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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Nov 15. 2019

전시실 동선

전시장을 어떻게 돌며 볼 것인가 동선을 미술관이 결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걸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 하나의 관객들과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을 방문한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관람객들은 동선을 따라 움직이고, 멈추고를 반복합니다. 너무 많은 작품이 있다면 다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요. 


첫 입구에 들어서면 큰 벽에 간략한 설명이 쓰여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꼼꼼히 다 읽는 분도 있지만, 간략하게 전체를 훑어보는 분도 있지요. 그리고 정해진 방향으로 첫 작품을 보기 시작합니다. 당연한 듯 전시회 안내문을 들고 큐레이터가 시대별, 연도별, 주제별로 나뉜 방을 차례로 걸어가며 감상합니다. 전시 기획 의도에 따라 전시실 벽의 색깔을 다르게 했을 수도 있고, 입구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입구로부터 대부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게 되어있습니다. 왜일까요? 대부분은 오른손잡이라면 벽을 오른쪽에 두고 걸을 때 심리적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993년 멜턴 Melton은 박물관에 들어온 관람객들은 입구에 들어온 후 대부분 오른쪽으로 돈다.라고 썼습니다. 멜턴에 따르면 70~80%의 관람객들이 오른쪽으로 돌아서 오른손의 벽 쪽을 따라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오른쪽 방향으로 도는 것은 다른 조사에서도 발견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쇼핑몰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것과 비슷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람들이 항상 오른쪽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요시오카 Yoshioka라는 일본 학자는 1939년 뉴욕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에 온 방문객들이 전시장 홀을 랜드마크 전시를 향해 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다른 학자 비트굿 Bitgood은 방문객들이 전시장의 레이아웃이나 패턴, 중간에 쳐진 파티션에 따라 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물론 대형 미술관 건물은 전시회의 수와 작품 시기들, 특성, 종류 등을 고려해서 동선을 짭니다. 큐레이터가 짜 놓은 강제 동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큐레이터가 관람 동선을 짜는 것은 골칫거리이기도 합니다. 관람객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많은 큐레이터나 전시실 디자이너들을 때로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역사적인 순서, 시간적 순서에 따라 그림을 배치합니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이 순서대로 보지 않습니다. 어떤 작품은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어떤 벽은 반대편부터 보기도 합니다. 어떤 작품을 보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움직이는 패턴도 다릅니다. 17, 18세기 회화 전시실에서 관람객은 한쪽 벽을 따라 전시실을 돌며 차례대로 한 작품씩 봅니다. 현대미술 전시실에서는 이리저리 지나다니며 감상합니다. 이쪽 벽에 무엇이 있나 본 후, 반대편 벽으로 갑니다. 우리들의 발걸음은 알게 모르게 어떤 작품들로 둘러싸여 있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각적으로 본 것, 눈의 움직임을 동선으로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큐레이터가 어떻게 전시했냐는 중요한 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앞뒤로 뒤죽박죽 순서 없이 본다고 하더라도 보는 재미를 준다면 그것으로 됩니다. 전시실을 배회한다고,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순서대로 보지 않는다고 함께 간 이를 책망하지 마세요.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인간의 사냥꾼의 본능. 그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 관찰하는 본능일 뿐입니다. 전시실이라는 새로운 풍경 안에서 나름대로 무엇인가 찾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대신 벽의 회화를 차례대로 줄이서 사람들이 있다면 끼어들어 방해하면 안 되겠지요. 





참고 문헌

Melton 'Studies of installation at the Pennsylvania Museum of Art, Museum News Magazine, 1993, 10(15), p.5-8

Henry Adams, 'What a Physics Student Can Teach Us About How Visitors Walk Through a Museum, Smithsonian Magazine Smithonianmag.co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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