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K- 크리처 엔터테인먼트 '크아앙'」 6화

Show must go on.

by 아노 Art Nomad


소이는 돌연변이 스턴트들의 스케줄을 챙기고, 운동 능력 증감을 체크하고, 현장을 따라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한 것은 대화였다.


그런데…


요즘 소이는 종종 허탈한 생각이 든다. 그 옛날 복지관에서 일했던 그때처럼.


‘크아앙’ 엔터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교육하든 간에 현장에 나가면 꼭 들려오는 말이 있다.


괴물.


얼마나 빛나고 얼마나 경이롭고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정해놓은 보편성 안에서 다를 것.


그들은 자신이 세상을 얼마나 모르는지는 생각지도 않고 자신이 아는 세상 안에서 움직이길 원한다. ‘다름’을 받아들인다는 건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더 많이 알고 싶다는 호기심, 더 많이 익혀야겠다는 의지,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하니까. 그런 건 너무 복잡하고 귀찮으니까.


소이는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몫까지 뛰어다니는 데 지쳤다. 열 사람 중 다름을 받아들이려는 사람이 하나,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사람이 아홉이라면 굳이 왜 한 사람이 되어야 하나, 아홉 사람의 편에 서는 것이 더 안락한데.


이런 생각이 들 때면 꼭 어떤 얼굴 하나가 불쑥 고개를 내밀고 상념을 방해한다.


백호담.


매번 사선을 넘나들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


그의 목 단절 면에 굳지 않도록 꼭 끌어안고 있던 녹말풀을 바를 때마다 소이는 생각했다.


맞다.


호담은 영화를 좋아하고 소이는 영화를 좋아하는 호담을 좋아한다.


오직 그런 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만 붙들고 소이는 오늘도 출근했다.


5.


호담은 어려서부터 촬영 현장에서 지냈다. 아버지의 촬영을 기다리면서 스마트 패드로 본 「어벤저스」부터, 와이어를 매고 날아다니는 아버지까지. 그 모두가 영웅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그 영웅의 계보를 잇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래서 ‘크아앙’에서의 시간이 비록 고되더라도 행복했다.


나경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선천적 태생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곳으로 왔다. 저주받았다고 오열하던 어머니, 팔리듯 입양되어 신흥 종교의 현신으로 살았던 날들. 그 안에는 보편적 일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보편적 일상을 찾아 스턴트 계로 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그걸 유치장에 들어가고서야 깨닫다니. 나경은 ‘크아앙’조차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슬펐다.


영진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문학 소년이 아니었고 액션 키드는 더욱 아니었다. 그는 예술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돈을 잘 벌어다 주는 영화가 예술적인 영화였고 돈을 잘 벌어다 주는 돌연변이가 효자였다. 그 효자가 요즘 시원치 않다. 그래서 새 효자를 알아보고 다니느라 신이 났다.


소이는 빛나는 것을 찾아 엔터테인먼트에 지원했다. 그런데 빛나는 것은 그림자도 길었다. 한때는 어둡고 더럽고 지저분한 사람들의 편견에 격노했다. 시간이 지나자, 소이는 점차 지쳤고 관성에 물들었다. 빛나는 것만, 사랑스러운 것만 보자. 그래도 세상은 굴러가고 콘텐츠는 반짝인다. 어차피 빛나는 것을 찾아 여기 왔던 게 아닌가. 소이는 괴물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기 일을 사랑하는 호담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한 채로 호담을 좋아하는 자신이 조금 애처로웠다.


영화는 … 드라마는 … 매체는 … 미디어는 … 그러거나 말거나 잘만 굴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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