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바뀔 거라고!
― 선정영화 : 「그때 그 사람들」(2005)
― 장르 : 미스터리,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 피카레스크
― 선택한 등장인물 : 철없는 엄마 / 대통령이 자기 딸을 총애한다고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주 과장에게 어필하려다가 고문실에서 고초를 당하고 쫓겨난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0731
* 이 작품은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딸, 연주는 끝까지 그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나는 얼결에 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그 사람은 안 된다는 거야.」
「아니 왜, 왜 안된다는 건데? 그 사람이 되어야 달라진다니까? 엄마는 계속 이렇게 살고 싶어?」
「달라져야 하니까, 그 사람은 안 된대도!」
「아 몰라, 됐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야. 내가 누굴 뽑든, 엄마는 상관하지 마. 자꾸 뭐 해라, 말아라 그럴 거면 이제 안 온다, 집에?」
「하. 지지배 말하는 뽄세 좀 봐. 여기가 남의 집이니?」
아차.
방금 내던진 말투가 꼭 편 여사의 말투 같아서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렇게 닮지 않겠다고 해놓고.
탁.
문밖에서 들리는 도어록 커버를 여는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현관을 들여다보았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없다. 단 한 사람 밖에.
띠, 띠, 띠, 띠.
삐리리리리―.
띠, 띠, 띠, 띠.
삐리리리리―.
「어머, 이게 왜 이래? 얘! 안에 문 열어라, 얘.」
우리 엄마, 편 여사의 목소리였다.
「연주야, 가서 할머니 문 좀 열어드려.」
「엄마가 열어주면 되잖아?」
「엄마, 머리가 아파서 그래. 네가 가서 좀 열어드려.」
열어주기 싫어서 그런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연주, 와 있었냐?」
「예, 할머니.」
「지지배, 뭐 한다고 문 하나 여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냐. 짐도 있는데 무거워서 혼났네. 이것 좀 받아라.」
편 여사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타박부터 시작했다. 늘 그래왔듯이.
「오셨어요. 올 거면 미리 연락을 달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제가. 이렇게 아무 때나…」
「내가 어디 못 올 데 오니? 딸내미 집 오는데 시시콜콜 연락하게? 근데 너 설마, 비밀번호 바꿨니?」
비밀번호는 얼마 전, 연주가 바꿔줬다. 할머니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게 그렇게 싫으면 비밀번호를 바꾸면 되지 않냐고 하면서.
나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그게…」
연주는 내가 말을 잘 둘러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이럴 때마다 연주가 나와 편 여사 사이를 어떻게 좀 해줬으면 하는 한심한 엄마가 된다. 연주를 엄마 앞에 세우고 나는 그 뒤에 숨고 싶다.
딱 우리 엄마, 편 여사가 내게 했던 짓이다. 편 여사는 남들 앞에 나를 방패로 세웠다. 아니, 편 여사가 나보다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편 여사는 내 뒤에 숨어서라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까. 나는 엄마 같은 한심한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매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연주는 편 여사에게서 받아 든 꾸러미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화제를 돌렸다.
「이게 뭐예요, 할머니?」
「으응―. 니네 엄마 요새 갱년기 와서 뻑 하면 저렇게 승질을 내 싸니 기도원에 좀 다녀왔다.」
「또 그거 사셨어요? 그 기도원에서 파는 물 사지 마시라고요, 좀.」
「그러게, 꾸준히 마시면 좀 좋아? 효험이 있을 때까지 마셔야 하는데, 원.」
편 여사는 살면서 내 말을 고이 들어준 적이 없다.
연주는 나와 편 여사의 눈치를 슬슬 살피더니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할머니.」
연주는 곧 시작될 편 여사의 질문 세례를 피해 얼른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편 여사는 연주가 무사히 자리를 벗어나도록 그냥 놔두지 않았다.
「연주야. 그래서 넌 언제 시집갈 거니? 더 늙으면 데려갈 남자도 없어. 여기저기 다 쳐지면 누가 널 거둬가겠니.」
「들었지, 엄마? 이래서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여자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부터 바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