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나온 신작)」①

전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

by 아노 Art Nomad

― 선정영화 :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나온 신작)」(2017)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 선택한 등장인물 : 일라이자 마이어로위츠 / 조각가 해롤드 마이어로위츠의 손녀이자, 막 이혼한 백수 아빠 대니 마이어로위츠의 딸. 할아버지인 해롤드 마이어로위츠가 조소과 교수로 재직했던 바드 예술 대학에 영화과로 입학했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1130


* 이 작품은 영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나온 신작)」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5690241&qvt=0&query=%EB%8D%94%20%EB%A7%88%EC%9D%B4%EC%96%B4%EB%A1%9C%EC%9C%84%EC%B8%A0%20%EC%8A%A4%ED%86%A0%EB%A6%AC%EC%8A%A4



친애하는 할아버지에게.


오랜만이에요, 할아버지. 그간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네요. 건강은 좀 어떠신지도 궁금하고요.


전 지금 칸에 와 있어요.


할아버지, 2015년에 함께 찍은 다큐멘터리 기억하시나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고른 신작) The Meyerowitz Stories (New and Selected)」라고, 우리 가족에 대해 인터뷰한 거. 그게 칸 영화제 후보작이 되었대요. 할아버지도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의사 선생님이 안 된다고 하셔서 아쉬웠어요. 매튜 삼촌은 바쁘시다고 하고 진 고모도 아빠도 일 때문에 못 간다고 해서 저만 감독님 따라왔어요.


참, 아빠 취직했는데 들으셨나요? 마트 캐셔로 취직했어요, 우리 아빠.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계신 거 같아요. 이번에 칸에 올 때도 아빠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칸 측에서 게스트 초청장은 나왔는데 비행기 표는 지원해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칸에서는 그야말로 정신없는 하루의 연속이었어요.


저와 감독님은 칸에 처음 가 본 티를 팍팍 내고 돌아다녔죠. 초청 배지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초대권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미 몇 번 와보신 분들은 다 보러 다니기 힘들어서 초대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던데, 저희는 단 하나의 영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밥도 안 먹고 뛰어다녔어요.


그러다 운명의 영화를 만났어요. 「Okja」라는 영화인데 [əʊkeɪja]로 읽는 게 아니라 [okcha] 하고 읽어야 한대요.


옥자는 슈퍼 돼지의 이름이에요. 이 영화 세계관에는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이라는 곳이 있어요. 이 회사는 전 세계에 소시지를 팔기 위해 맛이 좋고 크기가 큰 슈퍼 돼지를 개발해요. 할아버지가 혐오하는 바로 그 소시지 말이죠.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비인간적인 사육 시스템을 숨기고 브랜드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슈퍼 돼지 기르기 대회를 열어요. 미란도 코퍼레이션 지사가 있는 전 세계의 친환경적인 농장에 아기 돼지 한 마리씩을 보내 기르게 하고 가장 건강한 슈퍼 돼지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옥자는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자란 돼지예요.


할아버지, 한국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아, 80년대에 일본에서 전시회를 여셨을 때 있었던 일을 말씀해 주셨던 게 기억나네요. 네이키드 스시를 대접받았다고 하셨던가요? 뜨거운 체온 때문에 스시가 금세 흐물거려서 입에 넣었다가 짜증 나서 뱉었다고 하실 때 그 표정, 자꾸 생각나요. 한국은 일본의 바로 옆에 있는 나라예요.


이 옥자를 길러낸 건 미자라는 소녀인데, 영화의 가장 큰 뼈대가 미자가 베스트 돼지에 선발되어 뉴욕으로 끌려간 옥자를 구한다는 내용이에요.


할아버지도 봉준호라는 이름은 들어보셨죠? 조각가가 아니라서 못 들어보셨으려나. 영화 공부하는 애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감독님이거든요. 이 사람이 한국 사람이에요. 딱 내 타입이죠. 영화 시작 5분 만에 사랑에 빠졌다고 할까요?


돼지의 운명에 대한 철학, 보험도 안 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생각, 마치 상자처럼 인간성을 가두는 갑갑한 도시에 대한 하강적 표현, 무엇보다 이 무거운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미자와 옥자가 온 도시를 휘젓고 다니는 소동극인 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질문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던지고 할리우드에서는 보지 못했던 액션 활극과 위트로 풀어나가는 동안 너무 웃겨서 불편하다는 생각조차 안들 게 한다니까요? 제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죠.


그날 밤, 파티에서 그 봉준호 감독님이랑 딱 마주쳤어요. 심장이 다 벌렁벌렁하더라고요. 근데 이 사람이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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