입고 있는 건지.


일본의 전쟁 범죄에 관해 공부할 땐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일단 자료가 너무 부족하더군요.


우리가 히틀러의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 수 있는 것은 독일 국민 스스로가 반성적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겠죠. 그들이 감추려고 들었다면 우리는 극히 일부만 알게 되었을 겁니다.


그런 독일에 반해 일본의 자료는 무척 건조하며 양도 적었어요. 그저 사건의 이름과 일어난 연도만 간략하게 적혀 있어 그 안에 사람이 보이지 않았지요.


표정을 보아하니 기자님도 일본이 한국을 강제 점거한 사실을 몰랐었던 모양이군요. 맞아요. 미국인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거예요.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기 힘들어 인터넷 검색을 좀 해봤어요. 물론 딸의 도움을 좀 받았어요. 딸애와 「미스터 션샤인」을 같이 봤거든요. 한국학 교수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들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서야 조셉의 아빠와 변호사가 나눈 말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그들은 내가 한국말을 조금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 같아요.


나치당의 자녀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히틀러에게는 자식이 없었지만, 그 유명한 게슈타포의 하인리히 힘러, 헤르만 괴링, 선동꾼 파울 요제프 괴벨스에게도 자식이 없었던 건 아니었을 테니까요.


나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간호대를 다니던 시절, 부전공으로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문학’을 선택했어요. 소아과 간호사가 되지 않았다면 어쩜 로이스 로리Lois Lowry 같은 아동 문학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람들은 『기억 전달자The Giver』를 가장 많이 알고 있겠지만, 나는 그녀의 『별을 헤아리며Number the Stars』를 더 좋아합니다. 나치 독일의 휘하에 놓인 덴마크에 사는 소녀 안네마리가 친구인 앨런의 가족을 중립국 스웨덴으로 빼내는 이야기죠.


아이들을 잘 길러내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잖아요. 잘 길러낸다는 건 건강하게 기르는 것뿐 아니라 바른 정신을 심어주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거고요.


그래서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모험심, 우정, 정의감 같은 걸 담뿍 담는 거죠.


하지만 가해자에게 죄가 없는 가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게 절 혼란스럽게 만들더군요. 그럼에도 나는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단죄는 어디까지나 개별적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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