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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06.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리딩노트_51

우가우가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상상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

저자 강인욱

출판 21세기 북스

발행 2022.12.14.

고고학의 관점에서 청동기는 고도로 발달한 사회와 기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수천 년 뒤에 미래의 고고학자가 우연히 핸드폰의 깨진 액정 조각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물건은 사소한 유리 조각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스마트폰의 부속은 반도체 기술, LED 기술, 와이파이망, 애플리케이션의 발달, 스마트폰 기반의 문화 등 21세기의 사회상과 첨단기술을 나타내는 핵심 자료이기 때문이다.

청동기도 마찬가지다. 청동기 제작은 채굴에서 보수까지 일련의 작업을 살펴보면 적지 않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복잡한 일이다. 따라서 인적·물적 자원을 댈 수 있는 상류층이 이 모든 일을 지휘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청동기시대에 지배 구조가 생기고, 계급이 발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국가가 탄생할 때는 필연적으로 계급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청동기는 시대를 대표하는 물건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 즉 지배계급이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 중요했다. 이로써 청동기는 고대인들이 어떻게 힘을 모아 국가를 만들게 되었느냐에 대한 해답이 담긴 비밀의 기물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고조선에 청동기가 들어오게 된 배경은 고조선이 있었던 요령에서 서북한 지역은 광산이 많아 원석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내몽골 자치구의 츠펑시를 중심으로 하는 내몽골 동남부 지역은 청동 광석이 제일 풍부했다. 린시현에는 한 광산회사가 채굴하는 지역 근처에 3,000년 전에 사용했던 광산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곳에는 구리 원석을 캐기 위해 땅을 판 흔적뿐 아니라 채광하면서 밥을 해 먹은 흔적과 동물 뼈, 그릇, 돌 캐는 도구들이 다수 발견되어 활발한 채광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내몽골 동남부 지역은 단순히 청동 광석이 풍부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반구대에 표현된 사람 중에는 무릎을 굽히고 두 손을 얼굴로 감싸고 있는 인물이 있다. 흔히 ‘춤추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 인물상은 알타이와 남부 시베리아의 스키타이 시대 암각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 외에도 몸에 점이 박힌 표범이나 뿔이 달린 사슴, 활로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등 초원 지역 암각화와 반구대 암각화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만큼 비슷한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반구대 암각화를 남긴 이들이 초원에서 왔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고래나 호랑이, 곰, 족제비, 토끼 등 초원 암각화에는 없는 요소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이웃한 천전리 암각화에는 사실적인 묘사 없이 기하학적인 패턴만 표현되어 있다는 점도 미스터리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사람의 얼굴을 독특하게 삼각형으로 표현했다. 이 얼굴은 환동해를 따라 극동지역에서 흔하게 보이는 형태다. 환동해 지역은 후기 구석기시대 이래로 동해안을 연접하고 백두대간으로 자연적인 경계를 이루어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어 왔다. 특히 초기 철기시대에는 옥저와 읍루 세력이 이 지역을 양분하며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했다. 당시 문명과 사회상, 문화 등을 유물을 보며 하나씩 유추해 보자.

중국 옌지의 소영자라고 하는 유적에서 발견된 사람의 얼굴을 새겨 넣은 비녀가 있다. 예전 국사 교과서에는 이 사진이 자주 실렸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유물이다. 4번 유물은 그보다 더 북쪽인 사할린 앞바다로 이어지는 헤이룽강, 즉 아무르강에서 발견된 것이다. 소위 ‘아무르의 비너스’라고도 불린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사람들은 눈이 작고 옆으로 길게 퍼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코가 낮고 입술도 작아서 전통적인 아시아인과 흡사하다.

남한의 역사는 한반도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고구려, 발해, 부여, 옥저, 읍루와 같이 수많은 국가가 북한 및 만주 일대와 함께 묶여 있다. 우리 역사 최초의 국가였던 고조선이 성장하고, 멸망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와 만주 일대는 다양한 집단과 국가로 분리되었다. 남한과 달리 북방의 여러 민족은 이름만 알려져 있을 뿐 아직까지도 제대로 실체를 파악하는 연구조차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 잊힌 역사 중에 옥저와 읍루가 있다. 고구려와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옥저, 발해의 기층을 이루었던 말갈은 한국의 고고학과 고대사의 일부분임에도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옥저와 읍루 같은 북방민족들의 역사는 ‘변방’으로 치부되었고, 한국사 연구에서도 매우 소외되었다. 하지만 고고학 자료가 다수 발굴되면서 북방 지역의 여러 집단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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