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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AVEL Oct 26. 2017

FIND FREEDOM
ON THIS GROUND

artravel vol.22

FIND FREEDOM ON THIS GROUND

지구를 여행하는 가장 자유로운 방법 - 캠핑

아트래블 편집부




음악가는 오선지에서, 화가는 캔버스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찾는다. 그렇다면 여행자는? 여행자는 땅에서 자유를 찾아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무수한 질감의 땅을 밟고, 그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등을 모두 땅에 대고 누워 온몸으로 땅을 여행하기도 한다. 기어코 땅에 온기를 나눠줘야 직성이 풀린다. 땅의 여행자에게 딱 어울릴만한 여행 방법이 여기 있다. 캠핑. 조금 초췌 해지고, 약간 더러워지면 어떤가. 땅을 가장 가까이서 자유롭게 만끽하기에 캠핑만한 놀이도 없다. 여행자의 자유는 누가 뭐래도 땅 위에서 찾아야 옳으니. 일단 텐트 하나 쳐놓고, 배경 음악도 준비해 놓자.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놀 궁리를 시작해보자. 오늘은 캠핑이다!


MYVATN

ICELAND


얼음 나라를 탐험하기로 했다. 지구별에서 신비롭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나라 아이슬란드. 언제나 그렇듯 신비로운 곳에는 도달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것이겠지. 대중교통도 얼마 없고, 물가는 또 왜이리 비싼지. 돈이 아깝지만 차와 캠핑 장비를 빌리기로 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뮈바튼 호수. 지친 몸을 끌어 내려 뮈바튼의 땅을 밟았다.


헉- 여기는 혹성인가, 아니면 화성인가. 곳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연기와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땅의 질감. 그 아래로 거대 우주선도 정박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호수가 펼쳐진다. 뮈바튼 호수에선 중력이 그대로 인 것이 오히려 낯설다. 뭔가, 몸이 붕- 떠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나저나, 정말 여기서 캠핑을 해도 괜찮은 건가? 사실 가진 거라곤 빌려온 캠핑 장비와 몸뚱어리뿐. 캠핑 말고는 어두운 밤을 보낼 방법은 없다. 곧 해가 진다. 얼른 텐트를 치고 혹성 같은 뮈바튼의 밤을 맞이해야 한다.



어느새 세상이 새까맣게 변했다. 이곳에서 네온사인이나, 가로등을 바라는 건 사치다. 인간의 빛이라고는 텐트에서 새어 나오는 것이 전부. 말 그대로 어둠으로 가득 찬 밤은 숨소리 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와!" 적막을 깬 것은 누군가의 외마디 탄성이었다. 이내 텐트 밖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밤중에 웬 소란이지 싶어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가 본다. 검은 하늘에 초록의 파도가 펼쳐져 있었다. 저건?! 마침내, 오로라가 쏟아져 내린다. 캠핑의 기본은 음악이라며 챙겨온 휴대용 스피커에서 때마침 노래가 흘러 나왔다.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


"여기는 지상 관제소, 톰 소령 들리나?"
"톰 소령,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괜찮다면 우주선 캡슐에서 나와 보시게!"



왜인지는 모르겠다. 문득,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에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뮈바튼. 분명 지구는 아닌 듯하다. 아니, 지구일 리가 없다. 오바. 땅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물은 전에 본 적 없이 맑다. 하늘에선 초록의 빛이 춤을 추고 있다. 내 목소리 잘 들리나? 오늘 밤 우리는 이 정체불명의 행성에서 캠핑을 결정했다. 행운을 빌어달라. 이상.'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밤새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은 평생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WEB-SITE  www.visitmyvatn.is

SEASON  4–10월

DIFFICULTY  ★★★

MUSIC  <SPACE ODDITY> DABID BOWIE


MIYAJIMA

JAPAN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캠핑을 위한 곳. 일본 히로시마현의 작은 섬 이쓰쿠시마다. 미야지마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하는 섬이다. 섬 가까이 다다르면 거대한 문을 볼 수 있는데, 도리이라 불리는 일본 신사 출입문이다. 신사 전통에 의하면 도리이 바깥쪽은 인간의 세계, 안쪽은 신의 세계로 나뉜다. 이쓰쿠시마 섬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은, 말하자면 신들의 세계에 잠시 머문다는 의미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캠핑이라 할 수 있다.


