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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진 Oct 07. 2021

퍼포먼스의 선구자ㆍ비토 아콘치

Vito Acconci

비토 아콘치는(1940-2017)는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미술 예술가이며, 조각, 건축 디자인, 자연 조경 디자이너이다. 홀리 크로스 대학(College of the Holy Cross)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로와(lowa) 대학에서 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창 시절 문학 잡지사에서 편집, 셀프 출판 일을 하고, 1960년대 실험적인 시를 쓰며 시인으로 활동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1960년대 미국은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추상표현주의가 널리 국제화되고 팝아트가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모더니즘은 점차 사라지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였다. 대지 미술, 개념 미술, 탈미니멀리즘이 대두되고, 1970년대 시작과 함께 비디오 아트, 신체를 이용한 미술이 등장한다. 신체는 1900년대 초 전쟁을 경험한 예술가에게 새로운 재료였다. 제스처, 움직임, 음성, 춤을 사용해 해프닝(Happening), 보디 아트(Body art), 퍼포먼스가 발전한다.

Project for Klapper Hall, from 1993-1995, Fred R. Conrad for The New York Times


1960~1970년대 퍼포먼스   

  

1960년~1970년대 미국은 미니멀 아트(Minimal Art)와 개념 미술(Conceptual Art)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미술은 어떤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술가의 개념 안에 있기 때문에 미술의 비물질화, 비시각화가 가능해진다는 ‘개념’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1960년대 중반은 형식주의 모더니즘에 반기를 든 젊은 예술가들이 나타나 예술 경계를 넘나들었다. 아이디어가, 개념이 대상(Object)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아콘치는 몸, 퍼포먼스를 이용해 비디오, 사진, 필름 작품을 시작했다.  

    

비토 아콘치, 미행 작업(Following Piece)1969.10.3-25일 www.artbasel.com

나는 매일 거리에서 걷는 사람을 무작위로 선택한다.

나는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그 사람의 개인적인 공간(집, 사무실 등) 전까지 계속 따라간다.

- 비토 아콘치 -     


<미행 작업>은 한 달 동안 뉴욕 거리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아콘치는 하루 종일, 매일 실제로 뉴욕시 모든 거리에서 2시간 동안 무작정 어느 사람 한 명을 계속 쫓아다녔다. 그 사람이 어느 공간, 사적 공간으로 들어갈 때까지 쫓아다녔다. 3주 동안 사진과 날짜를 글로 기록했다.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과 시간,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 특정 공간과 일정 시강에 존재하는 예술에 질문을 던진다. 몸을 통해 타인과 나의 관계 그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행위였다. 이는 개념미술적 성격을 보여준다. 아콘치는 주체가 아닌 타인이 시공간을 결정하는 주체가 된다.

  

비토 아콘치, 스텝 작업Step Piece, 1970, publicdelivery.org

<스텝 작업>에서 아콘치는 의자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다리 움직임에 집중했다. 매일 아침 1분에 서른 번 정도 스텝의 속도로 퍼포먼스를 했다. 첫날은 5분 10초 동안 했다. 매일 할 수 있는 한 오랫동안 하면서 기록을 쟀다. 30일째 되던 날에 21분 36초를 기록했다. 아콘치는 일상 속 행동에 관심이 있었다. 특히 1960년대는 평범한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숨겨진 미학적 가치를 발견해내는 프로젝트를 만들려 했다.      


<스텝 작업> 뿐만 아니라, <Running Tape>(1969년) 작품에도 비슷한 성격이 보인다. 아콘치는 매일 뉴욕 센트럴파크 달리며 모든 걸음걸이를 세고,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매일 뛴다는 행위. 모든 스텝, 발걸음을 세면서, 걸음마다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Running Tape>는 매일 일상생활에 반복되는 요소들을 강조한다. 반복, 일상생활, 예술에 관한 들뢰즈가 제시한 문제를 이 작품 속에 반영한다.


<숨 참기 Breath in (To)/ Out (Of)> (1971년) 작품에서는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최대한 숨을 참는다. 그리고 내뱉는다. 반복하면서 숨 참는 시간을 늘린다. <스텝 작업>에서 다리 근육의 힘을 매일 늘렸듯이 이번에는 숨 참는 기능을 늘린다.

비토 아콘치, 상표(Trademarks) 1970 Lithograph on paper, artsy.net

아콘치가 옷을 벗고 바닥에 앉아, 스스로 몸을 물고, 물린 자국에 잉크를 채운다. 자신의 몸을 인간 도장으로 사용한다. 이 작품은 갤러리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지 않은 대신 1972년 아발란체(Avalanche) 잡지에 사진을 실었다.


사진은 관객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사진은 훨씬 더 마조히즘적 연결을 만드는 요소이다. 예술가의 물린 몸 사진은 관객의 감각을 이끌어내고, 보이는 이로 하여금 아콘치의 몸에 더 가깝게 또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매개체다. 몸은 현재와 과거의 감각이 머무는 장소이고 애착과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오브제가 된다. 보는 이는 마조히즘의 공범자인 것처럼 느낀다. 아콘치 자신은 자신의 작품을 마조히즘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콘치의 작품에는 항상 정신 분석학 이론들이 따라다닌다. 학자들은 반복 강박적 퍼포먼스나 마조히즘적인 작품 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분석한다.     


