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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Jan 24.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33

미스터리

The empty chair

Jeffery Deaver

Publisher: Hodder & Stoughton

Published: 13 NOV, 2008

곤충소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저자 제프리 디버

번역 유소영

출판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 2009.09.25.

NYPD 신참 시절 윗사람이었던 형사가 떠올랐다. 형사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설교했었다. “누가 말해봐. ‘물을 벗어난 물고기’라는 표현이 무슨 뜻이지?” 젊은 경찰 라임은 이렇게 대답했다. “활동 영역을 벗어났다는 뜻입니다. 혼란스럽다.” 반백의 나이 든 경찰은 라임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흠,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면 어떻게 되지? 혼란스러운 게 아니야. 죽는다고. 수사관에게 있어 가장 큰 위협은 주변 환경에 대한 무지야. 기억해 두게.” 톰은 밴을 세우고 휠체어 내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라임은 스톰 애로의 빨대 조종기를 훅 불어, 틀림없이 장애인법이 발효된 뒤 마지못해 건물에 덧붙인 듯한 카운티 사무소의 가파른 경사 진입로를 향해 굴러갔다.

‘다른 건 없었다?’ 범인이 한 사람을 죽이고 한 사람을 납치한 현장이라면, 누가 누구에게 무슨 짓을 했고 등장인물 각자가 지난 스물네 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재구성해서 영화까지 충분히 찍을 만한 증거물이 나오게 마련이다. 적군은 둘인 듯했다. 곤충 소년, 그리고 법집행 기관의 무능. 라임은 색스와 눈을 마주쳤고, 색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임은 꼼꼼하게 관찰했다. 법과학자로서 그는 흙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흙은 옷에 달라붙어 있다가 《헨젤과 그레텔》의 빵 부스러기처럼 범인이 집을 나왔다 들어갔다 할 때마다 발자취를 남기며 범죄자와 범죄현장을 한데 묶어놓은 것처럼 연결시킨다. 흙의 색깔은 약 1,100가지로 구분되며, 범죄현장에서 확보한 샘플이 범인의 뒷마당에 있던 흙 색깔과 동일하다면 범인이 범죄현장에 있었을 확률이 높다. 구성 성분의 유사성 역시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위대한 프랑스 범죄학자 로카르는 자기 이름을 딴 감식 법칙을 주창했는데, 이는 모든 범죄현장에서는 항상 범인과 피해자, 혹은 범죄현장 사이에 물질 교환이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라임은 가택에서 일어난 살인이나 폭행사건에서 혈액 다음으로 흙이 가장 자주 교환되는 물질이라는 걸 경험상 알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물로써의 흙의 문제점은 너무 흔하다는 것이다. 법과학적으로 흙이 어떤 의미를 지니려면, 범인에게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흙이 범죄현장에 원래 있던 흙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흙 분석의 첫 단계는 현장에 원래 있던 흙과 범인에게서 나왔다고 생각되는 흙을 대조하는 작업이다. 라임은 이를 벤에게 설명했고, 벤은 색스가 채취 날짜와 시간을 적고 ‘샘플-블랙워터랜딩’이라고 써둔 흙 봉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색스의 필체가 아닌 기록도 있었다. ‘부보 안관 J. 콘 채취.’ 라임은 색스의 부탁을 받은 젊은 부보안관이 신이 나서 흙을 뜨러 달려가는 장면이 눈에 선했다. 벤은 이 흙을 세 번째 정기구독 카드 위에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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