이쓰쿠시마 섬에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 만날 수 있는 생명체는 사슴이다. 1934년 섬 전체가 세토 내헤 국립공원에 편입되면서, 강력한 자연보호법이 적용 됐다. 그 결과 숲과 해변은 물론이고, 섬에 사는 동물들도 보존이 잘 되어 있다. 이쓰쿠시마의 사슴들은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행객들 옆에 와서 추근덕대기도 한다. 섬에 오는 인간을 환영하는 사슴이라니. 신계의 동물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 사슴이 원하는 건 오롯이 여행객의 배낭 속 식량이다. 먹을 것 앞에서는 신계나 신사 전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듯 하다.



속물 사슴들을 뒤로하고 캠핑장이 있는 쓰쓰미가우라 자연공원으로 가는 길. 이쓰쿠시마 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메이플라인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가격도 한화 3,000원 정도다. 물론 3,000원도 아껴야 하는 배낭 여행자들은 40분정도 도보로 이동하기도 한다. 섬 전체가 숲으로 이루어져 있어 버스에서 보는 풍경도, 걸으며 마주하는 풍경도 모두 좋다. 조용한 시골 섬의 작은 길. 길가의 야생 꽃들과 바다에서 피어나는 냄새, 소리. 드디어 신계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캠핑장 시설 하나하나 모두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환상이 깨지고 만다. 텐트를 칠 자리를 임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샤워시설, 취사시설 모두 한번 이용할 때마다 돈을 내야한다. 돈 없는 배낭여행자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수돗물로 대충 등목만 하는 것으로 며칠을 버티기도 한다. 도리이를 지나오면 분명 신계라 했는데, 이곳 역시 돈 있는 사람만 편의를 누릴 수 있단 말인가.


신계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고 나서 아무런 기대없이 이쓰쿠시마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슴이 다가온다. 또 사슴. 사슴! 진정 지구에는 신계란 없는 것일까 하던 찰나에,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아가는 곳이 이쓰쿠시마 신사다. 밀물이면 신사의 밑둥이 모두 잠겨 장관을 연출하는 곳. 해가 뉘엿뉘엿 질 즈음 신사에 도착하면 서서히 바다에 잠기기 시작하는 도리이를 볼 수 있다. 반쯤 넘어간 해는 도리이 주변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바닷물이 모두 차오르면 밑둥이 모두 잠긴 신사는 바다에 비친 우주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위나 아래나 똑같은 세상일 거라는. 아니, 어쩌면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다른 종족인 사람에 당당하게 도움을 청하는 사슴이나, 캠핑장 이용료를 자연보호 기금으로 쓰는 이곳이 어쩌면 신계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일 거라는 생각.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이상적인 세계는 우주 그 어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밟고 선 땅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 지 모른다. 물이 모두 차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도 차오른다. 이쓰쿠시마의 밤은 그렇게 모든 것을 충만하게 만들어 버린다.




"I AM GOING BACK TO THE EARTH, I AM GOING BACK TO THE EARTH!"

WEB-SITE  visit-miyajima-japan.com/ko/ 

SEASON  ANY  

DIFFICULTY  ★  

MUSIC  <BACK TO THE EARTH> JASON MRAZ


LAKE MCDONALD

USA


맥도날드 호수는 이름에서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는 곳이다. 벌써 패스트푸드를 연상해낸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맥도날드는 전혀 다른 곳이다. 맥도날드 호수는 빠르게 만들어진 것 하나 없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몇 십 년을 자란 자작나무들과 몇 백 년을 호수 바닥에서 뒹굴거리는 자갈들, 그리고 몇 천 년 동안 한자리에 서 있는 산이 만들어낸 이야기로 가득한 어느 캠핑장에 관한 것이다.


맥도날드는 미국 몬타나주 북부에 위치한 글레이셔 국립공원 안에서 가장 큰 호수 이름이다. 호수를 둘러싼 높은 산들은 이름하여 로키산맥이다. 물론 글레이셔 국립공원 안에는 여러 개의 캠핑장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곳이 바로 맥도날드 호수 캠핑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키산맥을 가장 적나라하게 마주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사실. 호수를 둘러싼 봉우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언제 내려 앉았는지 모르는 눈이 여전히 녹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늙은 눈을 뒤집어쓴 더 늙은 산봉우리가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 잠시 쉬어 가라고 말이다. 아무 말하지 않을 테니 편하게 쉬어 가라는 듯 조용하게 캠퍼들을 바라보기만 한다. 멀리 있는 산봉우리 그 앞에는 자작나무가 숲을 이루고 서 있다. 조금 더 가까운 거리. 곧게 뻗은 나무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향기를 더해 보내준다.


