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파묘」③

전 그 아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by 아노 Art Nomad

― 선정영화 : 「파묘」(2024)

― 장르 :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드라마, 서스펜스, 퇴마, 오컬트, 역사, 크리처

― 선택한 등장인물 : 조셉의 전담 간호사 / 신경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내내 우는 조셉을 안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그녀가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소설, 『별을 헤아리며』를 읽다가 잠든 사이 조셉의 증조할아버지 박근현의 혼이 찾아와 조셉을 노린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0811


* 이 작품은 영화 「파묘」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0&ie=utf8&query=%ED%8C%8C%EB%AC%98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는군요.


미안해요.


조셉의 운명을 생각하자면 착잡해져서 어떻게 말을 이어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셉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조셉의 증조할아버지는 친일파였다고 해요. 친일파가 뭐냐 하면, 한국 사람인데 한국을 식민 지배한 일본에게 잘 보이려고 한 사람이래요. 한국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완익’이라는 캐릭터가 딱 이런 사람이에요. 「미스터 션샤인」 못 보셨으면 꼭 한번 보세요.


이 이완익에게도 자식이 있어요. 이름은 쿠도 히메. 친일파 아버지가 일본인에게 팔아치우다시피 한 딸이죠. 아버지 덕에 쿠도 히메는 돈은 많지만, 모욕적이고 수치심 가득한 세월을 보낸 적이 있어요. 늙은 남편은 그녀를 때렸고, 명예를 모르는 아버지의 탐욕은 끝이 없어 미망인 된 그녀를 다시 비싼 값에 팔려고 했으니까요.

부녀 관계만 놓고 보자면 미국이나 영국도 부모가 잘 키운 딸을 비싼 값에 넘기려고 했던 문화가 있었으니 이해 못 할 것도 없죠. 하지만 여기에 식민지라는 배경을 하나 덧대면 어떨까요? 우리가 원수에게 팔려 간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자기 의지로 팔려 간 것도 아닌데 원수와 몸을 섞었다며 욕먹는 것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 같아요.


예, 알았어요. 이제, 그만 애태울게요. 제가 좀 짓궂었네요. 말하고 싶어도 어디 말할 데가 없으니,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좀 쌓였나 봐요.


조셉의 집은 베벌리힐스에 있어요. 집 크기가 2.7 에이커에 달하죠. 아무리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어도 그 정도 집은 얻기 힘들어요. 아시잖아요. 베벌리힐스에서 얼마 못 버티고 집을 팔아치우는 사람도 흔하다는 거.

집이 그렇게 크면 뭐 하나요. 여기도 듣는 귀는 어디나 있는걸.


조셉의 대부가 정신병원에서 자살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죠. 할아버지, 할머니도 얼마 전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죠? 조셉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시신을 발견한 바로 그날 한국에 있던 조셉의 아빠도 의문사했다고 해요. 목이 저절로 꺾였다고도 하고, 악령에게 영혼을 뺏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다 피를 토했다고도 하고.


집안사람들이 한날한시에 죽었으니 저주받은 집이라고 쉬쉬거리는 것도 당연해요. 1억 달러에 달하는 집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된 거죠.


그런 일이 있기 얼마 전에 샤머니스트가 왔었어요. 한국에서부터 왔다고 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그 사람이 대뜸 이러더라고요.


「집에 비슷한 사람이 더 있겠네요. 아버지 하고 할아버지.」


그 샤머니스트는 미리 알았던 거죠. 저주받은 집안이라는 걸.


샤머니스트는 이런 말도 했어요.


「묫바람 탓이에요.」


묫바람Mopalam이라는 말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해서 기억해 두었다가 검색해야 했어요. 검색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일전에 유튜브로 보았던 한국학 교수에게 메일까지 보내보았죠.


‘무덤 자리가 좋지 않아 누워 있던 영혼이 불편을 느끼고, 후손들에게 그 해가 가는 현상’


흥미로운 발상이죠?


한국학 교수는 묫바람 외에도 업보, 한(恨) 같은 개념에 대해서도 알려주더군요.


그중에서도 전, ‘한(恨)’이 가장 신기했어요. 전에도 들어본 적은 있지만 그때까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분노, 억울함, 서러움, 안타까움 이런 것들이 한데 뒤섞인 정서’


한국학 교수의 설명을 보자마자 팍, 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데, 의아한 적도 많았거든요. 드라마를 따라 같이 울긴 하는데 다 보고 나면 내가 왜 그렇게 슬펐는지 설명할 수가 없는 거죠. 그게 아마 한(恨)이었을 거 같아요.


조셉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한(恨)’말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조셉의 증조할아버지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분노가 그 가족에게 미쳤다는 거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요.


여기까지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예요.


일부는 제 억측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시간이 더 많이 지나면 새롭게 알게 될 사실들이 많을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전 조셉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상처받지도 말고, 조롱받지도 말고. 그렇게.


정의를 저버리고 남의 피 값으로 잘 먹고 잘살았던 과거는 베벌리힐스의 저택과 함께 날려버리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 『Variety』의 <What’s New in Beverly Hills> 중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6 「파묘」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