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나온 신작)」②

할아버지에게 예술의 혼이란?

by 아노 Art Nomad

― 선정영화 :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나온 신작)」(2017)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 선택한 등장인물 : 일라이자 마이어로위츠 / 조각가 해롤드 마이어로위츠의 손녀이자, 막 이혼한 백수 아빠 대니 마이어로위츠의 딸. 할아버지인 해롤드 마이어로위츠가 조소과 교수로 재직했던 바드 예술 대학에 영화과로 입학했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1130


* 이 작품은 영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제대로 나온 신작)」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5690241&qvt=0&query=%EB%8D%94%20%EB%A7%88%EC%9D%B4%EC%96%B4%EB%A1%9C%EC%9C%84%EC%B8%A0%20%EC%8A%A4%ED%86%A0%EB%A6%AC%EC%8A%A4



봉준호 감독님이 글쎄 저희 다큐멘터리를 봤다고, 거기 나온 제가 만든 영화 재미있었다고 하는 거 있죠! 제 「Piginaman(자보지맨)」을 말이에요.


벌써 2년이나 돼서 기억하시려나요? 제가 아빠한테 메일로도 보내드렸거든요. 아빠가 할아버지랑 고모도 같이 보셨다고 하던데.


봉준호 감독님이 글쎄, 박고 싶기도 하고 박히고 싶기도 한 현대인의 섹스 로망을 한 인물 안에 잘 녹여냈대요. 정말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프랑스어 통역사는 분명 그렇게 말했거든요. 물론 영어로요.


「Piginaman(자보지맨) 2」에 대한 그의 감상도 놀라웠어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간파했더라고요.


미녀가 섹스어필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그런 미녀를 태우고 가던 늑대가 숲에서 미녀에게 따먹히는 장면은 사실 주인공의 불안에서 비롯된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금기를 욕망하는 건 모든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지만 실제로는 해서는 안 될 걸 상상한다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사회화된 인간이라면 당연하다, 그 고뇌의 지점이 결국 마지막에 늑대와 미녀가 같은 인물이라는 걸을 보여주어 잘 드러났다, 이런 말도 했어요. 한번 보고 어떻게 알았을까요?


정사신인데 쨍한 대낮인데 조명까지 친 건 왜 그랬냐, 혹시 관객을 불편하게 하려고 그랬던 거냐 물었을 때 난 그야말로 제대로 된 스승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 의도가 딱 그거였거든요.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러셨죠. 어차피 세상 놈들은 내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나는 할아버지의 그런 강인한 면이 좋아요. 할아버지가 조각을 통해 말하려는 바를 지키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죠. 발에 차이는 돌덩이든, 굴러다니는 나무덩이든 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그저 하찮은 것일 테지만 할아버지가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건 예술이 되죠. 저는 그런 할아버지의 뚝심 있는 기질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꼭 나보다 잘난 사람을 저주해야만 예술의 혼을 지킬 수 있는 걸까요?


죄송해요. … 이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하게 되네요.


「마이어로위츠 이야기」를 저도 칸에 와서 처음 봤어요. 우리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 필름으로 찍고 나서야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 건지 제대로 알게 된 거죠.


필름으로 본 우리 가족은 끔찍했어요. 누구도 서로의 말을 듣지 않더라고요. 전 그게 우리 가족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아요. 매번 소리치고,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서로의 말을 끊어 먹으니까, 감독님이 아예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다음 장면으로 넘겨버렸어요. 보기 힘들어서 발개진 얼굴로 옆자리에 앉은 노아 바움백 감독님만 노려보고 있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할아버지는 진 고모나 아빠의 말을 전혀 듣지 않으시더군요. 진 고모는 아예 체념하신 거 같았어요. 아빠는 저와 단둘이 있을 땐 그렇게 발을 심하게 절지 않으셨어요. 아빠와 엄마가 이혼하고 다시 할아버지와 산다고 했던 그날 밤, 갑자기 다리를 눈에 띄게 절어서 걱정했을 정도니까요. 아빠는 할아버지를 좋아해요. 하지만 아빠의 몸은 스트레스받고 있다고, 그만 좀 하라고 아우성친 거죠.


할아버지는 그렇게 아끼시는 매튜 삼촌의 얘기도 잘 듣지 않으시더라고요. 얘기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가장 아낀다고 하니까 매튜 삼촌이 질려버리는 것도 이해가 돼요.


오, 할아버지. 제가 너무 무례하게 굴어서 다시 뇌출혈이 올까 봐 걱정하진 않을게요. 전 알아요. 할아버지는 백세 넘어서도 정정하실 거예요. 예술의 혼이 아직 살아있으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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