호수의 환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마다의 색을 가진 호수의 자갈들이 여행자를 물가로 초대한다. 철분이 유난히 많이 섞여있다는 맥도날드 호수에서 볼 수 있는 오색 빛깔 자갈이다. 수 많은 자갈 중에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게 없다. 각자 저마다의 색과 모양으로 호수를 채색한다. 빠르게 만들어진 것이라곤 인간의 간이 안식처인 텐트가 전부다.


아주 느리게 만들어진 것들로 가득찬 맥도날드 호수는 분주함에 지친 인간에게 말을 건넨다. 늙은 산이 인간에게 매일 같은 자리를 배회 하는 것 같이 느껴도 괜찮다고, 아직 시간이 많다고. 맑은 공기를 만들어주는 자작나무가 인간에게 아직 당신에게 맡게 해줄 향기는 충분히 남아있으니 너무 급하지 않아도 좋다고. 저마다 색을 가진 자갈이 인간에게 남들과 다른 색을 가졌다고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맥도날드 호수는 잠시 찾아온 손님을 절대 홀대하는 법이 없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마. 다 괜찮아."


WEB-SITE  www.nps.gov/glac 

SEASON  6월 16일–9월 17일(2017년 기준) 

DIFFICULTY  ★★ 

MUSIC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BOB DYLAN


PANGONG LAKE

LADAKH / INDIA


여기는 라다크의 판공 호수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호수에 비치는 곳. 세계 여러 매체에서 죽기 전에 한번은 가봐야 할 캠핑사이트로 지명되는 곳. 그러나 라다크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라다크는 델리에서 자동차로 약 36시간 달려야 겨우 도착 할 수 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물론, 비행기로 가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라다크는 해발 3,000m에 자리잡은 도시. 이런 도시에 고도 적응없이 들어갔다가는 고산증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조금 힘들더라도 자동차를 이용해 서서히 고도에 적응해가며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울퉁불퉁 비포장도로의 연속.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찔한 낭떠러지에는 가드레일도 없다. 라다크로 가는 길. 여행 중 마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그 모든 역경을 겪어내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라다크의 판공 호수. 이곳이 유명해 진 것은 영화 「세 얼간이」에 등장한 이후부터였다. 영화 막바지에 주인공 세 명이 재회하는 장소가 판공 호수였던 것.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주인공들 뒤로 펼쳐지는 광경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푸른 초원도 아니고, 화려한 색이 가득한 숲이나, 온갖 표정을 지으며 달려드는 파도가 있는 곳도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판공 호수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일까.



라다크는 티벳과 인도에 반씩 걸쳐있는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유목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판공 호수 역시 몇몇 유목민 가족이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곳. 그러니 판공 호수에서 캠핑을 한다는 것은 곧, 진짜 노마드의 삶, 그 옆에 여행자라는 이름의 유목민으로 잠시 머무는 것이다. 여행자에게 유목민과의 생활은 스스로 자처하는 삶의 실화를 가장 가까이서 마주하는 일. 사실 꿈꾸던 삶을 경험하는 일이 쉽지않다. 판공 호수 캠핑의 가장 큰 적은 심심함이다. 황량한 흙바닥과 아무일 없이 고요한 호수는 진짜 노마드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여행자들에게 톡톡히 가르쳐주려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아무런 변화도, 재밌는 사건도 허락하지 않는다.


심심함을 즐기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스스로 사건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인간이란 참 이상하다. 안정과 평온을 바라면서도, 막상 아무일 없는 시간을 견디질 못한다. 몇몇 여행객들은 호수 앞에서 인간 피라미드를 쌓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도대체 왜. 넘어지고 쓰러져 가면서 저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 켠에서는 호수에 돌을 던지는 행동을 한 시간째 반복하는 여행자도 발견할 수 있다. 심심함에 지친 인간의 이상 행동들은 여기, 판공 호수에서 모두 모인다.