비토 아콘치, 모판Seedbed, 1972, Gelatin silver print, (좌)metmuseum.org, (우)theparisreview.org

아콘치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모판>에서 아콘치는 관객을 작품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설치 작품을 만들었다. 1971년 1월 소나밴드(Sonnabend) 갤러리에 가상으로 만든 바닥 아래에 일주일에 두 번 숨었다. 관객이 그 위를 걸어 다닐 때, 아콘치는 중얼거리며 성적인 소리를 내며 말한다. ‘내 손이 당신 엉덩이로 간다. 당신의 고개가 나를 향하고, 나는 당신의 머리에 눈을 비빈다.’ 말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갤러리 안에 퍼진다. 사적 장소와 공적 장소 구분 개념이 사라진다. 작가와 관객 사이 관계에 주목한다. 일반적인 갤러리는 예술가가 관객에게 작품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 개념을 허물며 관객에게 다른 식으로 작가의 존재를 알린다. 관객은 타자가 아닌 아콘치의 몸 사적인 몸과 장소, 경험을 공유하는 제작자, 함께 하는 이가 된다. 1970년대 중반까지 신체를 몸 그 자체의 의미에서 벗어나, 일종의 심리적 자아에서 사회적 자아로 묘사를 시도했다.     


1970년대 설치미술

비토 아콘치, 불타서 다시 세운 Way Station II (Study Chamber) voca.network

1970년대 후반 설치미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외부에 대형 이미지 놀이 카드로 장식된 작은 정자를 세웠다. 인테리어는 GOD, MAN, DOG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 설치물은 캠퍼스 내에서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고, 1985년 반대하는 이들이 불태웠다. 작품 뼈대는 강철이라 불에 타지 않았다.

     

아콘치의 작업은 퍼포먼스에서 건축에까지 이르는 전환점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조각이라기보다 건축 작품으로 여겨진다. 구조나 기능적인 면 때문이다. 그러나 비토 아콘치는 건축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콘치의 작품들은 갤러리나 뮤지엄에서 대부분 관객 참여적인 성격이 있었다. 아콘치는 공간 안에 공간을 넣고 공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도시 안의 건축      

비토 아콘치, 뮈르 섬 ⓒHarry Schiffer

1980년대 아콘치는 작업 범위를 가구. 조각, 실험적 건축, 디자인, 공공 조각으로 넓혀갔다. '공공미술은 갤러리라는 상점의 내부 장식가가 되기를 거부한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품으로는 <뮈르 섬>이 있다. <뮈르 섬>은 오스트리아 그라츠 시의 무어강에 인공 섬이다. 강 양쪽에서 팔을 뻗어 중간에서 악수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 마을의 화합을 상징한다. 양쪽으로 고정되어 중심에 섬을 만든 것이 아닌, 강수량에 따라 배처럼 뜨고 가라앉도록 설계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부교 형식을 착안했다. <뮈르 섬>은 관객에게 한정된 공간이 아닌 더 큰 공간을 주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작가와 관객이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장소이다. 카페, 열린 극장, 어린이 놀이터처럼 기능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후기 비디오 설치 작품 

    

비토 아콘치, 텔레 퍼니비 시스템(Tele Furni System) 1997, guggenheim.org

1980년대 이후 비디오를 이용해 작업하기 시작한다. <텔레 퍼니비 시스템>은 자신의 비디오와 다른 작가의 비디오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한 비디오 작품이다. 각각 화면은 서로 다른 높이와 방향이다. 관객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니터 앞에서 작품을 시청할 수 있다. 모니터는 계단, 벤치, 라운지의 네트워크와 같은 빌딩 블록의 역할도 한다. 관객은 신체적으로 이 사이의 공간을 오가며, 모니터 사이의 공간을 활성화시킨다.     



조각/가구

비토 아콘치, Mobius Bench 2001, Fukuroi City, Japan 반투명 유리섬유, 형광등, (좌)mel.vadeker.net(우)impuremag.com

동그랗게 휘어져 바깥에서 안으로 이어지는 원형 작품 <뫼비우스 벤치>이다. 사람이 누우면, 바깥은 등받이가 되고 안쪽은 그 자체로 의자가 된다. 안쪽을 머리로 향해 반대로 누워도 마찬가지이다.   

  

비토 아콘치, 이름 부르는 의자, 1990, 벚꽃, 흑단, 자작나무 합판 121.9x121.9x96.5cm mutualart.com


아콘치는 예술가의 예술행위는 객관적인 대상에서 오는 것이 아닌 경험에서 온다고 말한다. 아콘치의 비디오 작품과 퍼포먼스는 실존주의적 불안감을 보여준다. 비폭력, 범법 행위들, 불쾌감, 범죄, 도발적인 위트와 대담성, 공공과 개인, 합의와 비합의,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어선다. 아콘치는 시인으로 출발해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가로 다시 조각, 설치미술, 공공미술, 환경미술, 건축 디자인까지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며, 작품들은 훗날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카렌 핀리(Karen Finley),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등과 같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주었다.





참고

http://acconci.com

http://www.vitoacconci.org/portfolio_page/following-piece-1969

http://metmuseumo.org/art/collection

http://walkerart.org/collections/artworks/trademarks

www.guggenheim.org/artwork/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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