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 超越

DRY FLOWER

by ARTRAVEL

글·사진 아트래블 편집부



영원을 향한

꽃과 인간의 회합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문제적 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유일한 장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부도적하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첫 연재부터 평단의 혹독한 비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소설 속 도리언 그레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순수하고 눈부시지만 어느 순간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을 품으면서 몰락한다. 영원성에 대한 그의 목마름은 이러했다.


If it were I who was to be always young, and the picture that was to grow old!
For that, for that, would I give everything!
Yes, there is nothing in the whole world I would not give!
I would give my soul for that!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이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텐데.
무엇이라도, 설사 그게 내 영혼이라도 바칠 텐데!


영원을 욕망한 참담한 인간적 소년. 이상하게도 드라이플라워를 생각하는 내내 도리언 그레이가 떠올랐다. 영원에 대한, 한번도 성취된 적 없고 한 순간도 포기된 적 없는 욕구.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서부터 발원하는 드라이플라워의 서사 역시 그것이 젊음이었든 사랑이었든, 모든 형태의 영원을 갖고 싶었던 가장 뿌리깊은 인간성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뛰어넘고 싶은 갈망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그러니 드라이플라워- 함부로 화려하지 않은 대신 영원히 늙지 않는 꽃.



마침내 시간을 초월한 이 꽃은 아이러니하게도 순전한 인간적 꽃이다.






최후의 여자

장미_이집트



ⓒ 아트래블 매거진



클레오파트라 7세.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이었다. 클레오파트라는 향수, 목욕 등에 수만 송이의 장미를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장미를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도구로도 활용했다. 로마의 안토니우스를 만날 때마다 수많은 장미로 거처를 가득 채워 향기로 자신을 기억하도록 만들었던 것. 특히 연회 때는 1m에 달하는 높이로 연회장의 바닥에 장미를 깔았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장미에 취했던 안토니우스는 훗날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무덤에 장미를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학명 Rosa hybrida

원산지 서아시아

개화기 5-9월

꽃말 열렬한 사랑(빨강), 순결과 청순(흰색), 우정(노랑)






나를 사랑했던 난장이

안개꽃_한국



ⓒ 아트래블 매거진



뮤지컬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2001년 초연이래 지난 14년간 3,000회 이상의 공연,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에서는 존재감조차 없던 막내 난쟁이 '반달이'. 백설공주를 향한 그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에서 안개꽃은 초라하지만 순전한 사랑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나를 가장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백설공주가 물었을 때 마법의 거울은 이렇게 답한다. "안개꽃 동산에 잠든 반달이". 빛나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사랑을 은유하는 안개꽃의 꽃말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의 성공'이다.


학명 Gypsophila elegans Bieb

원산지 아시아

개화기 5-8월

꽃말 맑은 마음, 사랑의 성공






오롯이 당신을 향해

프리지아_그리스



ⓒ 아트래블 매거진




숲의 요정 프리지아는 미소년 나르시소스를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내성적인 그녀는 내색조차 하지 못하고 애만 태운다. 시간이 흐르며 사랑은 깊어졌지만 멀리서 그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고, 자만심 강한 나르시소스는 그녀의 사랑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날 나르시소스가 샘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익사하고, 괴로워하던 프리지아는 그가 죽은 샘에 자신도 몸을 던져 목숨을 버린다. 이를 지켜본 제우스는 프리지아의 순정에 감동해 그녀를 아름다운 꽃으로 만들고 깊은 향기까지 불어 넣었다.


학명 Freesia refracta Klatt

원산지 아프리카 남부

개화기 4-5월

꽃말 천진난만함, 순결






붉은 피가 꽃이 되었다

맨드라미_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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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적을 만나 장렬히 죽어 그 붉은 피가 영원한 꽃이 되었다.'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 이규보의 말이다. 이규보는 맨드라미를 사랑했다. 닭의 벼슬을 닮아 계관화라고도 불리는 맨드라미는 이규보의 작품에 등장한 것이 최초의 기록. 이규보는 자신의 집에 핀 맨드라미를 관찰하고 꽃의 가치에 대해 여러 편의 작품으로 표현한다. 아름다운 모습과 소나기와 거친 바람에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태에 흠뻑 빠진다. 그의 작품 속에서 맨드라미의 모습은 아리따운 처녀, 건강함, 용기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학명 Celosia cristata

원산지 인도

개화기 7-9월

꽃말 치정, 영생, 시들지 않는 사랑






나뉘어 핀 한 꽃

수국_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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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에 관한 일본의 대표적 설화. '국'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같은 동네의 '수'라는 남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수는 국을 귀찮게 여겼다. 이는 큰 비극의 시작으로 국은 수에게 깊이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는 국을 따돌리기 위해 산으로 도망쳤고 수를 따르던 국은 절벽으로 떨어지는 변을 당한다. 큰 충격에 쌓은 수는 자책하며 국을 따라 절벽으로 몸을 던지고, 국과 수는 따로 무덤에 뉘이게 됐다. 얼마 후 그들의 무덤에 핀 꽃이 서로의 무덤까지 이어 자랐고, 사람들은 그 꽃에 '수국'이란 이름을 붙였다.


학명 Hydrangea macrophylla for. otaksa

원산지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히말라야, 아메리카 등지

개화기 6-7월

꽃말 냉정,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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