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K- 크리처 엔터테인먼트 '크아앙'」 5화

사회복지학 전공, 돌연변이 엔터의 매니저

by 아노 Art Nomad


영진은 어렵게 모은 돌연변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화술 수업에서는 열두 가지 그르렁 소리를 가르치고 그 변주 조합으로 150여 가지의 의사소통 방식을 정했다. 이름하여 ‘크아앙 언어’.


운동 수업에서는 맨손 격투술은 물론이고 창, 검술과 와이어액션, 고공 액션에 승마, 오토바이 액션을 가르쳤다. 다른 액션 스쿨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들은 사족 보행, 육족 보행, 팔족 보행 액션도 가르친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이걸 ‘크아앙 무술’이라 했다.


잘 나가는 엔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음지에서 일하는 엔터테인먼트인 만큼 배우들의 더 나은 육체와 정신의 조화도 살뜰하게 살폈다.


영진은 매니저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사감과 다를 바 없는 직원들에게 소속 배우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잘 지켜보라고 권고했다. 혹시 성형을 원하는 배우는 없는지. 또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배우는 없는지.


영진은 나경이 인조 팔 네 개를 더 붙였으면 했다. 물론 영진은 나경을 섭외하기 전, 돈을 벌면 팔 두 개를 떼는 수술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영진 나경의 네 팔이 보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경은 두 팔일 때보다 네 팔일 때 더 가치 있다. 그리고 네 팔은 이제 좀 식상해진 지금, 그녀는 네 팔일 때보다 여덟 팔일 때 더욱 가치 있을 것이었다.


그런 나경이 염치도 없이 도망가다 경찰에 붙잡혔다.


영진은 대표실의 아늑한 가죽 의자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돌연변이는 여전히 사람들의 불쾌한 골짜기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은 안된다던’ 한국형 VFX물이 오히려 그 골짜기를 넘어서고 있다.


영진은 고민스러웠다.


이참에 해도 안 되는 돌연변이를 버리고 VFX 인재를 육성하는 회사로 돌아서야 하는 건 아닌지 싶어서.


4.


K-크리처 엔터테인먼트 ‘크아앙’에 입사한 지 3년 차인 소이는 지금도 면접 때 만난 대표이사 오영진의 황당한 말을 잊지 못한다.


「전공이 사회복지학이라니. 우리는 자네와 같은 인재가 필요하네.」


1981년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언 사십여 년.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신체장애에 속하는 지체 장애, 뇌 병변 장애 그리고 정신장애에 속하는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조현병, 정동장애를 구분하지 못한다. 싸잡아서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 뿐.


‘괜히 저런 사람 옆에 가지 말고, 이리 와.’


설명을 들으려는 비장애인도 없고, 모욕을 멈추려는 비장애인도 없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남기면서 살겠다던 당찬 꿈은 장애인의 옆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조롱거리가 되었다. 무능한 이상주의자. 그게 소이에게 달린 꼬리표였다.


그게 너무 지긋지긋해 화려한 세상을 맛보고 싶어 무작정 엔터테인먼트사에 지원했다. 서류를 제출하면서 어차피 붙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얼마나 신나게 자기소개서를 썼는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배우. 얼마나 쓸 말이 많았는지 글자 수 내로 요약하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전공이 사회복지학이라 뽑혔다니. 복지관에서 일했던 경력이 가산점이 되었다니.


소이는 입사 3개월 차에 회사 전용 액션 스쿨에 나가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는 앞이 안 보이는 사람과 성인이 되어서도 네 자릿수 더하기 빼기가 안 되는 발달장애인을 장애인이라는 한 카테고리로 엮는다. 그 하위분류인 발달 장애 항에서도 네 자릿수 더하기 빼기가 안 되는 사람과 정서 교류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역시 변별력이 없다.


분류학적으로나 생태학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서로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두고 타자화할 뿐이다.


소이의 눈에는 흥분하면 손이 덩이줄기로 변하는 이하은이나 물에서나 물 밖에서나 똑같이 숨을 쉴 수 있는 한재우, ‘크아앙’의 에이스이며 목이 자주 자재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백호담이 모두 경이롭게 비쳤지만, 이들 사이에는 모종의 알력과 우울감이 있다.


그들의 경계를 낮추고 심신의 안정을 도모하는 커뮤니케이터이자 매니저. 그게 바로 소이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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