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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Apr 02. 2023

우아한 빛의 세계

댄 플래빈 (Dan Flavin)

알록달록한 네온사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도시의 밤거리, 술에 취해 널브러진 사람들과 정돈되지 않은 형형 색색의 유흥가의 어느 골목이 떠오른다. 그리고 형광등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당신은 무드가 없는 촌스러운 인테리어의 일부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촌스러운 빛을 이용해 우아하게 공간을 재해석한 작가가 있다.


댄 플래빈은 (1933-1996)은 미술재료가 아닌 형광등이라는 소재로 우리에게 독특한 감각의 세계를 열어준 미니멀리즘 작가이다. 1950년대 말부터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형광등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1963년 5월 25일 한 상점에서 구입한 형광등 하나를 작업실 벽에 비스듬하게 세워 (Figure 2)라고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조명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이날이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를 시도한 날로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시점에서 그의 작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흔하디 흔한 형광등 하나를 설치했을 뿐인데 무엇이 대단하냐 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기를 깨뜨리는 행위는 언제나 예술의 도전과제가 되듯이 이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니멀리즘의 시대적인 배경과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쓰인 미니멀리즘이라는 미술사조는 미니멀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소주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거시적인 의미에서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동양적 미술의 형태로 볼 수도 있는데 복잡하고 겉치장과 불필요한 부속에 불과한 장치들을 작품에서 완전히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적인 내용만을 드러내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손으로 열심히 제작한 어떤 작품을 일부러 상품처럼 보이게 하거나 기성품을 작품에 이용하여 다른 연출로 다르게 보이게끔 하는 등의 시도를 하였다. 그 이것은 회화의 평면성을 깨트리고 의도적으로 연극적이거나 건축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으로 평면성을 강조하는 추상표현주의와는 정 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이들의 철학은 후설의 현상학으로도 연결된다. 현상학은 역사와 문화적인 맥락을 제거하고 오직 지금, 여기에서 느껴지는 ‘ 현상’ 그 자체만을 표현해 보자는 사상이다. 이런 시공간적인 지각과 장소 특정적인 미술의 형태는 관계지향적인 개념은 현대미술에 있어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이후 설치되는 장소에 따라 의미와 형태가 달라지는 장소 특정적인 설치미술과 미술관과 같은 전형적인 미술제도에서 벗어나 제도 비판적인 작업을 해보자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미니멀리즘 작가로는 도날드 저드, 프랭크 스텔라로버트 모리스, 칼 앙드레 솔 르윗 등이 있다.


댄 플래빈은 1954년에 한국 오산의 제5 공군 부대에서 기상병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이후 1956년 뉴욕 콜롬비아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본격적으로 작업활동에 매진한다. 그의 작업은 규격화된 산업재료를 모듈화 하고 복잡함을 제거하는 ‘미니멀리즘’과 함께하지만 그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 중 하나로 형광등을 이용해 빛으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시각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예술의 금기를 깨뜨리고 산업화된 사회를 반영함과 동시에 우아하고 신비스러운 운 빛으로 새로운 공간과 경험을 제공하여 미술을 회화와 조각의 영역을 넘어 공간으로 확장시켰다. 지금 현대인들은 그의 시도에서부터 비롯된 시각적 확장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는 모서리나 벽면에 형광등 작품을 설치하면서 제목을 ‘무제’로 하거나 그의 친구 이름을 넣는 등 아름다운 시각적 색채와 형태가 주는 시각적인 효과와 상반되는 모호한 관련성을 보는 이에게 던져주어 관계성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는 ‘빛은 그 자체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은 명확하고, 열려 있으며, 분명하게 전달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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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nycnewy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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