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본래 ‘창작의 날씨’라는 플랫폼의 ‘다 함께 집필 챌린지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여기에는 ‘창작의 날씨’ 측의 허가를 얻어 게재했다.
‘창작의 날씨’는 2022년 5월 6일 서비스를 오픈하였다. 이 플랫폼은 신인 작가 발굴과 양성을 위해 '(주)교보문고'가 만들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2024년 12월 31일 서비스 운영을 종료하게 되었다.
스타트업 계에는 ‘데스 밸리’라는 용어가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단계에서 수익화 모델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해 고비를 겪는 구간을 이르는 말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2, 3년 차에 이런 ‘데스 밸리’를 넘지 못해 좌초된다고 한다. 조심스럽게 ‘창작의 날씨’도 이런 어려움을 맞닥뜨린 게 아닌가 한다.
‘다 함께 집필 챌린지’는 한 달 간격으로 각각 다른 5개의 테마를 가지고 단편을 쓰는 연쇄 공모전이었다. 빨리 쓰고 짧게 쓰는 데 약한 나는 고무되었다. 결과에 상관없이 5개 모두 제출을 해내면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첫 테마는 ‘돌연변이’였다.
돌연변이물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보통 ‘외계 생명체 또는 변이 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한다.’ 일 것이다. 적어도 이 작품을 응모했던 2024년 9월 9일 이전에 발표된 비교적 최근작들은 대체로 그랬다.
「기생수 더 그레이」 (2024), 「황야」 (2024), 「경성크리처」 (2024), 「스위트 홈 2」 (2023), 「지옥」 (2021), 「스위트 홈」 (2020), 「물괴」 (2018).
좀 더 범위를 넓혀 좀비물도 역시 돌연변이물로 본다면 「킹덤」 (2019), 「창궐」 (2018), 「부산행」 (2016)등 도 인간을 공격하는 변이 생명체가 주 소재이다.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돌연변이들은 주로 초능력자들이다. 「경이로운 소문 2」 (2023), 「무빙」 (2023), 「경이로운 소문 1」, 「염력」 (2018) 등.
내가 쓴 「K- 크리처 엔터테인먼트 ‘크아앙’」이라는 작품은 위의 두 가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돌연변이가 인간을 해치지도, 구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동일 문화권이고 다시 말하자면 한두 가지의 주류 감성이 한 시대를 다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돌연변이물에 대한 주류 감성 두 갈래에 모두 속하지 않는 이 작품을 응모해도 되는 건지 고민 많이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쓰고 싶었다. 밤낮으로 돌연변이 등장인물만 머릿속에 가득한데 별 수 있나. 착안을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는데 제대로 쓰지 못한 상태에서 정체되어 있던 작품이라, 오히려 좋은 기회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 좀 허술하면 어때. 제출할 수 있을 정도만 해보자. 어쩌면 장편화 될지도 모르잖아.
이 생각에만 꽂혀서 ‘창작의 날씨’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응모 마지막 날 밤, 응모를 하려고 ‘창작의 날씨’에 들어갔다가 황당한 일을 목격했다. 5번 연속으로 각 테마별 단편을 모집하겠다던 연쇄 공모전이 한 번으로 줄어들었다.
망했다.
다음 테마인 ‘죽음의 게임’은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들이 다 헛고생이 되었다.
어쨌든 이번에 쓴 건 날리지 않아 다행이라며 응모했고, 당선되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 놀랐다. 짧은 심사평이지만, 이런 것도 돌연변이물로 통할까 했던 고민이 먹혔다는 생각에 기뻤다.
상금은 네이버 페이 10만 원. 추가 혜택은 ‘유명 작가 세미나 참여 기회 제공’과 ‘장편화 지원’이었다.
공모전 결과 발표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황당한 공고가 올라왔다.
플랫폼 서비스 종료에 대한 사전 안내였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플랫폼이 없어진다니 그럼 ‘장편화 지원’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창작의 날씨’ 측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돌아올 답변이 무얼지 예상했지만 한 가닥의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플랫폼이 서비스 종료를 함에 따라 관련 예산 및 인력 이슈로 인해 장편화 지원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개 망했다.
인정과 칭찬은 받았지만, 상을 탄 플랫폼이 사라지는 바람에 소설은 이미 공개되었고 다른 곳에 재차 지원할 수도 없다. 상 받은 것조차 내 추억 속의 한 조각이 된 것일 뿐 경력을 삼자니 증명할 방도도 없어졌다. 장편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 반쪽짜리로 영원히 남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당선되면 ‘창작의 날씨’에서 지원받아 장편화가 되거나, 떨어지면 장편화를 시켜 다른 곳에 다시 도전하거나. 당시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
‘창작의 날씨’를 알게 된 22년 10월 경부터 이 플랫폼에서만 총 4번의 소설 공모, 1번의 에세이 챌린지에 참여했었다. 그중 한 작품은 장편화 지원을 받았고, 단편은 우수작이 되었다. 에세이는 당선제가 아닌 조건부 당첨제였다. 10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써서 디퓨저를 받았다.
‘창작의 날씨’에서만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장편 지원 원고료만으로는 생활비를 다 감당할 수 없었고, 이 플랫폼에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연재할 다른 플랫폼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계약된 웹소설 웹툰화 각색들은 2년, 또는 3년이 다 되어 갔지만 아직 완결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약 2년여간 ‘창작의 날씨’와 보낸 시간 역시 가볍지는 않았다.
특히 장편화 지원 작품을 꼼꼼하게 교정해 준 담당자에게 정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까다로운 숫자 표기, 문장 부호, 띄어쓰기에 대한 내 끝없는 질문에 늘 성실하게 답변해 주셨다. 그 무렵 나는 교정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려면 어떤 책이나 경로를 통해야 하는지 한참 헤매고 있었다. 그러자 매해 출판되는 「열린 책들 편집 매뉴얼」을 참고해 보라고 권고해 주신 분도 이분이다. 연재가 끝나고 1화부터 120화까지 무려 세 번의 탈고와 수정 요청에 모두 기꺼이 응해주셨다.
그랬던 담당자가 얼마 전 장기 휴직 (혹은 무기한 휴직?) 인사를 보내왔다.
당황했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내가 뭐라고 나한테까지 연락을 주다니.
플랫폼의 서비스 종료로 인해 장편화 지원만 무산된 것이 아니라 인원 감축도 있었던 걸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많았지만 직접 묻지는 않았다. 너무 주제넘은 것만 같아서.
다만 언젠가 글을 쓰며 고마웠던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온 다면 이 분에 대한 이야기를 꼭 넣어야겠다.
비로소 안녕이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창작의 날씨’에 대한 추억과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나의 반쪽짜리 작품을 여기에 남겨 비로소 진짜 안녕을 고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