또 다른 이상행동 중 하나는 사색에 너무 깊이 잠기는 것이다. 인생, 여행, 사랑, 행복, 죽음 등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주제들을 긁어 모아 사색을 하게 된다. 그것이 거의 유일한 지적 유희인 곳이니까. 그러다 문득 판공 호수에 비친 히말라야 산맥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을 오르려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지. 실은 히말라야 정상에 다다르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호수를 발 아래 두고 흙바닥에 눕는 일. 그러면 그 높다는 히말라야의 봉우리가 발아래 놓인다. 그러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멋진 삶에 뛰어들 용기가 없다면. 가끔 그냥 멋지게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면 될 일이다. 가령, 스스로 노마드를 자처하지만 문명 없이는 너무 심심해 이상행동을 남발하는 여행자나, 히말라야 정상에 오를 자신이 없어 호수에 비친 히말라야 그림자를 밟고 누워 정상을 누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마음에 두려움이 가득하다면, 쉽게 당신의 마음을 한번 속여보세요.
마음은 바보라서 주문에 매혹될 거예요.
입술을 모으고 휘파람을 불면서, 휘파람을 불면서 외쳐봐요.
모두 다 괜찮아. Aal izz well!"


WEB-SITE  visitladakh.net

SEASON  6–9월

DIFFICULTY  ★★★

MUSIC  <AAL IZZ WELL > 세얼간이 OST


CORCOVADO NATIONAL PARK

COSTA RICA



물 위를 뛰어다니는 기적의 도마뱀이 나타났다. 신화에서나 보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곳. 여기는 코스타리카의 코르코바도 국립공원이다. 중앙아메리카 최대의 태평양 습지 열대우림. 숲 속 깊숙한 곳에는 재규어가 도사리고 있다. 강에는 악어들이 눈만 빼꼼 내밀고는 먹잇감을 찾는 중이다. 하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힘센 독수리 하피수리가 비행하고 있다. 과연 이 무시무시한 정글에 인간이 잠시 머물 텐트를 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싶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군대가 없는 나라로 유명한 코스타리카, 평화로운 세계를 경험하러 왔다가 날 선 야생의 세계에서 인생 최대의 전쟁을 치뤄야 할 지도 모른다.


전쟁은 코르코바도에서 캠핑을 하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1차전은 코스타리카 수도 산 호세에서 코르코바도 국립공원 입구가 있는 푸에르토 히메네스까지 가는 길이다. 대중교통이 불편한 코스타리카에서는 차를 렌트해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도로가 잘 되어있다면 4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이지만, 보통 9시간 정도 걸린다. 비포장도로가 많은 만큼 코르코바도에 가려면 사륜구동 자동차를 빌리는 것이 좋다. 렌트비를 아끼려다 수리비를 더 지출했다는 여행자가 꽤 많이 발생한다고.


2차전. 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 해놓고 약 3.5km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 그냥 길이 아니다. 해변길, 그러니까 모래사장을 약 2시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캠핑장비를 어깨에 지고 갈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코르코바도 국립공원은 자연보호를 위한 규정이 엄격하다. 공원에서 제공하는 캠핑도구로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비싼 돈 주고 산 텐트를 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모래사장을 2시간 걸은 뒤에는, 생각이 바뀐다. 텐트를 지고 캠핑장에 가지 않는 것은 아주 현명한 코르코바도 국립공원 직원들의 최대 배려라고 말이다.


1, 2차 대전을 잘 마쳤다면, 이제부터는 즐기는 일만 남는다. 해변 앞에 차려진 텐트 속에 들어가 다리를 주욱- 뻗고 누워 세상 거의 모든 자연의 소리를 만끽해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국립공원에서 허락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새들을 만날 수 있다. 새가 앉은 나무 밑 등을 자세히 보면 개미핥기가 있고, 머리 위로는 원숭이들이 숨어있다. 말 그대로 정글 한 가운데서 즐기는 캠핑. 코르코바도 국립공원에 오기 위해 치뤘던 전쟁들은 모두 사라져 버린 지 오래. 멀고 험하지만 일단 와 보길 잘했다. 그깟 9시간 운전과 모래사장 트레킹은 별거 아니다. 그런데 아참! 돌아 갈 때는 어쩌지. 돌아갈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일단 오늘이 아니면 언제 정글에서 캠핑을 해볼까.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가장 행복해지는 곳- 코르코바도 국립공원이다.


