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 n Money in New York Jan 15.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15

내가 만들어진 이유

떨림과 울림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저자 김상욱

출판 동아시아

발행 2018.11.07

지금은 밤조차 밝아서 별을 많이 볼 수 없다. 하지만 밤이 밤다웠던 시절, 사람들은 책이나 TV보다 별을 더 많이 보았을 것이다. 초저녁 밝은 빛을 내는 금성은 인기 연예인이었을 것이고, 여름밤의 은하수는 공짜로 즐기는 블록버스터였으리라. 계약직 연구원으로 독일에 머물던 시절, 나는 그렇게 우주를 어렴풋이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1미터는 빛의 속도와 시간으로 정해진다. 정해진 시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가 1미터라는 식으로 말이다. 시간으로 길이를 정하는 셈이다. 앞서 상대성이론에서 이야기했듯이 빛의 속도는 불변이다. 그래서 초속 2억 9,979만 2,458미터라는 숫자로 정해버렸다. 이렇게 길이는 시간이 된다. 그렇다면 1초는 어떻게 정하는가? 시간의 기준도 빛으로 정한다.

현재 1초의 정의는 세슘 원자가 내는 특정 진동수의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언젠가 미래에 인류문명이 멸망하더라도, 이 정의를 본 누군가는 1미터를 정확히 복구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90억 번가량의 진동을 정확히 셀 수 있어야 하므로, 엄청난 정확도로 진동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2005년 노벨물리학상은 존 홀과 테오도어 헨슈에게 주어졌다. 이들의 업적은 정확한 진동수를 갖는 빛을 만든 것이다. 최근 이 방법을 사용하여 진동수를 19자리까지 알 수 있었다. 비유하자면 서울과 뉴욕 사이의 거리를 원자 하나의 크기보다 작은 오차로 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물질이 존재한다. 왜일까?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쌍생성으로 만들어진 물질과 반물질의 양이 달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질이 반물질보다 10억 분의 1 정도 많이 생성되어야 한다. 이보다 너무 크거나 작다면 우리 우주는 지금의 모습을 가질 수 없다. 10억 분의 1이라면 서울-부산 거리를 밀리미터 정확도로 측정할 만큼의 미세한 차이다. 아무튼 세상의 물질은 알 수 없는 비대칭에서 생겨났다. 적절한 크기의 삐딱함이 세상을 만든 것이다.



ART NYC

매거진의 이전글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1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