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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Jan 08. 2023

도시의 고독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미국의 동시대 작가를 사랑한 한 컬렉터는 작품이 점점 쌓이자 집에는 더 이상 둘 곳이 없어 고민했다. 이 많은 작품들을 어디에다 보관하지? 그녀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찾아가 자신의 훌륭한 컬렉션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콧대 높은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No. 당시 유럽작가들의 작품과 대단한 역사적이 유물들로 가득했던 미술관은 이름도 알려지지않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받아주지 않았다. 화가 난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자신이 미술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1931년 탄생하였고 1966년 메디슨가로 이전하여 오랫동안 운영되다가 2015년 허드슨 강이 보이는 현재의 자리로 이전 한 휘트니 미술관은 명실상부 미국미술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메디슨 에비뉴의 구관은 현재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이 임대하여 쓰고 있으니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휘트니 미술관의 성격은 뚜렷하게 미국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이다. 과거에는 미국인만을 다루다가 현재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작가들로 영역을 넓혔다. 또 2년에 한 번씩 휘트니 비엔날레를 열어 미국의 새로운 미술가를 발굴하여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현재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에드워드 호퍼는 휘트니가 무명시절 발굴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했던 작가이기도 하다. 이에 보답하듯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는 1970년대 즈음 그의 작품 2500여 점을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하였다.


에드워드 호퍼(1882-1976)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 했다. 이번 휘트니 미술관 전시에서도 그의 일러스트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프 쿠르베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그의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건조한 느낌이 든다. 그는 도시의 일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보며 화폭에 담아내었는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매우 공허하고 건조해 보이는, 같은 장소에 있어도 초첨은 다른 곳을 향해있고 모두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허한 뉴욕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제1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 시대를 겪었기에 그 시대의 내용적 리얼리즘이 잘 반영되어 있다.


에드워드 호퍼는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 이기도 하다. 1927년작 [chop Suey]는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91,875,000에 낙찰된 바 있다. 이 작품은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두 사람이 그려져 있는데 식사를 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이 아니라 도시인의 고독함과 상실감 등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가장 유명한 또 다른 그림 ‘나이트 호크’는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번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이 작품의 스케치를 볼 수 있었다. 원작은 매우 서늘하게 표현되었지만 스케치 작품들은 거의 모두 놀랍도록 따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가 철저히 계산적으로 고독한 느낌을 물감과 붓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그림의 배경이 어디인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웨스트 빌리지 그리니치에 2017년 까지도 영업을 하던 ‘나이트호크’라는 다이너였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시내 중심가에는 다이너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다이너는 미국인에게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제공하고 24시간 문을 닫지 않으며 커피나 술도 마실 수 있는 미국인의 삶 그 자체 이기도 한 곳이다.  이 자리에는 현재에도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데 한국인 셰프가 운영하는 ‘제주 누들 바’라는 한국식 라면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아직까지 그림에서 나온 다이너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



이번 에드워드 호퍼의 휘트니 전시에서 놀란 것은 다름 아닌 관람객의 전시감상 태도였다. 뉴욕의 미술관은 어디를 가나 미술애호가와 관람객들로 넘쳐나지만 이 전시만큼 사람들의 진지한 감상태도를 본 적은 없었다. 그들의 눈빛과 그림을 하나하나 읽어 나아가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미국인들이 얼마나 이 작가를 사랑하는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뉴욕의 일상을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시는 2023년 5월 5일까지​ 계속되며 이번 4월 서울 시립미술관에서도 열릴 예정이니 여러분도 한번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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