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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Nov 21. 2022

애쓴 티를 내면 끝장난다. stress off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갬성 ‘애쓴 티 내지 말고 피카소에게 배워라’


1. 얼마 전부터 내가 푹 빠진 연예인이 한 명 있다. 그 이름은 ‘미노이’ (Meenoi ). 유튜브에서 ‘요리조리’라는 토크쇼 예능 프로그램으로 소위 대박이 났는데 그전에 미노이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본 친구가 이 ‘기역니은 댄스’라는 춤추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유튜브에 영상을 찍어 올려 유명해졌다고 한다. 모든 프로그램과 음악, 춤 등이 꾸미지 않은 듯 화려하지 않고 날 것의 무엇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이다. 그런데 키 포인트는 따로 있다. 노래를 설렁설렁 부르는데 나 같은 일반인이 가창력과 감성이 상당한 실력자라고 평가하기 민망할 정도로 놀랍고 독보적이다. 대충대충이 아니라 실력자가 되기 위해 본인은 상당한 노력을 했겠지만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온전히 즐거움에 빠질 수 있도록 한다.


2. 요즘 또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히치하이커’라는 뮤지션이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노래와 작곡을 해 온 대중 음악가인데 몇 년 전부터 은박 로봇옷을 입고 디제잉을 하는 음악과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다가 최근 뉴욕 음반시장에 알려져 해외 진출을 했다. 그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오래된 을지로 골목의 풍경이 날 것 그대로 배경이 되고 그 위에 어울리지 않을 법 한 기계적이고 디지털 적인 이미지들이 겹쳐지면서 힙한 느낌을 준다. 음악과 영상 반복적이고 단순하지만 신난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를 쓰기보다 대충 즐기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3. 한편, 최근에 박진영 jyp 오빠는 ‘groove back’이라는 노래를 발매했다. 포인트는 따라 추기 아주 쉬운 춤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추려고 만든 노래와 춤인 것 같다. 역시 그는 천재이다. 노래도 좋고 춤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마케팅 방식이다. 너무 올드하다. 음원 공개 전부터 아이돌 후배들을 동원해 춤을 따라 추는 동영상을 올리고 LA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는 ‘자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 볼게’ 하면서 마치 무대를 만든 듯 열심히 사람들을 동원해 홍보한다. 게다가 인기 많은 어린 아이돌 후배들과 함께 자신의 춤을 따라 추게하여 영상을 올린다. 댄스 챌린지는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일파 만파 퍼지는 문화인데 이건 좀 억지스럽다. 나만 불편한가? 이건 신입사원 회식자리 끌고 다니는 부장님 모습과 흡사하다. 쉬운 춤을 만들어놓고 본인은 물론이고 함께하는 아이돌 후배들이 너무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니 부담스럽고 피곤하다. 청계천 같은 곳에 혼자 나가서 아무나 붙잡고 시민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은 어떨까? 을지로가 왜 힙지로 이겠는가? 신사동 가로수길이 매력이 떨어진 이유!! 을지로가 힙한 이유!! 잘 생각해보자.


4. 파블로 피카소는 어린아이 같은 그림을 그리는 데에 5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큐비즘이라는 미술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도 매일 하루에 3점 이상의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다작을 한 노력파이기도 하다. 파카소는 이미 한물 간 20세기 작가이지만 21세기인 지금 현재까지도 그의 브랜드 파워를 넘어서는 예술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엄청난 구글 검색량이 이를 증명한다. 그림을 알지 못하는 어른이나 어린 아이나 모든 사람들에게 화가=피카소이다. 그의 어린 시절 그림 실력은 유명하다. 이미 십 대 시절에 재현에 관한 매너리즘 정도는 가볍게 넘어선 사람이었다. 이렇게 대단한 실력자에 엄청난 양의 그림을 그렸던 화가인데 그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로 만들어 준 큐비즘 작품을 보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없다.


자!! 이제 MZ 세대의 간택을 받으려면 상당한 실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자기 분야에 차곡차곡 쌓인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모든 것이 다 들통나 버린다. 왜냐하면 그들의 문화는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과정 중심이긴 해도 여러 가지를 가볍게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에 몰두하는 과정 중심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것, 옛것을 버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자리에 그대로 두고 어색하지만 새로운 것을 결합해 어울리게 만들어 가는 과정을 자체를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믹스하려면 지난 것과 새로운 것을 알아야 함은 물론이고 중간의 매개체 역할을 할만한 새로운 다리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한 분야를 깊게 알아야 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 그들의 까다로운 감성 아니 ‘갬성’을 이해하기 위해 기성세대들은 이전보다 열심히 달려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기성세대들은 이미 전문가다. 삶을 살아본 전문가!!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역사는 스토리 그 자체이다. 이것을 꾸미지 않고 날 것 그대로 진솔하게 공유하는 것!! 그것이 MZ 세대의 갬성 코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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