"너에게는 시간이 없어. 그냥 앞만 보고 가. 지금 다시 돌아오지 말고.
너는 너무 멀리 갔어. 이제 너를 속박하는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너의 눈, 네가 원하는 걸 계속해. 너의 인생을 위해서 계속 달리라고.
결정을 내려."


WEB-SITE  corcovado.com

SEASON  12–4월

DIFFICULTY  ★★★★

MUSIC  <GO NOW> ADAM LEVINE


SHENANDOAH NATIONAL PARK

VIRGINIA /USA


미국 버지니아의 어느 시골길을 달리고 있다. 목적지는 셰난도어 국립공원. 어지간하면 운전 중에 한 곡의 음악을 반복 재생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세네 시간 운전이 기본인 미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 더더욱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복되는 멜로디가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 그러나 이곳, 버지니아의 시골길에서는 말이 조금 달라진다. 버지니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 스케일이 큰 것은 알았지만 확실히 남다르다. 오랜 시간 운전 끝에 겨우 도착한 셰난도어 국립공원 길이가 무려 157km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 그 와중에 덴버 아저씨는 지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시골길을 따라 웨스트 버지니아로 가겠다고 노래 중이다. 셰난도어 국립공원의 길을 달리다 보니 왜 이렇게까지 버지니아의 시골길을 연신 찬양하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살짝 낀 안개와 그 사이로 수채화처럼 나열되어 있는 산봉우리들이 도로 아래로 펼쳐지니,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나저나 해가 지기 전에 텐트를 칠 곳을 찾아야 하는데, 공원이 큰 만큼 선택지도 많다는 것이 문제다. 셰난도어 국립공원에는 5개의 커다란 캠핑 사이트가 있다. 빅 매도우(BIG MEADOWS), 로프트(ROFT), 매튜암(MATHEWS ARM, 현재 보수공사 중으로 2018년에 재개장 예정), 르위스(LEWIS), 던도(DUNDO) 캠핑장이다. 가장 무난한 곳은 빅 매도우다. 각종 이벤트도 벌어진다고 하니, 빅 매도우에 텐트를 쳐볼까? 아니면, 트래킹 코스가 유명한 로프트나 르위스, 매튜암도 좋겠다. 던도 캠핑장은 엄청 넓다. 5명이상 가면 던도에서 지내는게 가장 편하다.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캠핑장들 중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것이 셰넌도어 캠핑 여행의 최대 고민거리다.


사실, 셰난도어 국립공원 캠핑의 백미는 무수히 진열된 별들을 구경하는 것. 그러니 어느 캠핑장에 가도 상관없다. 캠핑장은 취향 따라 선택하면 되겠다. 별은 어느 캠핑장이나 똑같은 밝기로 비춰주니 말이다. 마음에 드는 캠핑장 하나를 골라 텐트를 쳐놓고 밤을 기다린다. 덴버아저씨가 노래를 또 시작한다. "안개 낀 달빛 생각이 나서 눈에 눈물이 맺혀. 시골길 따라 고향으로 갈래"


텐트 위로 달과 별의 빛이 스민다. 이웃 텐트에서 기타와 노래소리가 새어 나온다. 밤하늘에는 안개 옷을 반쯤 걸친 달이 떠있다.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가만히 있노라면, 여기가 천국이지 싶다. 아니, 어쩌면 천국보다 더 가까운 그 어디쯤 일지도 모르겠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거의 천국에 가까운 곳. 시골 길 따라 고향으로 가야겠어. 블루리지 산과 셰난도어 강이 있는 웨스트버지니아로 가야겠어.
… 
"거의 천국과 같은 곳, 웨스트 버지니아.
블루리지 산과 셰난도어 강이 있는 곳이지 
… 
시골길을 따라 고향집으로 가야겠어. 나의 보금자리로 말이야. 웨스트 버지니아의 어머니 같은 산으로 나는 갈거야. 시골길 따라 집으로 가야겠어."


WEB-SITE  www.nps.gov/shen

SEASON  6 –9월

DIFFICULTY  ★★

MUSIC  <TAKE ME HOME COUNTRY ROAD> JOHN DENVER



글│아트래블 편집부


여행의 영감을 위한 책 ARTRAVEL 

www.artrav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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