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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06.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50

입체적인 마인드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통합 교양서

저자 오형규

출판 글담출판

발행 2016.12.22.

오늘날 많은 현대인이 비만을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육식을 즐기고 툭하면 과식하기 일쑤이다. 뒤늦게 후회하지만 그때뿐이다. 현대인의 이런 성향은 과거 수십만 년의 기나긴 원시생활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오랜 굶주림의 공포가 인류의 DNA에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시인들은 내일부터 굶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앞에 먹거리가 보이면 허겁지겁 집어삼켰다. 특히 당장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고기단백질, 지방과 단맛포도당을 선호했다. 고기와 단맛이 현대인에게도 끊기 힘든 유혹으로 남아 있는 이유이다.

인류가 굶주림이 아닌 비만을 걱정하게 된 것은 고작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인류 생존 기간의 99.99%는 기아 탈출이 최우선 과제였다. 굶주림의 공포에서 벗어난 현대에는 거꾸로 고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채식주의자들이다.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해 새삼 부각된 채식주의는 여러 단계가 있다. 가장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는 프루테리언이다. 육식뿐 아니라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여겨 먹지 않고 원칙적으로 땅에 떨어진 열매나 곡물만 먹는다. 완전 채식주의자를 가리키는 비건은 육류, 생선은 물론 우유, 알,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일체 거부하는 부류이다. 그 외에 달걀은 먹고 유제품은 먹지 않는 오보 베지테리언, 유제품과 꿀까지만 먹는 락토 베지테리언, 육식은 하지 않지만 유제품과 동물의 알은 먹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 유제품, 달걀, 생선, 닭고기는 먹는 폴로 베지테리언, 육류 중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류만 먹지 않는 세미 베지테리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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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문화를 통합한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

그리스 문명은 정작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폴리스 간의 반목과 전쟁이 잦아지면서 번영의 원천인 상업과 농업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잦은 전쟁이 기술혁신을 통한 상업경제의 발전을 막았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경제가 나빠지면 국민의 공익보다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선동정치가데마고그가 판치게 마련이다. 선동정치가들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과 중우정치를 펴면서 그리스 문명의 수명을 단축시켰다. 이런 혼란을 틈타 북쪽의 신흥 세력인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가 기원전 338년 아테네, 테베 등의 연합군을 격파하고 그리스를 독차지했다.

마케도니아는 페르시아처럼 정복지에 대한 착취로 세력을 확장하는 전형적인 군사 국가였다. 군사 국가는 상업과 농업을 통해 스스로 부를 창출하지 못하므로 더 많은 땅을 정복해야만 나라의 활로가 열리는 구조였다. 필리포스 2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는 기원전 336년 불과 20세의 나이에 동방 원정에 나섰다. 당시 페르시아는 무너져가고 있었고 이집트는 페르시아의 지배를 벗어나려던 때였다. 그 틈을 타 알렉산드로스는 파죽지세로 페니키아와 이집트를 정복하고 4년 뒤인 기원전 330년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켰다.

알렉산드로스는 단순히 영토 확장만이 목표가 아니라 보다 원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경제와 문화를 통합한 대제국을 꿈꾼 것이다. 정복지마다 그리스 화폐와 그리스어 사용을 장려했고, 자신을 비롯해 병사들을 페르시아 여성들과 결혼시켜 민족 간 통합도 시도했다. 정복지의 주요 거점 70여 곳에 그의 이름을 딴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하고 그리스인들을 대거 이주시켰다. 여러 거점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다. 알렉산드로스는 지중해 상권을 국가 간 무역에서 제국 내의 교역으로 바꿨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가 인도 원정을 다녀온 뒤 열병으로 33세에 요절하면서 지중해 세계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그의 제국은 틀을 갖추기도 전에 시리아, 이집트, 마케도니아로 분열되었다. 알렉산드로스 시대부터 마지막 남은 이집트가 로마에 정복된 기원전 30년까지 300년간을 헬레니즘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 그리스는 몰락했지만 그리스 문명이 동방의 각지로 전파되어 큰 영향을 미쳤다. 인도의 간다라 미술도 헬레니즘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정복 군주였지만 결과적으로 고대 동서 문명의 융합을 가져온 것이 알렉산드로스의 최대 업적이다.

한 소절의 정치와 동어 반복

그 발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극장형 고이즈미 내각하에서 바뀐 것 중의 하나로, 말의 성격이 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2004년 1월 육상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이다. 이 논의가 이뤄진 공공 자리에서 동어 반복(같은 의미를 가진 말의 무의미한 반복)을 쓰고 말았다. 전투 지역의 정의를 둘러싸고 고이즈미는 〈전투 지역은 자위대가 출동하지 않는 장소〉, 〈비전투 지역은 자위대가 출동하는 장소 〉라는 동어 반복의 말을 한 것이다. 획기적인 답변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그런 말을 되풀이했다.

정치 세계에서 동어 반복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는 비가 오거나 비 이외일 것입니다〉 같은 일기 예보는 있을 수 없다. 날씨에 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이즈미 이후 동어 반복이 공공 자리에서도 당당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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