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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Jan 27.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34

삼국지는 언제나 진리다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1.

Yoshikawa Eiji

Publisher: KODANSHA

Published: 1939~1943 in Tokyo mainichi newpaper/ Book 1948

JAPAN

삼국지 1 도원. 군성, 손 안의 클래식 15

저자 요시카와 에이지

번역 김대환

출판 잇북

발행 2023.02.15.

義盟을 맺는다면 바로 하나의 군軍이 이루어집니다. 군에는 장군이 있어야 하며, 무사에게는 주군이 있어야 합니다. 행동의 중심에 정의와 보국報國이 있어야 하고, 개개인의 중심에 주군이 없으면 그것은 도당徒黨의 난으로 끝날 것이며 오합지졸이 돼버릴 것입니다. 장비와 제가 지금까지 초야에 묻혀서 때를 기다린 것은 그 중심이 될 인물이 쉽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한나라 황실의 혈통을 물려받은, 유비 현덕이라는 분을 만난 덕에 오늘 서둘러 맹세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니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유비 현덕 공을 우리의 주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장비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관우의 물음에 장비가 손뼉을 쳤다. “좋소, 그건 나도 생각했던 일이오. 형님의 말대로 할 거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신께 기도하기 전에 맹세부터 합시다.” “유 공, 우리 두 사람의 소망입니다.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관우와 장비가 대답을 재촉했다.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유비는 두 사람의 기세를 억누르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는 몸을 바르게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한나라 황실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으로, 그런 점에서 보자면 주군의 자리에 앉아야 하겠지만 선천적으로 우둔하고 오래도록 시골에 묻혀 살았기에 아직 여러분 위에 서서 주군이 될 만한 수양도 덕도 기르지 못했습니다. 부디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조금만 기다리라 하심은?” “현실에 부딪쳐서 덕을 쌓고 몸을 수양하여, 과연 주군이 될 만한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여러분과 함께 저도 지켜본 뒤 약속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그 점은 이미 저희가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망설여집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군신의 맹세는 우리가 한 나라, 한 성을 차지한 뒤에 맺기로 하고 여기서는 셋이서 의형제를 맺기로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군신이 된 뒤에도 우리 셋이 영원히 의형제임을 약속해 두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세 사람이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하자 어머니는 다시 서둘러 부엌 쪽으로 갔다. 어제 장비의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던 소녀와 그 소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이웃집 아들, 그 외의 가족들 여럿이 와서 일을 거들었다.

잠시 뒤, 혼자서는 들 수도 없을 것 같은 술통이 가장 먼저 제단의 멍석 위로 올라왔다. 그다음으로 돼지 새끼를 통째로 기름에 조린 것, 양을 삶은 것, 말린 채소를 우락牛酪에 조린 것, 여러 해 묵혀두었던 절임 등이 하나씩 나왔다. 그때마다 세 사람은 그 푸짐한 진미를 보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사이 장정들은 촌장의 집에 있던 모과나무로 만든 고급 탁자와 의자를 옮겨 왔다. “호화로운 잔치로군.” 장비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준비가 끝나자 음식을 장만했던 사람들이 전부 안채로 들어갔다. 세 사람은 눈짓을 교환한 뒤 제단 앞 멍석에 앉았다. “두 분께서는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천지의 신에게 기도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관우가 정중하게 말했다. “이 제단 앞에 앉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체계가 중요한 법입니다. 체계를 갖추지 않은 일에 성공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연히 우리 세 사람은 정신적인 면에서 일치를 보아 오늘을 시작으로 큰일을 이루려 하고 있지만 세 사람이 모인 것만 가지고는 체계를 이룬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겨우 세 사람에 불과하지만 이상은 원대합니다. 세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사이가 갈리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결과를 맞아서는 결코 안 됩니다. 신에게 기도를 하고 제사를 지내도 사람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큰 뜻을 이룰 수 없는 법입니다.” 관우의 말은 백 번 옳았다. 그런데 어떻게 체계를 다져야 할지 장비와 유비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관우가 이어 말했다. “아직 병사는 물론 무기도 자금도 말 한 필도 없으나 이 자리를 빌려 의맹義盟편이 좋을 듯합니다.”  “흠.” 관우는 기다란 수염을 쥐고 자신의 얼굴을 잡아당기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비, 너는?”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세 사람은 다시 제단을 향해 소의 피와 술을 붓고 공손히 절을 한 뒤, 천지신명에게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나이로 따지자면 관우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유비, 그다음이 장비 순이었으나 의형제를 맺는 것이니 나이에 구애받지는 않았다. “유 공께서 큰 형님이 되어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장비의 난행을 막을 길이 없습니다.” 관우가 말했다. “꼭 그렇게 해주십시오. 싫다고 해도 우리 둘이서 큰 형님, 큰 형님 하며 받들 테니 소용없습니다.” 장비도 거들었다. 유비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미래에 대한 이상을 말하고 굳게 맹세를 했다. 그리고 곧 단에서 물러나 복숭아나무 밑의 탁자에 둘러앉았다. “그럼, 영원히.” “변치 말기를.” “변하지 않으리라.” 세 사람은 형제의 잔을 나누고, 셋이 한 몸처럼 협력하여 나라에 보답하고 만민을 도탄에서 구하는 것을 대장부의 평생 업으로 삼자고 맹세했다. 장비는 취기가 돌기 시작했는지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아아, 이렇게 좋은 날도 없을 거요. 참으로 유쾌하다. 다시 하늘에 말하겠소. 여기에 있는 우리 세 사람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못했으나, 바라건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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