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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08.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53

포스트 모더니즘

Why the world does not exist

Markus Gabriel (06 APR, 1980~ )

Publisher: Polity press

Published: 22 MAY, 2017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

번역 김희상

출판 열린 책들

발행 2017.01.30.

형이상학은 이 시나리오에서 단 하나의 진짜 대상, 곧 베수비오 화산 그 자체만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동일한 화산을 우연히 한 번은 소렌토에서, 다른 한 번은 나폴리에서 본 것일 뿐, 화산 자체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 형이상학의 입장이다.

반대로 구성주의는 이 시나리오에 세 개의 대상이 있다고 전제한다. 아스트리드가 본 베수비오, 당신의 베수비오, 내 베수비오, 이렇게 세 개의 화산이! 그 배후에는 아무런 대상이 없거나, 설혹 있다 할지라도 그게 뭔지 우리는 전혀 알 수 없다.

반면, 새로운 리얼리즘은 적어도 네 개의 대상이 있다고 가정한다.

  1. 베수비오 화산

  2. 소렌토에서 바라본 베수비오 화산(아스트리드의 관점)

  3. 나폴리에서 바라본 베수비오 화산(당신의 관점)

  4. 나폴리에서 바라본 베수비오 화산(나의 관점)

포스트모더니즘 역시 형이상학의 한 변종에 지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구성주의라는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주장 가운데 하나다. 구성주의는 그 자체로 있는 것은 없다는 전제에 기초한다. 오히려 모든 사실은 우리의 다양한 논의나 학문적 방법으로 지어낸 것, 곧 구성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전통의 가장 중요한 대변인은 이마누엘 칸트다. 칸트는 그 자체로 있는 세계를 우리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일 뿐이란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흔히 등장하는 예, 곧 색깔을 살펴보자. 늦어도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아이작 뉴턴 이래 색채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런 가정은 색에 민감한 괴테 같은 인물을 화나게 만들어 『색채론 Farbenlehre』을 집필할 마음을 먹게 했다. 물론 색깔은 어떤 특정한 길이를 가지는 파장에 불과하며, 우리의 시각이 포착할 때만 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세계 그 자체는 완전히 무색이며, 오로지 서로 중력 관계로 안정을 이루는 입자 덩어리라고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 주장은 이미 형이상학이다. 형이상학은 그 자체로 있는 세상이 우리가 보는 세상과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하지 않던가. 다만 칸트는 훨씬 더 철저했을 뿐이다.

칸트는 이런 입자 역시 시간과 공간이라는 틀, 곧 세계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방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칸트가 보기에, 그 자체로 있는 세계가 무엇인지 우리는 도통 알아낼 수 없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바로 우리가 만든 것이며,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에 알 수 있을 따름이다. 독일의 극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는 자신의 약혼녀 빌헬미네 폰 쳉에게 게 보낸 유명한 편지에서 칸트의 구성주의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해 준다.

그러니까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늘 그리고 어디에나 구경꾼이 있는 것이 아닌 세계에서 구경꾼은 어떻게 되는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나는 새로운 존재론으로 풀어 보고자 한다. 존재론 Ontologie이라는 말은 전통적으로 〈존재자의 이론〉으로 이해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어 분사 〈토 온 to on〉은 말 그대로 〈존재자〉이며 〈로고스 logos(-logy)〉는 〈이론〉이다.

결국 존재론의 핵심은 존재의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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