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예술가 제임스 브런트에게 돌, 낙엽, 나뭇가지 같은 자연물은 작품 재료이다. 영국 요크셔 해안가 마을 플램보로에 사는 브런트는 작업을 위해 바닷가와 숲에 간다. 눈에 띄는 자연물을 하나씩 주워 나선형, 동심원 등 여러 가지 모양이나 패턴으로 가지런히 놓는다. 자연물을 예술에 이용해 자연의 재인식을 말한다.
Ⓒhttps://www.facebook.com/jamesbruntartist/
미술에 관심이 많던 브런트는 런던 바이암 셔(Byam Shaw School of Art) 예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이후 여러 화랑에서 일했다. 지금은 가끔 친구 앤디 골드스워시와 함께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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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트의 작품은 대지 위에 그리는 만다라 그림 같다. 끝없이 펼쳐질 듯한 무한한 나선형 원들은 자연 속으로 퍼져 나간다. 브런트는 떨어진 낙엽들을 크기와 색깔을 살피며 줍는다. 자연물로 완성한 작품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준다. 다양한 재료들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완성된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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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점에서 시작하는 소용돌이 모양은 일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간 같다. 하나씩 반복적으로 놓거나 쌓아 올린 모양은 끝없이 펼쳐진 평면에서 움직이는 곡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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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트의 작품은 언젠가 비, 바람에 사라질 일회성 작품이다. 돈을 주고 구매하는 작품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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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식물과 음식을 길러내는 원천이다. 또한 서구문화에서 어머니를 상징하기도 한다. 대지는 '우유와 꿀이 흐르는 곳'이라고 표현된다. 우유는 사랑의 상징이자 보살핌과 애정이고, 꿀은 사랑의 달콤함, 살아 있다는 행복함을 상징한다. 어머니는 우유를 주는 역할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 대지의 풍요로움, 대지의 어머니인 지모신은 세계 각지에서 나타난다. 우리 단군 신화에는 웅녀가 그리스 신화에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있다.
대지, 어머니에게서 나온 작품이기에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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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지지 않는 돌탑을 쌓기 위해 적절한 크기와 형태의 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브런트의 작업은 자연 속을 돌아다니는 시간이기도 하다. 완성된 작품은 사라질 수 있는 일회성을 갖기에 사람들에게 오려면 사진에 기댈 수밖에 없다. 브런트는 작품을 완성한 후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 이런 그의 작업은 자연에 의한 대지 예술이자 사진과 함께하는 상호보완적인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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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예술가들은 상업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을 거부한다. 미술관 안에 놓일 오브제에 의미를 두지 않고,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직접 자연을 만지는 경험으로 예술을 재정의한다.
대지 미술은 사진이라는 매체 때문에 인터미디어(inter-media)가 된다. 사진으로 빛과 어둠을 잡아내 작품에 앞뒤가 없던 돌탑에 빛과 그림자가 생기며 입체적인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 브런트는 찍은 작품 사진들을 SNS에 올린다. 6만 명이 넘는 팬이 있다. 자연에서 온 사진들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채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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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물이 아닌 자연물로 완성된 작품은 고요함과 평온함을 주며, 영혼을 즐겁게 해준다. 브런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숲으로 달려가 똑같이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