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바로 '공간'입니다. 건물의 외관부터 시작해 입구의 분위기, 전시실의 배치까지, 우리는 미술관을 '걸으면서' 경험합니다. 어떤 길로 걸어가고, 어디서 멈추며, 무엇을 바라볼지는 생각보다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는 왜 특정 경로로 움직일까?
전시실을 방문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몸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관람객들은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작품 앞에서 멈추고를 반복합니다. 너무 많은 작품이 있다면 다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요.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미술관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이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33년 멜턴(Melton)의 연구에 따르면, 박물관에 들어온 관람객들은 입구에 들어온 후 대부분 오른쪽으로 돕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70~80%의 관람객들이 오른쪽으로 돌아서 오른손의 벽 쪽을 따라 이동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마틴 트론들(Martin Tröndle)의 연구는 이보다 더 복잡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항상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기준점'이라 불리는 공간적 요소에 이끌립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첫 번째 눈에 띄는 것—큰 작품이든, 안내 텍스트든—을 향해 걸어갑니다.
공간-셀: 보이지 않는 동선의 비밀
트론들의 연구에서 발견된 '공간-셀'이라는 개념은 미술관 관람 경험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공간-셀은 관람객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영역으로, 하나의 전시실 안에 여러 개의 공간-셀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각 공간-셀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보통 첫 번째 '기준점'에서 멈춥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기준점이 반드시 중요한 작품일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스위스 미술관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유명한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의 작품보다 그 옆에 있던 전시 제목 텍스트가 더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기준점 이후에는 관람객의 움직임이 특정 패턴을 형성합니다. 잘 구성된 공간에서는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작품에 집중하게 되고, 기준점이 불명확한 공간에서는 산만하게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품을 어느 거리에서 봐야 할까?
또 하나 흥미로운 발견은 대부분의 관람객이 작품을 적절한 거리에서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부 묘사가 많은 그림은 가까이서, 큰 작품은 거리를 두고 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관람객은 모든 작품을 비슷한 거리에서 관람합니다.
맥스 리버만(Max Liebermann)의 '화가의 아틀리에' 같은 세밀한 그림은 가까이서 봐야 화가의 모습이나 개, 가족의 모습 등 디테일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페르디난트 호들러(Ferdinand Hodler)의 큰 누드화는 거리를 두고 봐야 전체 구도를 감상할 수 있지요. 전시 기획자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벤치를 놓거나 공간을 설계하지만, 실제로 관람객들은 이런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시장을 어떻게 걸어야 할까?
이 모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술관을 방문할 때 참고할 만한 팁을 정리해봅니다.
1. 첫인상에 너무 의존하지 마세요: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식적으로 전시실 구석구석을 살펴보세요.
2. 작품별로 다른 거리에서 관람하세요: 세밀한 작품은 가까이서, 큰 작품은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거리에서 같은 작품을 바라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지정된 동선을 따르되, 자유롭게 탐색하세요: 큐레이터가 의도한 순서대로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자신만의 경로를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4. 동반자의 관람 패턴을 존중하세요: 사람마다 관람 속도와 관심사가 다릅니다. 함께 간 이가 당신과 다른 패턴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책망하지 마세요. 그것은 단지 인간의 자연스러운 탐색 본능일 뿐입니다.
전시실이라는 새로운 풍경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합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 걷든, 자유롭게 탐색하든,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예술과의 대화입니다. 다음 번 미술관 방문에서는 자신의 발걸음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놀라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문헌
Melton 'Studies of installation at the Pennsylvania Museum of Art, Museum News Magazine, 1993, 10(15), p.5-8
Henry Adams, 'What a Physics Student Can Teach Us About How Visitors Walk Through a Museum, Smithsonian Magazine Smithonianmag.com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