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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06.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49

감각

The beauty of Dusk

Frank Bruni (31 OCT, 1964~ )

Publisher: Avid Reader Press/ Simon & Schuster

Published: 4 MAY, 2022

상실의 기쁨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 프랭크 브루니

번역 홍정인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2023.03.17.

“너는 이게 안 보여?” 우리는 무지한 사람에게 묻는다. “드디어 눈을 떴구나.” 새로운 것을 깨우친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무언가를 지시할 때 우리는 ‘봐 Look ’라는 말로 시작하고, 누군가는 우리의 ‘관점 point of view ’을 인정하고 이해한다. 관점은 공간적인 것을 가리키기도 하고 정신적인 것을 가리키기도 하는 유연한 말이다. 그리고 ‘통찰’은 ‘선견 foresight ’과 ‘회고 hindsight ’와 어원학적으로나 언어학적으로 가깝다. 세 단어 모두 다 시각이나 눈과 관련된 어휘를 사용해 매우 예리하고 지적인 관찰을 나타낸다. 물론 ‘알아들었어’와 ‘공감해’ 또는 ‘네 아픔에 공감해’도 비슷한 이중적 의미를 띠지만, 앞의 표현들만큼 철저히 이중적이지는 않다. 현재 상황을 누군가가 도통 이해하지 못할 때 ‘귀먹었다’라고도 하지만 ‘눈멀었다’라는 표현을 더 자주 사용한다. ‘맹점 blind spot ’은 있지만 ‘농점 deaf spot ’은 없다. 그리고 세상을 깊고 특별하게 이해하는 누군가에게 ‘비전 vision ’이 있다고 표현하고, 원대한 계획에서 활력을 얻은 사람에게도 ‘비전을 갖고 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는 문학이나 회화 작품에서 나타나는 눈에 대한 집착과 일치한다. 눈은 무려 “영혼의 거울”이다. “실명은 저항할 수 없는 호소력을 지닌 문학적 비유인 듯하다.” 시각장애인이자 작가이자 공연가이자 교육자인 M. 리오나 고댕은 『거기 눈을 심어라 There Plant Eyes 』에 이렇게 썼다. 2021년에 출간된 이 책에 따르면 우화, 메타포, 플롯을 만드는 편리한 장치로 실명이 사용된 다양한 사례가 성서, 호메로스의 서사시, 단편소설, 심지어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조지 R. R. 마틴의 장편 서사극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발견된다. “특히 눈먼 관찰자는 매우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제 하나의 클리셰가 되었다. 시각장애인이 등장하지 않는 과학소설이나 환상소설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고댕은 지적했다.

눈은 힘을 발하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취약성을 드러낼 때가 더 많다. 소포클레스가 쓴 불멸의 비극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부터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 왕』의 글로스터 백작,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의 수많은 희생자들에 이르기까지, 눈을 잃는다는 것은 최악의 추락이자 궁극적인 공포다.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일단 그 자체로 궁극적인 위험이다. 오드리 헵번이 1967년 스릴러 영화 〈어두워질 때까지〉에서, 그로부터 25년 뒤에 우마 서먼이 〈제니퍼 연쇄 살인 사건〉에서 보여준 눈멂은 그 어떤 기발한 서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표현했다. 그들이 가진 장애는 무자비한 약탈자나 초조해하는 관객에게 이들이 만만한 먹잇감임을 확인시켜 준다. 살인자의 접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람에 비해 그들은 속이거나 지배하기 더 쉽다. 과학소설에서든, 결속을 다지는 집단에서든, 서로 합의한 두 성인의 침대에서든, 사람들이 신뢰 게임에서 덮는 것은 대개 귀가 아니다. 눈이다.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심각하게 숙고할 필요가 없었던 사람에게 실명은 흔히 생각할 수 없는 것, 견딜 수 없는 것, 우주의 전원 플러그를 확 뽑아버리는 어떤 코스모스적인 손과 같은 것이다. 나는 대체로 그 범주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내 시력이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청각이나 촉각, 미각, 후각에 대해 비슷한 통보를 받는 것과는 사뭇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신에서, 우리의 뼛속에서, 우리의 오장육부에서 시각은 독보적인 감각의 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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