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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10시간전

#05 「파묘」①

조셉을 만났을 때 어땠느냐고요?

― 선정영화 : 「파묘」(2024)

― 장르 :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드라마, 서스펜스, 퇴마, 오컬트, 역사, 크리처

― 선택한 등장인물 : 조셉의 전담 간호사 / 신경증 때문에 잠도 못 자고 내내 우는 조셉을 안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그녀가 로이스 로리Lois Lowry의 소설, 『별을 헤아리며』를 읽다가 잠든 사이 조셉의 증조할아버지 박근현의 혼이 찾아와 조셉을 노린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0811


* 이 작품은 영화 「파묘」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op_hty&fbm=0&ie=utf8&query=%ED%8C%8C%EB%AC%98



Hush-a by baby, On the tree top, 

(자장, 자장, 아가. 나무 꼭대기에서.)     

When the wind blows, The cradle will rock.

(바람이 불어오면, 요람이 흔들릴 거야.)

When the bough break, The cradle will fall …

(나뭇가지가 부러지면, 요람이 떨어지겠지.)     


이 짓궂은 자장가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아주 무서워요. 아가의 요람을 왜 나무 꼭대기에 올려두었을까요? 아가도 요람도 떨어지면 무사하지 못할 게 뻔한데.      


이런 자장가의 심술궂은 면은 동화에서도 발견되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로알드 달 작가의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James and the Giant Peach』는 주인공의 엄마, 아빠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걸로 시작합니다. 그것도 무려 런던에서, 대낮에. 화가 난 거대 코뿔소에게 잡아먹히는 거죠.      


놀라셨나요?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눈물을 터트리지 않아요. 그저 눈을 똥그랗게 떴다가 금세 까르르 웃어버리죠.      


동화의 백미는 읽어주는 사람의 기지에 달려 있어요. 제가 만약 조셉에게 이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James and the Giant Peach』를 읽어주고 이렇게 물으면 어떨까요?     


‘조셉의 엄마, 아빠한테 코뿔소가 뿌우우― 하고 달려들고 있어. 그럼, 조셉은 어떻게 할래?’      


조셉은 분명 씩씩하게 ‘우리 엄마, 아빠를 건드리다니… 혼쭐을 내줄 거야.’라고 답할 겁니다.     


그러려면 일단 조셉이 이 얄궂은 신경병증을 털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텐데요. 아직 태어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아가가 어디가 그리 불편한지, 내내 울어대니까 안쓰럽더라고요. 뇌파 자극기기를 달고서야 겨우 잘 수 있으니, 조셉이 너무 고통스러울 거 같아 마음이 아팠죠, 늘.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뇌파 자극의 효과가 크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뇌파를 보내는 전극을 붙일 수 있는 건 기껏해야 전전두엽, 측두엽 정도니까요. 고통을 관장하는 건 뇌 한가운데 있는 편도체거든요. ‘해마’라고도 하죠. 흔히들 기억과 감정에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을 거예요. 해마의 역할은 그뿐이 아니에요. 상황에 따라 통증이 관련된 신경을 연결해 주기도 하고 차단해 주기도 하거든요.     


조셉은 이제 겨우 2개월이라 해마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흠. 자세한 치료 계획은 주치의 선생님께서 내리실 테죠. 나는 그저 관찰하고 오더를 따를 뿐이에요.     


유감이지만, 저처럼 나이 든 소아과 간호사는 다들 보모 취급인걸요. 제 의학적 소견 같은 건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아요.     


조셉을 처음 만났을 때 어땠느냐고요?      


아하. 난 당신 질문의 의도를 알아차렸어요. 눈이 작고 눈동자가 새카만 게 신기하지 않았냐는 뜻인가요?      


물론, 너무 신기했죠. 까만 흑진주가 광채를 발하며 굴러다니는 걸 보면 경이롭기까지 한 걸요.      


하지만 그보다 더 신비한 건 그 집안의 배경이에요.     


그렇게 놀라는 척하지 말아요. 이 얘기를 듣고 싶어서 온 거라는 거, 다 아니까. 여기가 아무리 할리우드에, 베벌리힐스고 유명인부터 약에 취한 노숙자까지 오만 사람이 오만가지 사건을 일으키는 곳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를 모두 잃는 건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이 이야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환자의 개인정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조셉이 앞으로 온갖 뜬소문에 휩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번뜩 그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어쨌거나 어린 조셉이 잘못 한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조셉의 집안은 말이죠, 일종의 나치즘에 빠진 집안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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