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미술관에 들어가면 많은 작품들이 한꺼번에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런 순간, 무엇부터 봐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편하게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발길이 머무는 대로, 시선이 이끌리는 대로 시간을 가지고 작품을 감상하세요.
어떤 작품은 길게 보고, 어떤 작품은 짧게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보는 것이 바로 당신만의 정답입니다. 미술 감상에 '올바른 방법'이란 없으니까요.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질문은 간단합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보세요. 보이는 모든 것이 다 의미 있는 관찰입니다. 빨간색이 보인다면, 그것이 정답입니다. 슬픈 표정이 보인다면, 그것도 정답입니다. 당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됩니다.
작품 감상은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시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관찰한다.
-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아본다.
첫 번째 단계인 시각적 요소 관찰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약 30초 이상 한 작품을 차분히 바라보세요. 그림이라면 어떤 재료로 그려졌는지(유화, 수채화, 아크릴 등), 무엇이 그려졌는지(풍경화, 인물화, 정물화 등) 등 눈에 보이는 정보들을 찾아봅니다. 조각이라면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대리석, 청동, 나무 등), 특정 인물을 표현했는지 아니면 추상적인 형태인지 살펴봅니다.
꼭 작품의 배경에 대해 미리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핸드폰으로 간단히 검색해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찾기 전에 먼저 자신의 눈으로 충분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미있는 시도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 작품을 본 후 전시장의 다른 부분을 돌아보세요. 그리고 다시 그 작품으로 돌아와 봅니다. 처음 봤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나요?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느껴지나요? 이런 방식으로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바라보면, 매번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박서보 전시회에서 단색화를 감상한다고 생각해봅시다. 한지의 매력에 빠져 한참을 바라봤다고 해도,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전시장을 돌아다니다 박서보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니, "서 있는 자리마다 단색화가 다르게 보인다"고 합니다.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프랑스 미술관 관장님은 그의 작품을 "밭고랑 같다"고 표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가까이서 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 작품 앞으로 돌아가 가까이서 관찰해봅니다. 멀리서 봤을 때 놓친 한지의 미묘한 색감과 질감이 가까이서 보니 완전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처럼 같은 작품도 보는 거리와 각도, 빛의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두 번째는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과정입니다. 작품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었는지,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고 그렇지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꼭 예술 작품이라고 무조건 다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있고 애창곡이 있듯이, 미술 작품도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세요. 오늘 이 전시장을 나와서 "그 작품이 정말 좋았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라고 느끼는 작품 한 가지만 남겨도 성공적인 미술관 방문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감정, 생각, 가치관을 작품에 담아냅니다. 그것들을 읽어내는 과정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박서보 화백은 어떤 이유로 한지라는 재료를 선택했을까요? 왜 선 긋기를 했을까요? 그 선은 무엇을 의미하고, 한지의 아름다운 색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의 세부적인 관찰법에 대해서는 '작품 관찰하기 3단계' 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