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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일기_21

창조

아트인문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미술사 결정적 순간에서 창조의 비밀을 배우다

저자 김태진

출판 카시오페아

발행 2017.08.17.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 미술사를 다룬 책 대부분은 르네상스가 15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 양상을 정리하고 보면, 서로 교류가 없었던 두 지역에서 동시에 생겨난 것이 특이하다. 그 하나는 피렌체에서 생겨난 이탈리아 르네상스요, 다른 하나는 브루게와 겐트 등 플랑드르로 불리던 지역에서 생겨난 북유럽 르네상스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인문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고대 신화와 오래전 역사 이야기를 그림에 가져왔고, 기술적으로는 원근법과 해부학 지식을 토대로 ‘환영주의’를 발전시켰다. 반면 북유럽 르네상스는 기독교 전통을 유지하면서 유화 기술을 바탕으로 많은 대상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리는 그림을 발전시켰다.

그런데 왜 다른 곳도 아닌 이들 지역에서 르네상스가 생겨난 것일까. 이들 지역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피렌체나 플랑드르 모두 부유한 상인들의 도시였다. 또한 교회의 간섭이나 강력한 정치권력에서 조금은 비껴 나 있다 보니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부를 바탕으로 신분 상승을 노리던 상인들은 위엄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초상화를 그렸고 큰돈을 쾌척해 교회에 제단화를 바쳤으며, 가족 예배당을 경쟁적으로 꾸몄다. 화가나 조각가들에게는 커다란 기회의 장이 열리게 된 셈이었다. 재능 있는 이들이 이들 지역으로 몰려들면서 예술가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고 이는 일련의 기술적인 혁신으로 나타났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던 양 진영은 15세기말에 이르러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도약을 이루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되는 쪽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였다. 플랑드르 예술이 초기의 혁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답보 혹은 퇴보하는 형국이었다면 피렌체 예술은 예술적 성취가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 진영의 격차는 이후 북유럽 화가들이 너도나도 이탈리아 그림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던 것에서 잘 드러난다 하겠다. 이탈리아 화단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문주의 전통을 적극 받아들인 부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메디치 가문이 설립하고 지원한 플라톤 아카데미처럼 르네상스 운동의 이른바 싱크탱크가 잘 작동하고 있었고 예술가들도 인문주의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교양인임을 자처했다. 이것이 예술가의 지위를 단순히 손을 쓰는 천한 장인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음은 앞서 살펴본 바 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마침내 위대한 예술가로 불리게 되는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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